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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분노하는 중산층-경제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 심화


<COVER STORY>-2012년 중산층 리뷰

 

2. 분노하는 중산층

경제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 심화됐다

전 세계 중산층 시위 확산일자리 불안, 물가상승 등 주원인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앞으로 희망이 있는가?”

글쎄내지는 명확하게 아니오를 외치는 대한민국 중산층이 늘어가고 있다. 실업이나 파산 등의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고, 한번 빈곤층으로 추락하면 다시 중산층으로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 속에 대한민국 중산층은 절망하고 있다.

 

삶의 희망 잃어가는 중산층

중산층으로 살다가 대출이자에 치여서 생활비가 부족해서 노후자금이 없어서 신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는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내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물가는 4%대로 올랐고, 지난해 9월까지 실질임금 증가율은 3.49%였다. 중산층이 대부분인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 등이 빈곤층으로 추락하면서 사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빈곤층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산층에게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이 소득,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했을 때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에 있다고 대답한 가구주가 45.3%에 달한다. 중간층에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52.8%로 가장 많았지만 상층 비중은 1.9%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9년 조사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상층과 중간층이라고 대답한 비중은 각각 0.8%p, 2.1%p 줄어들었으나 하층 비중은 2.9%p나 늘었다.

일생을 노력해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도 58.7%였다. 10명 중 6명이 앞으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셈이다. 자식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은 48.4%에서 41.7%로 떨어진 반면 회의적이라는 답변은 30.8%에서 43.0%로 늘어났다

 

                          <600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언제 신빈곤층으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어 있다.>

 

글로벌 경제 편입 후 위기 시작돼

1990년대 말 불거진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바짝 쪼그라들었다. 1960~1980년대 급속한 경제발전의 산물로 탄생한 중산층은 경제적 위치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서민이라도 쉽게 사회 중간층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한국경제는 급속히 글로벌 경제에 편입됐고 그로 인해 중산층의 삶은 점점 팍팍해졌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급변하고 계층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물가상승과 임금동결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린다. 명품시장과 사교육시장은 점점 팽창하면서 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산층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중산층의 몰락이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OECD 등의 분석에 따르면 1979~2007년 동안 미국 상위 1%의 실질소득은 275% 증가했으나, 중산층의 실질소득은 40% 증가에 그쳤다. 금융위기 이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감소해온 영국의 경우에도 2015년이나 돼야 2001년 수준으로 평균임금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의 양극화 속에 계층간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양극화 소득 불균형 키워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에서 초래됐고 그 결과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경기침체에 대한 세계적 불안은 거대한 분노를 몰고 오고 있으며 그 분노의 중심에는 중산층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불안이 미국, 영국, 이스라엘, 칠레 등에서 시위의 세를 불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미국의 중간 가계소득은 49,445달러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5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화,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기업은 수익성이 확대된 반면, 민간부문의 일자리는 200만개가 줄어들면서 미국 성인들의 취업률은 58.2%1983년 이래 가장 낮았다. 고용불안으로 인한 소득 불평등이 월가의 시위를 키운 셈이다.

 

지난해 경제고통지수 역대 세 번째로 높아

40대 직장인 김동근(47·성남 삼평동) 씨는 월급쟁이들이 자녀를 교육시키고 집과 차를 사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산층의 정상적인 소득으로는 더 이상 과거처럼 생활하기가 어렵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월가의 시위처럼 중산층이 주축이 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지 말라는 법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조남영(38·용인 보정동) 씨는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 취업이 어려워 대출을 받아 식당을 차렸지만 경쟁과다로 운영이 어렵다일자리가 없다보니 경제적 기회가 박탈되고 언제 개선될 지도 모르는 경제적 불평등 앞에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2011년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삶의 어려움을 계량화한 경제고통지수(물가상승률+실업률)2001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10월까지 7.5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분노 속에 중산층의 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