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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약초, 함부로 먹으면 독이 되는 이유

Health-약초와 건강
약초엔 수백 배의 독성농도 들어 있어

자연을 벗하여 먹는 음식을 약으로 알고 먹고 산다면, 이 사람을 일컬어 도인(道人)이라 하며, 두 갑자(甲子), 즉 120년을 살 수 있다고 한다.

29세에 스위스 바젤대학의 교수가 된 파라셀수스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에는 독성이 없는 것이 없다’라고 주장하여 근대 독성학의 시조라고 일컫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 또한 좋은 면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옛날 어른들이 ‘음식이 약(食卽藥)’이라 한 것은 맛이 있다고 하여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좋아하는 음식만을 골라 먹거나하는 것을 경계한 것일 뿐만이 아니라 어떤 물질이든 사람에게 좋고 나쁘거나, 필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는 양면적 성질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였으며, 근대 과학적으로도 입증이 되기에 오늘날 까지 새겨들어야 할 매우 좋은 지적이 아닐까 한다.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그 중 50%가 유의성이 있는 효과가 있으면 이를 유효농도(ED50)이라 하고, 50%가 죽으면 독성농도(LD50)라고 한다. 유효농도와 독성농도와의 차이가 약 만 배 가까이 되는 것이 우리들이 매일 먹는 오곡(五穀) 등 곡식류이며, 천 배 정도 되는 것이 약리작용이 좀 있으며, 맛이 강한 음식들로 우리가 사용하는 향신료나 양념류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향신료 중에는 약과 같이 백단위의 정도의 차이만 나는 것이 있으므로, 매일 섭취하거나 과량 먹기에는 좋지 않기에 주의를 필요로 한다. 약 중에도 항암제 같은 것은 열 배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매우 독한 약도 있으므로 약은 전문가들의 지시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 유효 대비 독성농도가 백단위에서 천 배 가까운 것을 우리가 흔히 약초라고 하여 질병의 치료나 방어 또는 인체의 작용을 조절하는 용도로 이미 고대로부터 사용하고 있다. 사람의 감각 능력은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기기보다 탁월하여 눈으로는 400~800nm 영역의 파장의 빛을 색으로 감지하며, 20~20,000Hz 주파수의 소리를 귀로 듣고, 코와 혀로는 약 10억분의 1 농도의 냄새와 맛을 구분한다. 도심에 사는 현대인 보다는 원시 밀림에 사는 원주민들이 이러한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약초와 독초를 구분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연을 벗하여 살 수만은 없는 현대인이기에 거의 필연적으로 약물이나 약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 한다. 옛날 보다는 위생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세균과 같은 미생물에 의한 질병은 많이 없어져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나 바이러스나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레온 같은 단백질이 우리들을 위협하고 있다. 과학이 진보하는 만큼 질병도 진보하는 아이러니한 면이다. 특히 바이러스는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체로는 생명력이 없는 단백질 덩어리이나 생물의 세포막을 투과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숙주의 세포를 파괴시켜 질병을 유발한다. 즉, 바이러스가 생체에 들어가 활성화가 되기 전까지는 열이나 자외선 등에 약하므로 없애기가 비교적 쉬우나, 일단 활성화가 되면 죽이기가 쉽지 않고, 숙주 유전자와 더불어 쉽게 변이하므로 변종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면역항체를 만들어야만 하는 고약한 점이 있다.


요즈음 우리에게 번거로움을 주고 있는 신종 플루도 이와 같아서 인체가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인 손과 입과 코를 청결히 하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나, 나이와 관계없이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인체의 면역 기능이 약화되는 순간, 세포내로 침투가 되면 빠른 복제로 인하여 고열이 나며, 다른 장기로 쉽게 옮아가 염증과 같은 다른 증상을 유발하므로, 이를 제어하기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요즈음 이의 예방에 좋다고 권장하는 식품들이 조금씩 소개되고 있기는 하나, 필자가 생각하는 바를 지면 관계로 다음 호에 적기로 하고 <약초와 건강> 이야기에 앞서 간단히 서론에 가름합니다. 약초 이야기와 더불어 관련된 건강 상식도 함께 간간히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옥표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opzee@gpr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