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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니하오! 차이나 | 닻 올린 '리코노믹스'의 향배

장기 성장동력 확보 위해 개혁 가속화



▲중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리코노믹스’의 주창자인 리커창 총리.

미국과 일본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5%로 1분기의 7.7%에 비해 0.2%p 하락했다. 중국이 올해 목표한 연평균 성장률은 7.5%다. 이 7.5%의 목표성장률은 성장의 하한치를 뜻한다. 최소 7.5% 성장을 거두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것이며 7.5%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8.1%, 2분기 7.6%, 3분기 7.4%, 4분기 7.9%를 기록했다. 국내외 수요 감소로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7.8%로 1999년(7.6%) 이후 처음으로 8% 밑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었었다. 하지만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둔화하며 올해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당분간 수출부진은 계속될 것
2분기 성장률 하락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수출부진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한 무역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지난 6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해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1로 전월의 50.8에 비해 0.7p 낮아져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과 일본의 무역총액은 1,46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3%, 중국과 EU의 무역총액은 2,592억달러로 3.1% 각각 줄었다. 특히 일본 엔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하락폭이 가팔라지면서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대규모 유동성 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가 추진되면서 100엔 당 위안화 환율이 지난 1월 7위안대가 무너진 뒤 4개월여 만에 다시 6위안대가 붕괴됐다. 일본에 대한 수출 여건이 이처럼 악화한데다 태양광 패널을 비롯해 반(反)덤핑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EU 간 무역전쟁 양상도 전개되고 있어 유럽 수출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웨성(鄭躍聲) 해관총서 통계국장은 “현재 중국의 무역이 비교적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외부시장 수요의 지속적인 약세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내 임금 상승과 위안화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도 수출부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분배구조 개선을 장기정책으로 추진중에 있기 때문에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아베노믹스와 지속적으로 커져가는 중국의 경제규모로 인해 위안화도 강세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추세로 가면 올 3분기 수출도 전망이 어둡다는 게 중국 당국자의 예측이다.

‘리코노믹스’ 칼 빼든 리커창
두번째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리코노믹스(Liconomics)’로 대변되는 중국의 구조조정 정책이다. 리코노믹스는 단기적인 성장률 둔화에 연연하지 않고, 지방정부 부채나 ‘그림자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구조조정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특히 리 총리는 부동산대출을 줄이고, 지방정부 부채를 엄격히 관리하며, ‘량가오이성(兩高一剩·오염 배출과 에너지소모가 높으면서 공급과잉인 업종의 기업을 지칭)’에 대한 구조조정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일시적으로 빚어졌던 금융경색 역시 리커창 총리가 리코노믹스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금융권에 명확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하반기부터는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긴축운용할 것이며, 이로 인한 실물경제의 타격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리코노믹스에 대한 리커창 총리의 의지는 강하다. 이는 그간 성장의 핵이 돼온 제조업과 수출이 완연히 가라앉았음에도 지도부가 부양을 피하고 개혁을 지속할 것을 의미한다. 리 총리는 지난 5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을 하면서 “중국은 현재 발전방식 전환과 구조조정, 성장 촉진 등에 주력하며 공업화, 정보화, 신형 도시화, 농업 현대화를 통해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리 총리는 지난달 중국 지방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장과 고용 등의 지표가 우리가 우려하는 수준을 밑돌지 않고 인플레가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한 구조조정과 개혁에 계속 초점을 맞출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리웨이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가 이제는 장기 성장기조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전 같으면 연평균 성장이 8%를 밑돌면 고용 기조가 흔들리면서 사회 불안이 우려돼 즉각 부양에 나섰지만, 지금은 고용의 압박이 그리 크지 않다. 제조업이 부진해도 서비스업이 약진하면서 고용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분기 구직자 100명당 107개의 일자리가 제공됐다. 지난 1분기의 100명당 110개 일자리보다는 나빠졌지만, 여전히 고용상황은 비교적 넉넉하다. 아직은 리코노믹스를 지속할 사회적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



부양책 꺼내들 시점은 언제?
하지만 리코노믹스가 지속되면 자칫 디플레이션에 빠져 대량 실업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PPI)는 이미 16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중국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융경색, 고용불안, 성장률 7%하회 등으로 이어지는 경착륙이다. 하지만 경착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성장률 목표를 7.5%로 계획했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6%였으며, 중국정부가 풍족한 재정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부양책을 쓸 수 있는 만큼, 하반기에 추가적인 성장률 둔화가 있더라도 연간 성장률 7.5%를 충분히 맞춰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리커창 총리 역시 최근 경제성장률의 하한선을 지켜 지나친 하락을 막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6월 광시(廣西)자치구를 순시하는 자리에서도 안정성장과 구조조정, 개혁 추진 등을 거듭 강조했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도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구조개선작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이 하한선을 하회한다면 언제든지 당국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다.
HSBC의 마샤오핑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언론 기고를 통해 “중국 지도부가 감내할 수 있는 성장률이 7%까지라고 생각해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본의 노무라증권 측은 중국의 성장이 올 하반기 7%를 밑돌 확률을 30%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경기가 리커창 총리의 인내치를 하회한다면 곧바로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난카이(南開)대 경제연구소 소장인 류신(柳欣)은 “중국 기업들의 이윤이 낮아지고 있으며 수입분배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등 중국 경제가 쇠퇴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도시화와 산업 업그레이드를 지속해 목표성장률인 7.5%를 지켜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칭화(淸華)대 중국과세계경제연구센터의 리다오쿠이(李稻葵) 주임도 “하반기에는 정부의 정책 조정과 개혁조치가 나오면서 경제가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통은행 수석경제학자인 롄핑(連平)은 “2분기 7.5% 성장률은 시장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3분기 7.4%, 4분기 7.2%의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올해 전체적인 성장률은 정부가 지난 3월 목표치로 제시했던 7.5%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