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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가정주부에서 CEO로, 책에서 찾은 사업 아이템

CEO와 冊
김상화 갤러리오채 대표의 <공예가의 길>
“공예,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린 아름다움”


“10년이란 세월이 훨씬 더 넘은 책, 그때도 밑줄 그으며 읽었고 지금도 밑줄 그으며 읽고 있는 책이랍니다. 제게 가정주부에서 CEO라는 제 2의 삶을 열어준 책이거든요. 책 속에 제 사업 아이템들이 그득해요.”

김상화 갤러리오채 대표(41)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책을 무식할 정도로 수집하고, 무식할 정도로 다독하는 디자인을 전공한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예술에 대한 갈증이 남달랐던 김 대표는 늘 책을 통해 그 목마름을 해결했다. 어떤 때는 하루에 책을 20권 사 들고 들어왔다. 그 중에서 오랜 세월동안 그녀의 손에 꽉 붙들려 있는 책은 지금은 절판되어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쓴 <공예가의 길>이란 책이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조선 미술에 심취한 일본 공예가예요. 조선을 20여 차례나 방문하고, 그것도 모자라 조선민족미술관도 설립했어요. 조선예술, 그중에 특히 조선의 공예품을 발굴하기 위해서요. 야나기는 ‘공예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버린 아름다움이다’라고 말해요. 사용에 근거한 아름다움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공예는 예술의 숭고함, 거대함, 고결함보다는 포근함과 친숙함을 나타내요. 벽에 걸어둔 그림과, 작가가 만든 컵을 사용하는 것의 차이, 이게 바로 공예와 예술 간의 차이랄까요. 이 공예가 바로 제 사업 아이템이랍니다.”

‘한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김 대표의 명함 뒷 부분에 적혀 있는 문구다. 김 대표의 꿈이자 김 대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 김 대표는 공예만큼 대중화된 예술은 없다고 말한다. 스토리(역사)가 작가의 손을 거쳐(hand made) 사람들 손에 유형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란다.

“한국 예술사에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한국의 미를 논할 때마다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야나기예요. 이 책에서 야나기는 한국의 미를 ‘비애(悲哀)의 미’로 칭했어요. 흔히들 한국의 정서를 ‘한(恨)’이라고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지요. 하지만 전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한국의 미는 ‘여백(餘白)이 있는 자연미’라고 생각해요. 공예품의 문양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한국의 자연이 담겨져 있거든요.”

시대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살 길은 문화예술 부문이라고 말하는 김 대표. 미술이나 음악이니 하는 예술들은 돈이 있어서 즐기는 것들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많은 분들이 명품을 좋아하죠. 하지만 명품보다 한 수 위가 작가들이 만든 작품(공예품)이라는 사실 모르셨죠? 이름 모를 작가의 컵 하나가 명품보다 더 값어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지금 우리가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이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역사 때문이죠. 공예품에는 작가의 정신, 기술 거기다 스토리까지 담겨 있어요. 그렇기에 가능하죠. 우리나라의 스토리(역사)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요. 한국 공예가 명품보다 더 값어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예술분야 책을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먼저 사랑하면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늘 함께 숨 쉬고 만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예술이랍니다.”

김수진 기자 ks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