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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강원도 대관령옛길-아흔아홉 구비 선계(仙界)를 거닐다

대관령옛길옛 선비들이 서울로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넘었다는 ‘대관령옛길’. 한 선비가 곶감 100개를 가지고 한 구비마다 한 개씩 먹었는데, 길이 끝나고 한 개가 남았다고 한다. 지금은 옛 정취를 찾아 길을 찾은 등산객들이 한가로이 걷는 산책길이 되었다.



강원도 대관령옛길
아흔아홉 구비 仙界를 거닐다

아흔아홉 구비라고 했다. 옛날 과거 보러가던 선비가 곶감 100개를 가지고 한 구비 돌때 마다 한 개씩 먹었더니 길이 끝나고 하나가 남았더란다. 대관령은 한 번 구르면 멈출 수가 없어서 대굴령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지금도 대관령에는 이 이름의 흔적이 남아 있다.
대관령에는 세 개의 길이 있다. 아주 오래 전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넘었다는 대관령옛길과 국도 456호로 이름을 달리한 옛 영동고속도로, 그리고 새롭게 뚫린 영동고속도로가 그 길들이다. 세 길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달리며 만나고 갈라진다.
강릉방면으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대관령의 초입인 횡계IC에서 빠져 나가면 대관령면과 마주친다. 옛 영동고속로 대관령은 여기서 시작된다. 대관령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10여분을 올라가면 옛 대관령휴게소가 모습을 나타낸다. 지금은 대관령마을휴게소로 이름마저 바뀌었다.
대관령마을휴게소 인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생태체험장과 신재생에너지체험관도 들어서 있어 이곳에서만 한나절을 보내도 전혀 지루함이 없다. 특히 이곳에 우뚝 솟아 있는 3기의 풍력발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휴게소 뒤편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면 양떼목장 입구와 마주하게 된다. 양떼 목장은 그림처럼 펼쳐진 초원과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계절 사진동호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대관령의 명소다.
대관령옛길은 옛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강릉 방향으로 1㎞쯤 내려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도로 옆으로 ‘대관령옛길’이라고 쓰인 큰 표지석과 전망대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이 반정(半程)이다. 반정은 길의 절반이라는 의미. 원래 대관령옛길은 대관령이 끝나는 강릉시 성산면, 지금의 대관령박물관 뒤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 길은 다시 산 위로 이어져 대관령마을휴게소 뒤편에 있는 국사성황당에서 끝난다. 총연장은 13㎞다.
강릉시가 새롭게 단장한 대관령옛길은 산책을 하듯 편안한 길과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풍광이 어우러져 마치 선계(仙界)를 거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길 중간쯤에 있는 옛 주막터에는 강릉시가 얼마 전 초가로 된 주막집을 복원해두었다. 여기서 시원한 샘물을 맛볼 수 있다. 길 초입에 잠깐 짬을 내어 대관령자연휴양림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대관령옛길 탐사를 마치고 출출하다면 강릉방면으로 조금 더 내려와 성산먹거리촌을 찾아 가 보자. 길 양편을 촘촘히 들어선 음식점들 사이로 유독 대구머리탕을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 많다.
새해 코끝 쨍하게 시린 하늘과 숲을 만나고 싶다면 대관령을 찾아가보자. 그곳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나란히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대관령 정상의 풍력발전기대관령휴게소 건너편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앞에 우뚝 서 있는 풍력발전기. 모두 3기가 설치되어 있다. 풍력발전기 뒤 언덕에는 영동고속도로준공기념비가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듯 쓸쓸히 서 있다.




대관령옛길 표지석구 영동고속도로 변에 서 있는 표지석. 이곳은 대관령옛길의 반에 해당한다고 해서 반정(半程)으로 불린다. 구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지점으로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대관령옛길 주막대관령박물관과 반정의 중간에 위치한 주막터에는 강릉시가 최근 복원한 옛주막이 있다. 지금은 음식을 팔고 있지 않지만, 과거에는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의 반가운 쉼터였다. 지금은 평상에 앉아 쉬거나 맑은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정도다. 앞에는 구급약이 비치된 함도 있다.



대관령옛길 마을대관령박물관 뒤편 주차장에서 700여m를 올라가면 펜션과 음식점이 들어선 자그마한 마을과 만난다.

양떼목장
대관령마을휴게소 뒤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양떼목장이 나온다. 사계절 아름다운 이곳은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사진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옛 대관령휴게소
지금은 대관령마을휴게소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카페와 음식점들이 입주해 있다. 이 뒤편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양떼목장이 나온다. 휴게소 옆에는 비닐하우스로 된 곤충생태체험장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 내부
이곳에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태양열 관련 자료와 함께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설들이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우주선화장실
대관령옛길 마을에 있는 한 기업이 설치한 우주선모양의 화장실. 설명에는 대관령옛길의 아름다움에 빠져 착륙한 우주선이라는 컨셉이라고 되어 있다. 깨끗하고 아늑한 시설을 갖췄다.


성산먹거리촌
구 영동고속도로길이 끝나는 강릉방향에 위치한 이 음식거리에는 대구머리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유난히 많다. 대관령옛길 걷기를 마치고 이곳에 들러 출출한 배를 채워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대관령옛길 안내도

글|이신덕 기자․사진|김영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