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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Dynamic Country|⑰ 미얀마

⑰ 미얀마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외국인 투자 붐
자원부국 인건비 저렴· 큰 시장 강점 ‘포스트 차이나’ 떠올라



 

▲값싼 인건비 때문에 양곤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엔 봉제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밤 미얀마의 경제수도인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I'm your's’로 유명한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인기 가수가 50년 만에 미얀마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이를 본 외신들은 개방의 길로 들어선 미얀마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이뿐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후 첫 해외방문지가 미얀마였는가 하면 현지 슈퍼마켓에서는 60년 만에 코카콜라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개방의 빗장을 활짝 열면서 2년 전만 해도 방 하나에 50달러 정도였던 양곤의 호텔요금은 요즘 300달러 이상 껑충 뛰었다. 동남아의 마지막 기회의 땅인 미얀마에 지금 세계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트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얀마의 2012년 국내총생산(GDP)이 5%대의 성장을 한 것으로 추정한데 이어, 올해는 5.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4년 6.0%, 2015년 6.5%, 2016년 6.9%, 2017년 7.3%로 고속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1년 시장의 빗장 활짝 열어
미얀마는 저렴한 인건비, 풍부한 자원,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 3대 성장잠재력을 모두 갖춘 기회의 땅으로 불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인건비가 저렴한게 강점. 미얀마 노동자 평균 월 임금은 100달러가 안되는 수준으로 이는 인근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의 절반 수준이다. 미얀마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중국 공장들을 유인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복잡한 지질학적 구조를 가진 미얀마는 천연가스(16tcft)·원유(32억배럴)·석탄(3억t) 등 자원광물과 함께 루비 사파이어·금·다이아몬드 등과 같은 보석류, 아연·구리·주석·니켈 등 히토류 등의 매장량도 상당하다.
여기에 군부독재 아래 오랫동안 막혀 있던 시장이 본격 개방된지 얼마 안된 상태다. 버마(미얀마)식 사회주의(군부 독재)에서 45년간 국가체제가 운영돼 오다 지난 2011년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
그해 11월 미얀마는 23년 만에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했다. 법인세 면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토지 임대 기간을 기본 50년에 2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과실송금도 허용했다. 과실송금이란 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번 이익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민주화에 앞장 서 온 아웅산 수치 여사와 군부가 이념 갈등 보다는 빈곤 퇴치를 위해 함께 나서기로 합의한 결과다.
이같은 정치 민주화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원자바오 중국 총리, 일본 외무장관 등은 물론 오바마 미 대통령까지 미얀마를 찾았다. 1인당 GDP가 1,000달러도 안 되는 후진국에 대한 관심치고는 과한 편이다.

미·중·일 등 세계 각국 앞다퉈 진출
미얀마는 중국 외에도 거대 소비시장인 인도, 태국, 라오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3.5배나 되는 영토에 6,000만명이 넘는 많은 인구를 자랑한다.
미얀마의 개방정책에 화답하듯 미국, EU, 캐나다 등 경제대국들도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앞다퉈 풀면서 자국내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일찍이 미얀마에 공들여 온 중국은 미얀마의 제1 투자 대국이다. 중국의 지난해 4월말 기준 미얀마 투자 누적 금액은 139억달러. 중국은 미얀마가 미국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미얀마를 돕고 있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일본 등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달러화 송금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 해소와 함께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2년간 1억7,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도 미얀마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500억엔의 차관을 제공키로 했다. 유럽 국가들도 지원을 약속했다. 스위스는 미얀마에 지난해 800만달러를 제공한데 이어, 올해엔 2,000만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르웨이·덴마크 등도 양곤에 공관을 개설하고 자국 기업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한국 봉제기업 양곤에만 50여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미얀마에 대한 관심도 그룹 총수들이 현지를 방문할만큼 높아지고 있다. 2011년 6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이 미얀마를 찾았다. 최근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CJ 등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들의 진출도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봉제업. 현재도 양곤 지역 120여개 봉제공장 중 한국 기업이 50여개에 이를 정도로 봉제업은 한국 교민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주방용품업체인 ㈜락앤락은 지난 2010년 미얀마에 첫발을 내디딘 후 18개 대형 할인점을 통해 400여 가지의 락앤락 제품을 선보이며 꾸준한 매출신장을 보여왔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약 80%의 매출신장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얀마 교역량은 수출 6억7,000만달러, 수입 3억달러로 한국은 미얀마에 제4위 수입국이자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한편, 지난해 4월 지식경제부가 미얀마 지원협의회를 구성하면서 기업체 150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41곳(94%)이 미얀마에 진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지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도 잇따라 진출하면서 양곤은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인프라 개선이 과제
현재 미얀마는 앞다퉈 달려가 깃발을 꽂고 땅을 차지하던 미국의 옛 서부개척 시대를 떠올린다. 옛 이름 ‘버마’에서 바뀐 국명인 미얀마는 현지어로 ‘빠르고 강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인권탄압 국가,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쯤으로 기억되던 미얀마가 신흥 경제성장국으로 빠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그러나 미얀마가 기회의 땅만은 아니다. 아직은 열악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숙제이다. 1인당 GDP 800달러대의 저개발 국가이다 보니 전력,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이 크게 뒤떨어져 있다. 외국인 투자의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외국인 투자를 승인하는 전담기관인 미얀마투자위원회(MIC)가 있지만 아직 원스톱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토지 소유주, 투자 외의 각종 인허가 등은 각각의 정부 부처, 공기업 등에서 담당하다 보니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얀마의 경제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로 ▲시장경제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정부 거시경제정책의 취약성 ▲불충분한 재정과 국내 유동성 부족 ▲제한된 금융 서비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기업의 동남아 진출 초기와 비교해 볼 때, 미얀마는 아직 투자유치 여건이 조성되지 못한 상태로써 단순히 낮은 인건비, 넓은 소비시장, 풍부한 자원 등의 장밋빛 전망에 현혹되기 보다는 자사의 특성에 맞춰 시장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고 조언한다.



■ 오석원 기자 l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