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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친환경 강소기업|유진테크㈜

유진테크㈜
마찰용접기 국산화로 세계 시장 도전
기술력 일본과 ‘대등’… 국내 시장 저변화 위한 노력도 병행


 



‘용접’하면 두터운 마스크와 튀는 불꽃이 먼저 떠오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용접은 전기나 가스로 높은 열을 가해 쇠를 녹여 붙이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쇠를 이어 붙이는 용접이 있다. 붙여야 할 금속을 마주 대고 회전과 마찰압력을 이용해 용접하는 방식이다. 이 용접법은 방식 그대로 ‘마찰용접’이라고 부른다.
마찰용접은 에너지 소비와 연기·가스·분진 등 유해물질 발생을 최소화 시키는 친환경 공법이다. 용접의 재현성이 높고 안정된 접합강도를 유지하며, 열변이 적고 높은 치수의 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금속 완벽 용접
안산 경기테크노파크 내에 위치한 유진테크㈜(www.ujintech.co.kr, 대표이사 김성윤)는 해외에서 이미 보편화됐지만, 국내에는 이제 도입기나 다름없는 이 마찰 용접 기술을 단숨에 국제 수준으로 올려 놓은 회사다.
마찰용접은 일반용접처럼 용접봉이나 용제 등을 가지고 하는 용접이 아니라 ‘마찰 용접기’라는 특별한 기계장치가 필요하다.
금속을 깍고 가공하는 선반처럼, 마찰용접기도 하나의 설비다. 따라서 이용되는 분야도 일반용접과는 다르다. 마찰용접기는 자동차 부품, 절삭 공구, 건설 기계 및 OA 부품, 전기 부품 및 배관 부품 등 정밀한 부품 분야에 이용된다.
특히 마찰용접은 스틸과 스테인리스,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성질의 금속 용접이 가능하고 동과 알루미늄의 용접과 같은 비철금속의 접합도 가능하다.
유진테크 사무실에는 마찰용접을 이용해 접합한 부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으로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이 보였다. 피스톤 단면을 잘라 마찰용접한 부분을 보여주는 이 샘플은 속이 비었다.
김성윤 대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회사에서는 마찰용접을 많이 쓴다”며 “단조(두드려서 만드는 기술)로는 이렇게 속이 비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 기술과 90% 이상 대등
마찰용접을 이용하면 서로 다른 금속이라 할지라도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완벽하게 접합된다. 간단한 예로 드릴의 날 끝은 강한 금속으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일반 금속으로 해 재료비는 아끼고 강도는 전혀 차이가 나지 않게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50여년 전부터 상용화되어 있던 기술이지만, 국내에 도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마찰용접기의 90%는 수입산이다. 유진테크가 마찰용접기를 생산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 지난 2011년이니, 국산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해외 유수의 제품과 견주어 기술력에서 90% 이상입니다. 반면 가격은 유럽 제품에 비해 40%, 일본 제품 보다는 30% 더 저렴합니다.”
김 대표는 “기술력에서 일본과는 대등하다”고 자신했다. 2009년 창업해 2011년부터 영업하기 시작한 회사가 이처럼 기술에 자신감을 갖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업력이 짧은 것이지 기술개발의 역사가 짧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학졸업 이후 잠시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이내 기계 설비를 만드는 회사를 동업으로 설립했다. 이 회사는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인 2003년 한 대기업 사업부로 회사 자체가 인수됐다. 타 회사 사업부로 흡수된 터여서 김 대표의 업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주문생산이 아닌 범용성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때마침 거래하던 회사에서 마찰용접기 개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업성이 있겠다고 판단한 회사 에서 마찰용접기 개발에 들어갔지만, 주문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등 우여곡절 끝에 회사는 축소되고, 남아서 개발과 납품을 마친 김 대표는 회사를 나와 연구개발을 함께 한 멤버들과 회사를 차렸다. 그게 2009년이었다.


▲김성윤 대표이사.

스탠다드 제품 외 주문 제작 가능
유진테크가 가장 먼저 출시한 제품은 유압식 마찰용접기다. 유압식 마찰용접기는 유압비례제어밸브 제어에 의한 유압실린더 제어로 추력이 발생하는 원리다. AC/DC 모터 사용으로 주축위상제어 마찰용접이 불가능하지만 에너지 소비와 유해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현재 스탠다드 제품으로 8t, 15t, 30t, 60t, 100t, 125t 등 6가지 형식에 각각 싱글헤드와 더블헤드 제품군이 있다.
보다 최근에 개발된 제품으로는 CNC마찰용접기가 있다. 일본제품에 자극받아 개발한 CNC 마찰용접기는 유압식 마찰용접기에 비해 장점이 많다. 먼저 유압관련 장치의 소형화로 설치공간이 줄고 소음이 현저히 줄었다. 또 서보모터 1대로 속도와 압력제어가 가능해 시스템이 단순하고 고정도의 용접이 가능하다. 추력 피드백 제어에 의해 저속영역 및 고속영역에서 제어성과 속도가 향상돼 생산성도 더 좋다. 작업시에만 서보모터가 작용해 에너지 효율도 더 높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로 줄어 훨씬 더 친환경적이다.
다만, 이 제품은 유압식 보다 용량이 작다. 현재 5t과 12t, 그리고 22t 3가지 제품군에 싱글 및 더블헤드 제품이 있다. 단, 유진테크의 모든 제품은 주문생산이기 때문에 스탠다드 제품군 외에 필요한 용량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이 경우 단가가 더 오르고 제작기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올해부터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
마찰용접기는 고가의 설비다. 가장 저렴한 제품이 1억6,000만원, 가장 비싼 것은 10억원까지 된다. 기업들이 쉽게 장만하기에는 부담되는 금액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국내에는 아직 마찰용접에 대한 인식이 그리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 김 대표는 해외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국내 시장에 마찰용접기의 장점과 효율성을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최종견적까지 간 경우가 40여건이나 됩니다. 그중 3건은 직접 회사를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해외 전시회도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진출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김 대표는 또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밀착용접기를 장만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마찰용접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위한 임가공 쪽도 주력할 생각이다.
유진테크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기술혁신상’을, 12월에는 ‘경기 녹색사업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지식경제부의 ‘녹색기술인증’을 취득했다.

■ 이신덕 기자 l ope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