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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저가항공 전성시대, 기차보다 저렴한 비행기 타볼까?

따뜻한 봄을 맞아 가족여행을 준비 중인 회사원 이영호 씨. 여행 반값 사이트에서 저렴한 상품을 찾던 그는 얼마 전 저가항공사가 대만 신규 취항 노선을 기념해 내놓은 왕복 9만9,000원짜리 항공권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씨는 “작년 휴가 때도 저가항공사를 이용해 제주도를 다녀왔다”며 “기존 대형항공사와 비교했을 때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이벤트 등 서비스도 만족스러워 이번 여행에도 저가항공사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에서 제주육류 도소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도 사업차 제주도에 갈 때마다 저가항공사를 애용한다.

그는 “매번 제주도에 갈 때마다 저녁 늦게 김포에서 출발해서 아침 일찍 제주도를 떠나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데 항공권 가격이 2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유류할증료 등 이것저것 따져 봐도 서울-부산 KTX 가격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항공업계에 등장한 저가항공사(LCC)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주5일제, 해외여행 대중화 등 관광 수요의 확대와 경기침체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 의식이 맞물리면서 저가항공사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내 저가항공사 매출 1조원 돌파

저가항공사란 기존 항공사에 비해서 기내 서비스나 공항 서비스 등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항공료를 책정한 항공여객업체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제주항공이 김포와 제주를 잇는 국내 노선을 취항하면서 저가항공시장의 문을 열었다.

항공료의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저가항공은 관광수요의 확대에 힘입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범시기인 2006년 2.17%에 그쳤던 저가항공사의 점유율은 2008년 9.72%, 2009년 27.35%, 2010년 34.1%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40%를 넘었다.

특히 올해 국내 저가항공사의 매출규모는 1조원을 돌파해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이스타항공 등 국내 5개 LCC의 총 매출은 지난해 8,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75%의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제주항공과 에어부산ㆍ진에어 등 선두권 3사가 모두 흑자를 달성한 가운데 올해 신규노선 확대 등 공격경영을 바탕으로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최대 2배까지 올려 잡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나고야와 후쿠오카ㆍ호찌민 노선을 잇따라 개설한 것은 물론 항공기도 올 들어 9호기와 10호기를 신규 도입하는 등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매출 2,577억원에서 올해 4,600억원으로 약 1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에어부산도 올해 지난해(1,700억원대)보다 약 24% 늘어난 매출 2,200억원에 영업이익 6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에어부산 역시 지난달 8호기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10월 항공기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 칭다오 노선도 지난달 신규 취항하는 등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매출 2,374억원에 영업이익 80억원을 예상, 약 40%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세웠으며 티웨이도 매출 1,600억원에 20억원의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티웨이는 4월말부터 알짜노선인 대만~쑹산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해외 저가항공사도 잇따라 취항

저가항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 저가항공사들도 속속 한국 하늘길 공략에 나섰다. 특히 한류(韓流) 바람을 타고 한국을 오가는 탑승객들이 증가하면서 중화권 및 일본 저가항공사들이 신규 노선을 취항하거나 운항 횟수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피치항공은 오는 5월 8일부터 인천~오사카 구간을 주7회 신규 취항하고 7월부터는 운항 횟수를 주21회로 늘릴 계획이다. 피치항공은 지난해 전일본공수항공(ANA)이 설립한 일본 첫 저가항공사다. 인천~오사카 항공권(편도)을 3만원에 판매하는 한시적인 초특가 캠페인과 함께 일반 편도 요금을 유류할증료를 포함해 7만5,500원~29만5,500원에 책정해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오는 10월에는 ANA와 에어아시아가 합작한 에어아시아 재팬이 인천~나리타, 부산~나리타 노선을 개설, 한국에 진출한다. 일본항공(JAL)과 호주 콴타스항공 등이 공동 설립한 제트스타재팬도 연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저가항공사들도 한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동방항공이 내년 초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고 남방항공 등 중국의 다른 대형 항공사들도 저가항공사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부산~홍콩 노선을 운항 중인 홍콩 캐세이퍼시픽 자매항공사 드래곤에어는 5월 1일부터 제주~홍콩 노선에 주3회 신규 취항한다. 대만 부흥항공은 지난 2월 타이베이~제주 노선 운항 횟수를 주2편에서 주4편으로 증편한 데 이어 5월부터 제주~가오슝 직항 노선을 새롭게 개설할 계획이다. 대만 양대 항공사인 중화항공과 에바항공도 4월 말 또는 5월 초 김포~쑹산(대만) 노선에 각각 주3회, 주4회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국내외 저가항공사 동북아 신규 취항 노선

항공사

노선

취항 시기

드래곤에어

제주~홍콩

5월1일

부흥항공

제주~가오슝(대만)

5월

피치항공

인천~오사카(일본)

5월8일

에어아시아재팬

인천~나리타(일본)

10월

에어부산

부산~칭다오(중국)

3월19일

제주항공

인천~나고야(일본)

인천~후쿠오카(일본)

인천~칭다오(중국)

3월23일

3월30일

4월말

이스타항공

인천~오사카(일본)

김포~쑹산(대만)

3월30일

5월1일

티웨이항공

김포~쑹산(대만)

4월30일

 

초특가 티켓 전쟁으로 이어져

국내항공사에 이어 일본항공사가 가세하고 중국 항공사들마저 새롭게 진출을 선언하는 등 저가항공 시장이 과열되면서 동북아 저가항공사간 가격파괴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2월부터 국내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3월 30일 신규 취항한 인천~오사카 노선에 대해 4만원대의 파격적인 프로모션(행사) 항공권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같은 노선의 일반 항공사 편도 가격(20만원대)은 물론이고, 저가 항공의 보통 가격(7만9,500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 4월말까지 적용되는 이 행사 가격은 편도 4만9,500원, 왕복 9만9,000원(유류할증료 등 미포함)으로 공항세 등 부가요금을 더해도 서울~제주 왕복 항공료와 비슷한 16만원대에 오사카를 다녀올 수 있다.

일본의 피치항공도 지난 3월 27일 3만원짜리 초특가 항공권(편도)을 들고 나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5월 8일부터 신규 취항하는 자사의 인천~오사카 노선에 대해 6월말까지만 적용되는 프로모션 가격이지만 국내 저가항공과의 경쟁을 의식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저가항공은 일반 항공의 3분의 1 수준에서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인천~오사카 노선의 경우 일반 항공이 20만~50만원대라면 저가항공은 7만5,000~26만원선이다.

저가항공인 제주항공 측은 “신규 취항한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왕복 기본운임이 일반 항공 대비 평균 20~30% 저렴한 19만~25만원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혈 경쟁 속 비용절감에 사활

이런 상황에서 중국 항공사까지 뛰어들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해외 저가항공사의 진출과 함께 대형항공사도 자꾸 할인행사를 하는 등 저가항공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승객들은 저가항공사에 대한 서비스 기대도가 높고 정비에 들어가는 기본비용 등을 고려하면 요금을 더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누가 얼마나 더 비용을 절감하느냐’가 관건인 셈. 최근 저가항공사들이 국제선 노선 확대에 공들이는 것도 비용절감 전략의 일환이다. 국제선 노선은 국내선 운항이 불가능한 야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항공기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면 운항시간에 관계없이 투입되는 항공기 리스비나 직원 훈련비, 보험료 등 고정비를 분산시켜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독자적인 비용절감 전략을 구사하는 저가항공사들도 있다. 진에어는 외부로 나가는 예약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독자적인 항공사 예약발권 시스템 JPSS(Jin Air Passenger Service System)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신문 재활용과 작은 탑승권 발행을, 이스타항공은 기내식 유료화 도입과 자체정비 운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시아 저가항공사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절감 문제는 저가항공사의 숙명이 된 지 오래”라며 “저가항공업계에서는 모든 문제가 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tip. 저렴한 저가항공 더 싸게 이용하는 방법

 

1. 티켓 예매는 빨리 할수록 할인률이 커진다. 미리 예약하면 티켓 값을 할인해주는 얼리버드 항공권을 적극 활용하자.

 

2. 주말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황금요일과 시간대는 피한다. 시간대만 잘 조절해도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3. 뭉치면 싸진다. 항공사에 따라 가족 운임 등 단체 할인 제도가 있으니 알아보고 이용하자.

 

4. 항공사별 신규 취항 노선을 공략한다. 각 항공사마다 신규 노선을 취항할 때 대규모 할인 이벤트를 벌인다. 이 때가 가장 싸게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는 적기다.

 

5. 항공사 홈페이지와 친해진다.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이벤트 소식과 부대혜택, 특가 항공권 정보가 수시로 올라온다. 자주 들여다보고 꼼꼼하게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