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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팔달문시장] 200년 전통과 문화의 꽃이 활짝 핀 시장

조선시대, 개혁을 꿈꾸던 정조는 자신의 꿈을 펼칠 새로운 땅으로 수원을 주목했다.

“수원을 한양에 버금가는 경제자족도시로 키워라!”

도시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업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조는 수원 팔달문에 시장을 열고 전국의 유능한 상인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시장, 역사상 유일하게 왕이 만든 시장이 바로 팔달문시장이다.

<수원의 다른 이름은 ‘유경(柳京)’이다. 수원천도를 꿈꾸던 정조는 팔달문 앞 수원천에 버드나무를 심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선비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다. 역사상 유일하게 왕이 만든 시장 팔달문시장과 양반에 뿌리를 둔 수원상인, 유상(柳商)은 그렇게 탄생했다.>

예부터 수원 팔달문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서 꼭 거쳐야 했던 관문이었다. 그 관문을 끼고 넓게 자리하고 있는 팔달문시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업의 중심지이자, 부와 풍요의 상징이었다.

조선 정조시대, 문을 연 팔달문시장은 2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숱한 전쟁과 일제 강점기,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이 시장은 현대에도 여전히 수원시 버스노선(136개 노선) 중 40%인 53개 노선이 경유하고 수원시 21개 전통시장 중 9개 시장이 밀집돼 있는 등 수원의 중심상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팔달문시장의 과거, 그리고 현재.>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3월, 겨울의 끝자락에 선 팔달문시장은 겨울상품을 밀어내기 위한 막바지 세일이 한창이었다.

팔달문시장으로 들어가는 큰 거리인 유상의 거리를 지나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가자, 가게마다 세일을 알리는 다양한 문구와 함께 세일상품들을 밖에다 진열해 놓는 등 손님몰이가 한창이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세일, 대박 세일이 왔어요~!”

“구경은 공짜! 구경하는 건 돈 안 받으니깐 들어와서 보고나 가요.”

바람까지 불어 더욱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 안에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상인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겨울코트부터 두꺼운 이불, 바람막이 점퍼 등 팔달문시장 곳곳에는 막바지 겨울세일이 한창이었다.>

인근에 있는 지동시장과 못골시장, 미나리광시장이 농산물, 수산물 등 먹거리로 유명하다면 팔달문시장은 의류, 가방, 신발, 잡화 등 생필품이 주요품목이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의류브랜드 매장과 가구거리, 통닭골목 등이 있어 90년대까지 이곳은 수원시내 젊은이들이 모이는 가장 번화한 장소로 명성을 누렸다.

“예전부터 수원상권 일번지하면 무조건 이곳, 팔달문시장이 첫 번째였어. 어린 학생들부터 대학생, 직장인할 것 없이 젊은이들은 무조건 여기로 다 모였다니까. 삼성전자 월급날이면 몰려오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

<다양한 의류브랜드 매장과 화장품 매장, 귀금속 매장들이 모여 있는 팔달문시장은 마치 서울 명동골목을 축소해 놓은 듯 하다.>

팔달문시장에서는 난전에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옛날 시골장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에 비와 눈을 막아주는 아케이드 골목 아래로 깔끔하게 늘어선 브랜드 매장들, 그 사이로 떡볶이, 만두, 어묵 등 쇼핑의 재미를 더해주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이 손님들을 유혹한다. 시장을 둘러보다보면 마치 서울 명동의 축소판에 온 듯 한 착각마저 든다.

<어묵과 떡볶이, 만두, 밤빵 등 길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거리들이 쇼핑에 지친 사람들의 발길을 세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언제나 활력이 넘쳤던 시장. 하지만 최근 수원역 애경백화점과 갤러리아 백화점, 대형마트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수원상권의 중심, 팔달문 시장의 명성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요즘은 쇼핑할 때 다 차를 가지고 나오잖아. 근데 여기는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불편하단 말이지. 아케이드도 설치하고 팔달주차타워도 만들었지만 예전처럼 손님을 끌어 모으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야.”

<전통시장의 위기탈출을 위해 팔달문시장은 전통과 문화에 주목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 아닌 문화를 파는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장은 유상박물관, 팔달문상인방송국 ‘사통팔달 온에어’, 문화센터 및 쉼터, 스마트 중앙관제실(시계방향)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 시장에서 물건만 팔아서는 안돼. 쇼핑은 물론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하지.”

팔달문시장은 지난 2001년 ‘차 없는 거리 조성사업’부터 시작해 지난해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선정되는 등 옛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시장은 지난 2월 29일, 팔달문시장의 과거와 현재 등을 모아놓은 유상박물관을 개관한데 이어 상인들이 직접 DJ로 참여하는 라디오방송국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전통시장 최초로 스마트 방범과 방재, 방송 서비스 등 실시간 통합 관리, 운영하는 중앙관제실도 구축했다.

<팔달문시장상인회는 외국인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한 문화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밤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야시장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팔달문시장상인회 신동호 기획실장은 “안전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CCTV설치 등 시장 내 도난과 화재 등 재난에 대한 실시간 상황을 입주상인과 관계기관 담당자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화성행궁 등 문화재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옛날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주요품목: 의류, 이․미용재료, 귀금속류, 먹거리, 잡화 등

인기품목: 의류, 잡화 등

시장음식: 떡볶이, 만두, 오뎅, 통닭 등

문의처:팔달문시장 상인회 031-251-5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