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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프로파일러] 심리와 행동으로 범죄를 분석하다

#1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나가서 범인상을 추정할만한 행동적인 특성을 찾는다. 유전자와 지문 등 현장 감식에서 확보된 물리적 증거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범행 현장을 재구성해서 범인상을 추정해 낸다.

#2 다른 사건을 통해 검거된 피의자를 만난다. 면담을 통해 범인상을 추정할 만한 근거를 만들어낸다.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다. 나중에 발생하는 사건에 이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한다.

앞의 내용은 범죄심리분석관으로 불리는 프로파일러(profiler)들의 주된 임무 두 가지다.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프로파일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 드라마 ‘CSI’와 ‘크리미널 마인드’ 등 범죄심리 수사극에 등장하는 논리적 사고의 주인공들이 바로 프로파일러들이다.


프로파일러가 추구하는 목표는 범죄자의 심리와 행동적인 특성 파악이다. 연쇄살인이나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죄자의 행동과 심리를 분석해서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필수다. 법의학적 증거(DNA․지문 등)나 생물학적 증거를 찾아내는데 주력하는 과학수사와는 다르다.

또 중요 사건이 발생하면 과학수사 요원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해서 범행 준비와 실행, 시신 처리 등 일련의 범죄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해 범행 동기와 용의자 특징 등을 분석한다. 수사관과 함께 용의자 신문에도 참여해 심리적 약점을 공략하며 범행사실을 털어 놓게 만들기도 한다.

선진 외국에서는 우리 보다 일찍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이 도입됐다. 미국에서는 1972년도에 FBI 내에 행동과학부(behavioral science unit)가 창설됐고, 일본에서도 1995년도에 프로파일링을 위한 정보 수집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00년도에 서울경찰청이 감식계를 과학수사계로 개편하고 범죄행동분석팀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현재 국내에는 특별 채용한 40명의 프로파일러가 활동하고 있다. 특채 3기까지 배출된 상태.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이유라(31․특채 2기) 경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2007년 3월 배명(拜命)했으니 오는 3월이면 프로파일러가 된지 만 3년이 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면이 있지요. 트라우마(trauma․외상성신경증)를 잘 극복해내는 게 중요합니다.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떠올려 보지요. 힘들 때도 많지만 생명을 구하고 사회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국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더 크기에 프로파일러가 된 건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자 선물입니다.”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일정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심리학․사회학 전공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 또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기타 이에 준하는 기관에서 특채 시 임용되는 경장 계급에 상응하는 근무 경력이나 연구경력 3년 이상인 사람에 한해 특채 공고가 있을 경우 응시할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멋지고 화려한 직업만은 아니다. 범인처럼 행동하고 생각하며,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힘들고 고된 직업이다. 물론 정확한 판단력과 치밀한 논리력으로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내는 ‘정의로운’ 직업이다.

김중근 기자 kjg21@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