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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COVER STORY | 3. 기고-국내 산업 영향과 대응전략(셰일가스를 중심으로)

기술·환경측면 불확실성 내재, 변동성 높아
미국·캐나다 기업 채굴기술 독점… 중·장기적 다양한 대응전략 마련해야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비스타의 광구. 하비스트사는 총 확인매장량 약 2 억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오일샌드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한국석유공사)

약 5년전부터 미국에서 촉발된 셰일가스 혁명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패권 구도를 흔들 뿐 아니라 다양 한 산업군에서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국제 가스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의 생산 확대로 2010년 백만btu당 5~6달러 수준이었던 미국의 가스가격은 작년 5월 한때 2달러 이하로 하락했으며 현재는 3~4달러대를 형성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제 유가는 70달러대에서 100달러를 넘어선 반면, 미국의 가스가격은 오히려 20~40%로 하락한 셈이다. 이러한 가격하락은 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셰일가스 생산 늘면 국제유가 하락 압력 커져
한국 가스공사는 미국의 사빈패스(Sabine Pass)와 2017년 부터 연간 350만t씩 20년 동안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때 도입가격은 미국의 가스현물시장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지금 바로 미국에서 가스를 도입한다면 우리나라에 도착되는 가격은 약 10달러대(6월 현재 미국 가스현물가격 3.8달러 기준)로 2012년 우리나라가 아시아나 중동 등에서 도입한 평균 가스가격(약 15달러)보다 5달러 정도 낮다.
그러나 이는 현 시점에서 산정한 가격이고 실제 가스가 도입이 되는 2017년과 그 이후에는 미국의 가스가격과 국제 원유 가격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가격차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는 계약방식이 미국에서 도입하는 가스는 미국 가스시장 가격에 연동되고 미국이외 지역에서 도입하는 가스는 국제 원유가격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국제 전문기관들은 미국의 현 가스가격이 셰일가스의 평균 생산비인 백만btu당 4~6 달러 수준보다 낮게 형성되어 앞으로 미국의 가스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실제 미국에서 셰일가스를 도입하는 2017년경에는 미국산 가스의 가격메리트가 지금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지속적인 가스 수출가능성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현재 미국은 셰일가스로 인해 가스생산량이 국내 수요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나 가스 수출의 국익 문제로 수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간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적극적인 가스수출정책으로 전환하고 잠재력이 큰 중국과 유럽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난다면 국제 가스가격 뿐만 아니라 국제 유가에도 하락압력이 커지면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증대 여부는 물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셰일가스 생산이 얼마나 확대될 지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많아 아직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 생산기술 아직 못 갖춰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셰일가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가 직접 해외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해 도입하는 대책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셰일가스 생산공법인 ‘수평시추·수압 파쇄’ 기술은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이 갖지 못한 분야다. 이 기술은 셰일가스뿐만 아니라 셰일오일, 타이트 오일 등 비전통석유의 생산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미국과 캐나다 기업들이 거의 독점하는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셰일가스를 직접 생산하려면 이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현재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미국의 이글포드(Eagle Ford), 캐나다의 혼리버(Hon River) 등 북미지역에서 4개 셰일가스 광구에 투자했는데, 이를 통해 일부 셰일가스 생산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일정 지분만 투자한 형태로 광구개발 운영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고 운영사인 북미기업들의 기술장벽도 워낙 높아 기술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셰일가스 광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동시에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기술을 가진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 석유공사가 직접 운영할 만한 셰일가스 광구확보에 주력하나 높은 부채율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로 투자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비용절감 방안 마련해야
셰일가스는 에너지·자원 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선 셰일가스의 확대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분야가 석유화학산업이다. 대표적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은 원유정제과정에서 추출된 나프타와 가스의 분리공정을 통해 생산된 에탄·프로판을 원료로 사용한다.
미국 화학산업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석유화학산업 확대로 한때 쇠퇴기를 맞았으나 미국 내 셰일가스의 가격하락으로 가스기반의 화학제품 원료가격이 크게 낮아져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되살아나면서 최근 미국 화학기업협회는 미국 기업들이 2020년까지 약 700억달러의 화학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산업은 여전히 고유가의 영향을 받는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함에 따라 북미 지역 화학산업에 대한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우려가 높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셰일가스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의 가스가격과 국제 원유가격의 차이가 축소되어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원가경쟁력 차이가 지금보다는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 화학산업도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공정혁신, 나프타 이외 저가 LPG의 원료화 확대, 직접 광구개발에 의한 원유도입 등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들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조선산업, 긍·부정적 영향 모두 내재
조선산업의 경우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모두 내재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늘어난다면 이를 해상수송하기 위한 LNG선의 신규 발주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LNG 수주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셰일 가스의 수출 증가는 국내 LNG 업계의 기회요인이 된다.
반면에 셰일가스의 생산 증가로 대규모 에너지수입국인 미국이나 중국, 유럽 등의 에너지 자급률이 높아지면 해상물동량이 감소해 우리나라의 조선수주가 그만큼 감소할 수 도 있다.
또한 셰일가스가 크게 증가하게 되면 생산비용이 높은 심해자원개발 산업이 위축되면서 현재 국내 기업의 발주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해상플랜트의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 이같이 셰일가스가 국내 조선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조선산업의 고품질화와 경쟁력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산업변신이 요구된다.

에너지시장 변화 주시, 대응전략 준비해야
셰일가스의 생산이 확대되면서 감속기, 가스압축기, 굴삭기 등의 가스생산설비와 대규모의 물을 공급, 처리하기 위한 수처리(셰일가스 생산에는 대규모의 물이 소요) 설비 등 기계, 부품설비의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 광구의 부재와 해외 광구개발 경험의 부족으로 우리나라의 가스생산 설비에 대한 경쟁력은 아직 글로벌 기업에 비해 제한적이다. 다만 자동차, 조선, 플랜트 등에서 우리나라의 기계나 부품산업은 상당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추었고, 수처리 분야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유럽에 비해 80~90%의 기술수준에 있어 이러한 기반으로 노력한다면 기계, 부품산업의 셰일가스 생산분야 진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해 볼 때 아직은 셰일가스를 비롯해 비전통자원들은 기술과 환경측면에서 많은 불확실요소들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 셰일가스 공급량과 가격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셰일가스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은 많은 가변적 요소를 안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비전통자원이 증가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에너지시장의 변화를 계속 주시하면서 다양한 산업 대응전략들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