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Economy>
생산원가의 100배 폭리 취하기도
고가 해외화장품 거품 논란
“고 대리 나 다음 달에 중국 출장 가. 화장품 뭐 사다 줄까?”
해외 출장 때마다 박호영 대리는 직장 동기 고민경 대리의 화장품 구매대행을 해왔다.
“안 사! 안 사!!! ~~ 필요 없어!”
갑자기 버럭버럭 해대는 고 대리의 이상한 반응에 박 대리는 어리둥절하다.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백화점 비싸다고 면세점 화장품만 사 썼잖아. 고 대리 생각해서 화장품 심부름 해주려고 한 건데!”
“됐어. 이제 수입화장품 안쓰려구. 세상에 말이야. 뉴스 보니까 수입화장품 판매가격이 통관가격의 20배가 넘는다잖아. 아무리 면세점이라도 수십배에 달하는 가격 거품까지 치르면서 외제 화장품 사 쓰기가 너무 돈 아까워.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화장품을 찾아볼 거야.”
수입 원가보다 수십배 비싸
최근 중국 경제전문지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중국의 생활용품, 음료, 통신 등 ‘10대 폭리상품’ 중 화장품이 가장 많은 폭리를 취하는 상품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피테라 에센스)의 제조원가는 6.5위안(1,160원)에 불과하지만 650위안(약 11만6,000원)에 판매돼 100배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 중국증권보는 “대부분의 고가 수입화장품의 원가는 10위안 이하”라며 “수입화장품을 선호하는 중국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들도 중국 여성들처럼 막대한 비용을 주고 화장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 오히려 한국에서는 중국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SK-II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의 경우 중국 판매가보다 무려 5만4,000원이 더 비싼 17만원. 실제 식약청 등의 조사결과 17만9,000원에 수입된 프랑스산 화장품 시슬리 ‘수프리미아’의 판매가는 85만원, 갈색병으로 불리는 에스티로더 에센스(나이트 리페어 리커버리 콤플렉스)의 통관가격은 6,300원에 불과하지만 백화점 등에서는 15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입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전 세계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며 “한국은 광고모델료 등이 높게 형성돼 있어 한국산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와 비교해도 가격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중간이윤 30~40%
그러나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화장품의 생산원가는 소비자가격의 5~10%선에 불과하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해외 유명 화장품이 세계 1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비싸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가격 구성 비율 중 매장 수수료와 운영비, 인건비가 50%, 광고 판촉 비용이 20%를 차지한다. 고가 화장품의 소비자 가격 책정 요소에는 제품 원료, 용기, 광고비, 부가세뿐만 아니라 백화점 수수료도 포함된다. 특히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중간이윤(마진·margin)이 차지하는 비율이 31∼40%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해외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은 수입원가보다 최고 7~8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5일부터는 화장품법이 개정돼 인터넷 등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되던 샘플 화장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됐다. 그러면서 수입화장품 가격은 평균 3~10%씩 인상됐다.
최근 ‘저렴이 화장품’ 인기몰이
이미선(35·화성 병점동) 씨는 “나이가 들수록 화장품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 여자 마음”이라며 “비싸야 잘 팔리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교묘히 이용하는 것 같아 소비자로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지은(43·서울 잠실동) 씨는 “고가 브랜드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좋은 원료를 썼을 거라는 제품에 대한 신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는 대체로 그럴 것이라는 추측일 뿐 일부 고가 브랜드가 실제로 얼마만큼 차별화 된 화장품 효능을 보이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장품 전문가들은 “단순히 가격만으로 제품 품질을 논하긴 어렵지만 제품의 차별화 전략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사실”이라며 “좋은 화장품을 고르는 현명한 선택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고가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일명 ‘저렴이 제품’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일례로 미샤가 SK-II의 피테라 에센스와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에센스를 겨냥해 내놓은 대체상품 ‘타임레볼루션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출시 3개월만에 40만개 판매, 정가 4만2,000원)’와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미샤 판매량 1위, 정가 4만2,000원)’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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