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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Dynamic Country | 크로아티아

28번째 EU회원국… 경제발전 부푼 꿈
넥타이·낙하산 발명국, 관광산업이 GDP의 70% 육박




▲7월 1일 EU 가입을 축하하는 수만명의 크로아티아 시민들이 수도인 자그레브 광장에 몰려나와 자국 국기와 EU기를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무명(?)에 가까운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가 한동안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7월초를 전후하여 세계의 언론들은 크로아티아에 관한 보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크로아티아가 7월 1일자로 유럽연합(EU)의 28번째 회원국이 됐기 때문이다.

크로아티아는 어떤 나라?
발칸반도에 있는 크로아티아는 1991년 구(舊)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뒤 1990년대 중반까지 혹독한 내전을 겪었다. 1991년 이전에는 해마다 1,000만명의 서유럽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아드리아해를 찾았다.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 태양의 해변이라는 뜻)로 불리우는 아드리아해가 지중해 연안의 최고 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전을 치르면서 크로아티아 국토는 곳곳이 파괴돼 예전의 아름다움을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크로아티아는 넥타이와 낙하산과 펜의 발명국이다. 낙하산은 1592년 파우스트 브란식이 만들었는데, 범선 돛에 우산살처럼 끈을 맨 것이 시초였다. 만년필을 상용화한 게 미국의 워터맨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명자는 크로아티아인 에두아르 펜칼라였다. 펜이라는 단어도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이렇듯 크로아티아에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다. 인구 450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도 이 나라 출신이다.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개 달마티안 원산지는 아드리아 해안도시 달마티아다.
고급 와인도 생산한다. 300년 역사의 트라미나츠 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에 오를 정도다.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도 안 되지만 프로축구 클럽이 수백개나 되는 스포츠 천국이기도 하다.
초승달 모양의 국토 전체가 ‘신의 선물’로 불릴 만큼 아름다워 관광휴양지로도 인기다. 관광업이 전체 산업의 70%에 육박하는 만큼 어디서든 영어가 통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 6개나 된다.

“EU 가입은 미래를 바꿔놓을 것”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10년 만에 28번째 회원국이 된 크로아티아는 요즘 EU 가입으로 누리게 될 경제적 이득에 들떠있다.
EU는 경제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회원국에 일정 기금을 주는데 크로아티아의 경우, 2020년까지 180억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크로아티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경제발전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액수다.
특히 크로아티아는 실업률이 20%에 달하고 최근 몇 년 동안 경기침체에 빠져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EU 기금은 경제 회생의 종자돈인 셈이다. 앞서 2004년 EU에 가입한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도 EU 기금을 바탕으로 상당 기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보 요시포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EU 회원국이 된 7월 1일 군중 앞에서 “EU 가입은 크로아티아가 유럽의 민주주의와 문화적 가치에 속함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외쳤다.
축하차 방문한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EU 가입은 크로아티아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 받는 처지로 전락할 것”
그러나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EU 가입이 크로아티아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만 던져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높은 실업률 등 경제가 어려워 EU 가입이 되레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유럽권으로의 경제통합이 되면서 물가가 오르고 역내 선진국들에 시장을 뺏기고 산업이 경쟁국에 뒤쳐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크로아티아는 조직범죄와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지 못해 EU 가입 뒤에도 자국 화폐 ‘쿠나’를 사용하고, 쉥겐조약(EU 시민이 입국심사 없이 자유롭게 EU 국경을 넘나들도록 한 조약)도 적용받지 못한다.
타임은 “500만명 밖에 안되는 이 작은 나라가 EU의 거대한 부채위기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며 “EU는 이미 세계무대에서 병자(sick man)로 전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크로아티아의 고질적인 권력 부패와 정크(투자 부적격) 수준인 국채 신용등급을 지적하며 “일부 학자들은 크로아티아가 EU 회원국이 되자마자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탈공업적 구조가 경제성장 걸림돌
크로아티아 경제는 제조업보다 관광산업을 포함한 서비스업과 금융업의 비중이 높은 탈공업(post-industrial)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구유고연방 시절 현 크로아티아 지역 내에 소재한 조선산업만을 이어 받아 국가 규모에 적절한 산업 발달이 어려운 다소 불균형적인 산업구조를 갖게 되었다.
주요 제조업으로는 조선업, 섬유 산업, 금속, 제지업 등이 있으나 민영화 지체,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IMF, 세계은행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또한 도소매업 및 관광부문, 외국인 직접투자가 집중된 금융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이 크며 공공부문의 비중도 EU 기준으로 볼 때 높은 편이다.
크로아티아의 GDP는 1990년대 초반 내전 및 전환경제기의 여파로 급격히 감소하다 1995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2003~2007년간 연평균 약 5%대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400여 km의 도로망 건설 등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 및 민간부문에 대한 신용 확대 등 대규모의 자본지출 프로그램이 가동되며 높은 성장의 버팀목이 됐다.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2%의 GDP 성장을 기록한데 이어 2009년 -6.0%, 2010년 -1.2%로 성장이 위축됐다. 2011년에는 관광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0.2%대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편 올해 2월 크로아티아 경제부 산하 에너지 관리 및 투자지원센터(CEI)는 공공투자 프로젝트 발표회를 통해 향후 10년간 총 20억유로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한국 기업에는 기회 열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은 한국 기업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물류에 이점이 생긴다. 한국에서 크로아티아 남단 리에카항까지는 현재 많이 이용하는 독일 함부르크항까지 가는 것보다 4~7일을 아낄 수 있다. 리에카항까지 배로 물건을 싣고 간 뒤 육로를 통해 유럽 전역에 무비자로 납품하면 지금보다 물류비와 시간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EU 기금으로 추진할 각종 인프라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리에카항에서 헝가리로 이어지는 철도의 현대화와 도로공사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크로아티아 제1산업인 관광 분야에 많은 기회가 생길 전망이다. 크로아티아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손꼽히는 관광지인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EU 가입으로 관광객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지만 호텔 등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정희 KOTRA 자그레브 무역관장은 “크로아티아는 전쟁을 극복하고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룬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도 많은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오석원 기자 l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