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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카드 무이자 할부 중단 논란

카드 무이자 할부 중단 논란 

카드사·가맹점 싸움에 소비자 부담만

 

 

 

“지난 주말에 가전제품 사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어요. 목돈이 없어서 할부로 사려고했는데 무이자 혜택이 없어지니 못사겠더라고요.”올 봄 결혼을 앞둔 강 대리가 푸념한다.
“그렇구나. 무이자 할부 역시 빚이라고 해도 우리 같은 서민한테는 하나의 ‘혜택’ 같은 것이었는데…. 이제 할부하면 매달 20% 가까운 할부수수료를 내야 하잖아.”
고 과장의 말에 강 대리가 격하게 공감한다.
“신혼집도 여자친구랑 돈 합쳐서 겨우 전세 얻었는데 정말 무이자 할부 폐지되니까 앞이 막막해요”.

카드이용금액의 80% 무이자 할부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1월부터 전격 중단됐다. 설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재개되기도 했지만 앞으로 무이자 할부는 어렵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서민들은 목돈을 지불하거나 고액의 할부수수료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연초부터 불거진 무이자 할부 서비스 중단 사태는 신용카드사와 대형마트 간 무이자 할부 비용 분담 문제에서 비롯됐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여전법)에 따르면 ‘대형 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 초과 부담을 카드사에 요구하면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카드사들이 전액부담해온 무이자 할부 서비스 비용을백화점과 할인마트 등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이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011년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에 쓴 비용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체 마케팅에 들인 5조1,000억원 중 24%에 달한다. 소비자 상거래 대금의60% 이상이 카드로 결제되고 있고, 카드이용금액의 80% 내외는 무이자 할부로 이용되고 있다.

 

할부 비용 분담 놓고 마찰 일어
카드사의 할부 이자율은 2개월 평균 2.0%, 3개월 평균 4.3%다. 그간 고객이 무이자 할부로 결제했다면 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카드사가 대신 내왔다. 무이자할부는 카드사들이 제휴 마케팅 차원에서 제공해왔다.
그러나 새롭게 개정된 여전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무이자할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야 한다. 이를 놓고 양측은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대형 가맹점은 여전법에서 말하고 있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판촉행사 비용’이 아니라 카드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대형 가맹점은 무이자 할부 비용을 분담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은 대형 가맹점들이 일부 부담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전법의 취지는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져야 할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을 카드사에 전가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에 부담 전가 즉각 철회해야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가 부담했던 무이자 할부 관련 비용 부담을 대형 가맹점과 나눠 하는 것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경제민주화 기류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그런 취지로 여전법이 개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 할부 비용 부담 문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있는 가운데 소비자단체는 여전법의 보완·개정 추진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성명을 내고 “무이자할부 전면 중단은 그동안 소비자 기여는 고려하지 않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으로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고, 금융소비자원도 “기존의 서비스를 6개월에서 1년동안은 유지하도록 해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금융당국이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무이자 할부라는 것이 외상을 쓰는 것인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동안 카드사, 대형 가맹점, 소비자가 혜택을 보는 사이 비용은 가맹점 수수료 형태로 영세 가맹점에 전가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