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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갱도없는 금광, 지식재산 2

| COVER STORY - 갱도없는 금광, 지식재산

3. 지식경제 시대의 그림자, 특허괴물

과도한 특허권 주장에 기업들 피해 속출

국내 대폰 기업 5년 간 약 1조 3,000억 지불… 특허권 남용 방지 목소리 커져

 

 

▲맹렬한 특허공방을 주고받는 삼성과 애플은 역설적이게도 특허괴물로부터 가장 많은 소송을 당하는 기업이기도 하다.(사진: 연합뉴스)

애플과 삼성전자의 분쟁을 계기로 특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동안 일반 대중에게 생소하였던 특허괴물(특허전문기업)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허괴물이란 상품을 직접 제조 및 판매하지 않고 특허를 포함한 지식재산권만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타기업에 대한 라이센스 및 소송을 통하여 수익을 획득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들은 대개 특허를 침해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높은 라이센스 금액을 요구하고, 만일 지급을 거부하면 소송을 통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다.
이러한 특허괴물은 인적 자본 및 제조 시설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데다 IT, BT 등 특정 기술 분야에 걸쳐 강력한 특허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IT 특허 늘어나면서 급속 성장
특허전문기업에 의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 역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IT 분야의 대표적인 특허전문기업인 인텔렉추얼벤처스와 인터디지털이 국내 주요 휴대폰 기업들로부터 받은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특허 로열티는 5년 간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 특허는 전체 미국 특허의 16%에 해당하는 25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각종 첨단 IT 기기의 부품 및 완제품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 및 중소 업체들의 피해는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특허괴물과의 소송은 소요 비용 자체도 막대하지만, 소송 기간 동안 제품의 판매가 금지되는 위험에 따른 피해 역시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또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 피해를 보상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파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특허괴물의 목표가 된 많은 기업들은 대개 협상을 통하여 높은 라이센스 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허괴물은 2000년대 초반 첨단 기술, 특히 IT를 중심으로 특허가 풍부하게 증가하면서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또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던 많은 기업들이 몰락하게 되었는데, 이들 기업들은 자사의 특허를 헐값에 특허괴물에 매각하거나 혹은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특허괴물로 변신하게 되었다.
특히 특허가 기술 연구 및 제품 제조의 부산물이자 경쟁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에서 나아가 기업을 상대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새롭게 재평가된 것도 오늘날 특허괴물의 증가를 이끈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일반 기업, 연구소도 적극 뛰어들어
특허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익 창출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기존의 특허괴물이 아닌 일반 기업과 MIT, 캘리포니아 대학 등 유수의 대학 및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 기관들도 특허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또한 특허괴물의 특허 수집 방법 역시 한층 다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의 특허를 헐값에 모으는 한편, 대학 및 연구소와의 제휴 및 자체 R&D 등을 통하여 가치 있는 특허를 수집하여 거대하고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특허 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특허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허와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RPX라는 특허괴물은 가치가 높은 특허를 선별적으로 수집하여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각 기업들로부터 특허 공세에 대한 보호를 대가로 막대한 라이센스를 받고 있다. 또한 칩워크와 같이 선행 기술 및 특허의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오션토모 등 특허의 경매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다양한 기업들도 특허 가치의 증가에 따라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공세 더 거세질 것
특허 분쟁이 치열하게 격화되면서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특허 라이센스 및 소송 비용에 허덕이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스마트폰 산업에서 특허 소송에 지난 2년 간 200억 달러가 사용되었으며, 201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구글과 애플이 특허 확보와 소송에 사용한 비용이 R&D 투자액을 초과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을 중심으로 과도한 특허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특허 소송의 과도한 금지청구권을 제한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Soft IP(Soft Intellectual Property) 개념이 논의되고 있으며, 특허전문기업의 폐해를 면밀히 주시해 온 미국은 50년만의 특허법 개정을 통하여 선발명주의에서 선출원주의로 전환하고 특허제도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허괴물의 활동을 둘러 싼 비판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허괴물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하여 선진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도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역량 축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의 공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특허 획득과 수익 창출을 위한 특허괴물들의 활동 또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외에도 여러 지역에 걸쳐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 간 긴밀한 상호협력 필요
특허에 따른 비즈니스 위험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은 향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단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날로 확대되는 특허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지적재산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기술 및 제품 개발 단계의 전면에 걸쳐 기술 발전 트렌드 및 선행 기술의 특징과 권리 범위, 그리고 기존 특허의 회피와 개선 가능성 등 특허 정보와 관련된 심층적인 분석이 병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획득 기술을 활용한 제품 성능 극대화 및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활용 등 보유 특허의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독자적인 자체 R&D를 통한 기술 획득만으로는 거세지는 특허괴물의 공세를 견뎌내기 어려우므로 기업들 간의 특허 정보 공유 및 크로스 라이센스 등 긴밀한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

 


4. 특허전쟁, 위기를 넘어라

자본 경쟁력이 곧 특허 경쟁력

전체 소송건수 중 약 40%는 중소·중견기업 대상… 자본 경쟁력 한계 보완해야


▲궁극적으로 특허전쟁은 돈의 전쟁이다. 사진은 삼성갤럭시SⅢ발표회 모습. (사진: 삼성전자)

17C 성문화된 특허법이 도입된 이후 발명자 권리 보호라는 법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온 특허는 21C 들어 가치창출 수단이라는 경제적 관점의 접근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즉, 특허의 자산 성격이 법률자산(Legal Asset)에서 비즈니스자산(Business Asset)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 속에 기업은 특허에 대한 법률자산의 성격 뿐아니라 비즈니스자산의 성격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허확보 전쟁에서 특허 활용 전쟁으로
지식재산 관련 전쟁은 14C 길드 조직이 상권보호를 위해 자신들의 지식을 훔치는 행위에 대한 처벌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C까지의 지식재산 관련 전쟁은 시장 내 독점적 권리 확보를 위해 다른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도되었다면, 21C 들어서는 특히 특허분야에서 공격적 형태를 취하며 시장 보호를 위한 소송제기를 넘어 특허소송 자체를 비즈니스로 하는 모델이 등장하였다.
국내에는 2000년대 초반 지식재산 전쟁이라는 관점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이 시기 전쟁의 의미는 연구주체들이 지식재산을 확보하기 위한 무한 경쟁 시대에 도입했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중반이후가 되면서 지식재산 전쟁의 개념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 시기 전쟁의 의미는 확보한 지식재산을 무기로 연구 및 생산 활동을 하는 주체를 공격하고 공격의 성과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특허 확보 전쟁에서 특허를 활용한 공격형 전쟁으로 진화하면서 산업 및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욱 강력해진 것이다.

산업계 위협하는 핵심 이슈로 진화
우리가 글로벌 특허소송과 같은 특허전쟁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특허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평균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2000년대 초반에는 평균 100만달러, 2000년대 후반에는 평균 300만달러 이상의 손실 발생이 추정되는 등 기업 활동에 치명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 알려진 사건 중 2011년 9월 듀폰-코오롱 간 민사소송에서 코오롱이 듀폰의 영업 비밀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한 법원은 배상금 9억1,990만달러(약 1조원)를 판결하였다. 또한 법원까지 가지 않고 사전 합의를 위한 비용도 기업의 수익구조에 타격을 입히는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글로벌 특허전쟁은 단순히 기업 차원의 손실을 넘어 산업계를 위협하는 핵심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허전쟁은 무역전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 또한 산업 내 소송을 넘어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의 소송이 확산됨에 따라 특허전쟁의 피해범위를 추정하기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이처럼 특허의 가치변화에 따라 심화된 글로벌 특허전쟁과 그에 따른 위협으로 인해 국내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제조 및 R&D 활동의 위축과 시장지배력 확보에 있어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LG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응체계 및 자원 마련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LED 등 IT기반 성장동력 분야의 글로벌 특허전쟁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국내 기업, 더 나아가 산업계가 위기 극복을 위kr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특허전쟁은 ‘돈’의 게임
전쟁이라는 표현은 대상들 간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며, 공격하는 쪽과 공격을 받는 쪽이 있다면, 공격을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좋은 무기, 지도자의 전술, 그리고 용맹한 군인들의 조합을 필요로 한다.
특허전쟁은 어떠한가? 특허전쟁 역시, 좋은 특허와 전략적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유능한 전문가 조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공통적 배경에는 자금력이 존재한다. 결국 특허전쟁 역시 궁극적으로는 돈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자금력을 갖고 전략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가에 따라 글로벌 특허전쟁의 수익분배 구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전쟁에 있어서의 중소 중견기업의 노출된 위험도가 더 높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전체 소송건수 중 약 40%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자체적인 글로벌 특허전략 수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고 본다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는 일정 수준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빠른 시장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R&D 역량 제고를 위한 노력 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NPEs들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수립도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현황에 대한 조사와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해결을 위한 최선은 무엇인가. 우리가 원천적으로 특허전쟁 자체를 발발하지 않게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발발 건수를 최소화하고, 예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유형과 수준은 주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허에 대한 인식이다.

특허권 부여 심사 신뢰성 확보 필요
2000년 중반 이후 특히 특허와 혁신, 그리고 성장 간의 관계 분석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연구주체들의 특허인식은 조금씩 진보해왔으며 앞으로도 더욱 빠른 속도로 진보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특허에 대한 인식은 더 나아가 특허 침해의 위험성 및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허전쟁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중소·중견기업이 갖는 재원 및 역량의 한계 극복을 위해 특허청, 중소기업청 등에서 제공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특허 동향조사, 양질의 특허권리 확보, 컨설팅, 특허분쟁 대응 등 특허 관련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특허전쟁을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입장에서의 지원 방향성도 보다 시장 중심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기업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특허전쟁 관련 기술 및 시장 정보 조사 분석 및 공유를 위한 노력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중소·중견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공익변리사 및 국선변호사 등의 특허전쟁 지원 체계의 구축 및 확대도 중소·중견기업의 특허전쟁 극복을 위한 지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허권을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서 특허권 부여 심사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허권 부여 단계의 심사 강화를 통해 특허분쟁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기업 역시 자사의 기술이 특허로서 가치가 있는지, 기존 기술과 권리적 확보라는 관점에서 충분한 차별성을 갖는지 등을 진단하고 경쟁력 있는 특허명세서 작성을 위한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특허보건소’의 기능을 수행할 전문센터 지원이 필요하다. 상급 의료기관으로 가기 전에 초기 진단 및 처방을 위한 보건소 기능을 특허 지원제도에 연결해서 지역 내 기업의 특허전쟁 대응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상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특허전쟁은 자본전쟁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자본 경쟁력을 갖춘 주체가 특허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자본 경쟁력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관점의 기업 간, 기업과 정부 간 협력적 모델로의 전략 및 정책의 진화가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