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通

억대 연봉 카레이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질주는 인간의 본능이다. 누구나 빨리 달리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있다. 그래서 달리기와 마라톤 경주에 빠져들고 또 빨리 달리는 자동차에 열광한다. 빠르다는 것은 곧 강하다는 것과 통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빠른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것 중 자동차경주(카레이싱)를 빼놓을 수 없다. 폭발적인 질주와 스릴을 만끽하는 카레이서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카레이서 하면 금방 떠오르는 이가 유명 탤런트인 류시원(40·EXR 팀106)이다. 그는 1996년부터 모터 레이싱에 발을 담근 국내 1세대 카레이서다.

그가 드라이버가 된 계기는 우연하게 시작됐다. 방송 예능 프로에서 모터 레이싱을 체험하면서 레이싱에 무섭게 빠져들었다.
당시 소감에서 “며칠 간 불면에 시달릴 정도로 설렜다. 거대한 힘에 이끌리듯 서킷으로 향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눈을 감으면 서킷의 온갖 코너들이 그려졌고, 침대에 누우면 코너에 진입하던 오싹한 순간이 자꾸 떠올라 심장이 뛰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현재 팀106을 창단해 감독겸 선수로 활동하면서 스폰서 유치와 후배 레이서를 육성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자 카레이서로도 유명한 류시원.>

 “그만 멈춰! 피트인 하라고!!” 긴박한 무전이 카레이서의 귓가를 울린다. 충돌사고로 머신이 고장 난 상황. 새어나오는 휘발유 냄새에 정신이 몽롱해져온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무거워진 핸들을 잡은 손이 부르르 떨린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결선 레이스를 최하위로 시작했지만 1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가속페달로 전해진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연료가 바닥나 버렸다. 속도가 떨어진 그의 머신은 결국 3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리곤 카레이서는 정신을 잃었다.

<연봉 1억원대를 받는 CJ레이싱 소속 김의수 카레이서.>

CJ레이싱 소속 카레이서 김의수(40). 레이싱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10여년 전의 이야기다. 그 역시 우연히 본 레이싱 대회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어요. 1991년에 용마컵 오프로드 레이스란 대회를 봤어요. 질주하는 자동차를 보는 데 피가 끓더라고요. 그 뒤로 만날 레이싱팀에 찾아가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결국 그는 ‘화랑 레이싱’ 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때 나이가 23세. 그렇게 그는 비포장 도로에서 시합하는 오프로드 레이싱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하루 종일 산길을 운전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첫 출전한 대회는 1993년 6월 태안반도 청포대에서 열린 오프로드 경기.

이후 그는 오프로드 대회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러자 ‘우리나라 최고의 카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서킷에서 열리는 온로드 선수로 전향한 이유다. 오기와 근성으로 똘똘 뭉쳤던 이 늦깎이 카레이서는 이젠 억대 연봉을 받는 카레이서가 됐다. 지금은 카레이서를 꿈꾸는 수많은 국내 젊은이들의 우상이다.

 카레이서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도전정신은 기본이고 순발력과 판단력이 중요하다.

“우스갯소리로 카레이서는 눈이 8개라는 말을 해요. 카레이서는 대부분 두뇌회전이 아주 빨라요. 0.025초의 싸움이에요. 경기를 하면서 수온, 유압, 주변 차와의 거리, 무전내용 같은 수십 개가 넘는 정보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순간적 판단을 내려야 하거든요. 한 순간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려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코스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 십상이에요.” 김의수 카레이서의 말이다.

국내 모터스포츠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서주원(18·피노카트). 그는 지난 3월 11일 끝난 2012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시리즈 1라운드에서 우승했다. 파주 스피드파크에서 열린 로탁스 맥스 시리즈 결선에서 1.004㎞의 서킷 20바퀴를 16분30초538에 주파하며 1위로 골인, 지난해 챔피언을 차지한데 이어 올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의 꿈은 국내 첫 F1 드라이버가 되는 것. 중2 때 F1 드라이버의 입문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카트를 시작한 그는 1년여 만에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 후로 3년의 짧은 시간 동안 2010 코리아 카트 시즌 챔피언, 2010 한국모터스포츠 대상 ‘올해의 카트드라이버상’ 수상, ‘2011년 JK레이싱 아시아 시리즈’ 최연소 선수 출전 종합 14위, ‘2011 F1 코리아 그랑프리’ 홍보대사와 같은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0년부터 국내 최초로 F1경주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 전남 영암 경주장.>

 F1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규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1년간 세계 20여개 국을 순회하며 총 20라운드에 걸쳐 경주 후 라운드별 득점을 합산해 챔피언을 결정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전남 영암에서 F1 대회가 열렸으며, 올해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가 개최된다.

F1 드라이버가 되려면 보통 카트→포뮬러 BMW/르노→F3→GP2/F2의 단계를 거쳐야 된다.

F1 드라이버는 모든 카레이서들의 영원한 로망. 세계 최고의 레이서들이 매년 세계 각국을 돌며 지상 최고의 레이싱을 펼친다. 게다가 F1 드라이버는 연봉이 수백억원에 달해 프로스포츠 선수들 사이에서도 고액연봉에 속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실제 키미 라이코넨(페라리)·루이스 해밀턴(맥라렌) 등 F1 특급 스타의 연봉은 500억~600억원에 달한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즐기며 돈과 명예를 모두 누릴 수 있는 카레이서의 세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이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