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자가진단 해볼까?

우울증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기록에 의하면 독재자 히틀러도, 최고 인기를 누린 케네디 대통령도, 성추문의 주인공 클린턴 대통령도 다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비교적 흔하게 발병하기 때문에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우울증이란 단순히 기분이 울적한 정서적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하나의 질병이라 할 수 있다.

우울증이 많은 미국에서는 5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 정도 우울증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0명 중 1명 꼴로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을 갖고 있다. 많은 질환이 그렇듯이 우울증도 환절기에 흔히 생기는 편인데, 특히 겨울철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은 일조량과 관계가 있는데 햇빛 쏘이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햇빛이 쨍쨍 내리 쬐는 맑은 날은 적고,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우울증 환자가 많다. 일년 내내 밤이 길어서 햇빛을 많이 쪼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우울증이 비교적 많다. 그리고 이러한 우울증 환자들이 맑은 날씨가 많은 지역으로 이사 가서 살면 우울증 증세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광선이 눈으로 들어오면 빛과 색깔에 예민한 광수용체가 전기적 충격으로 바뀌고, 이들 전기충격은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되며, 여기에서 시상하부를 흥분시켜 신경전달물질을 내 보내게 되고, 이것이 자율신경의 기능을 조절하게 되는 것이다.
시상하부는 혈압, 체온, 호흡, 소화, 성기능, 정서, 면역 기능, 노화과정, 생체리듬을 주관하는 내분비계의 한 부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다우닝 박사는 대뇌피질을 자극하여 동기부여, 학습능력, 사고능력, 창의력, 기억력 등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변연계를 자극하여 정서적인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도, 뇌간을 자극하여 손 기능과 몸의 균형을 잡는 것도 다 광선의 생리작용 중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광 생물학자 존 오트 박사는 건강 유지에 필요한 광선은 ‘온 광선’이라고 주장하는데, ‘온 광선’이라는 것은 유리나 색안경을 거치거나 또는 반사되어 일부 파장대가 걸러진 광선이 아니라 모든 파장을 몽땅 지닌 자연적인 광선을 의미한다. 형광등이나 일반 전등 같은 대부분의 인공 광선은 ‘온 광선’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 90% 이상을 불충분한 광선을 받으며 실내에서 지내거나, 광선 중에 일부 파장대가 결핍된 상태에서 살면 인체에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히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 피곤증, 충치, 골다공증, 과격한 분노심, 면역력 저하가 생길 수도 있고, 심장질환, 중풍, 탈모, 피부 손상,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 치매, 암 등의 유발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가 보고 되었다.
낮 시간도 짧고, 해도 멀리 있고, 추우니까 밖에 자주 나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쏘이는 햇빛량이 적어지는 겨울철에 우울증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유 없이 기분이 울적하고, 식욕이 떨어지고, 잠이 잘 안 오고, 피곤이 계속되고, 괜히 불안 초조감을 느낀다면 우울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은데, 만일 그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한 상태이다. 상담이나 정신치료로 비교적 잘 낫는 질환이긴 하지만 좀 심한 경우에는 약물치료, 전기충격치료, 인지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Clip. 우울증의 자가진단법

다음에 열거하는 증상 가운데 10개 이상에 해당되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1.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2. 울적하고 슬프다.
3.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4. 마음이 불안해서 안절부절 한다.
5. 쉽게 피곤 해 진다.
6. 잠이 잘 안 온다.
7.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8. 밥맛이 없다.
9. 숨이 막히듯 가슴이 답답하다.
10. 즐거운 일이 없다.
11. 일하고 싶지가 않다.
12. 열등의식을 느낀다.
13. 죄책감을 자주 느낀다.
14. 평소보다 자주 울게 된다.
15. 머리가 자주 띵하다.
16. 현기증이 생긴다.
17. 일상생활이 만족하지 못하다.
18. 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
19. 화를 자주 낸다.
20. 건강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21. 사람들과의 대화가 싫다.
22. 힘이 빠진다.
23. 체중이 준다.
24. 눈이 피곤하다.
25. 손발이 떨린다.
26. 두통이 심하다.
27. 눈앞이 깜깜 해 지곤 한다.
28. 공연히 가슴이 뛴다.
29.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30. 변비와 설사가 되풀이 된다.

전세일 CHA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원장 chunsca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