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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다질링-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향을 내는 차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향을 내는 차

다질링

 

다질링, 다질링. 입 안을 맴도는 예쁜 말. ‘눈부신이란 뜻을 가진 영어 dazzling[대질링]과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왠지 그 아름다운 맛에 흠뻑 빠져들 것만 같다.

다질링은 인도어로 천둥이 치는 계곡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홍차 종류인 다질링(Darjeeling), 아쌈(Assam), 닐기리(Nilgiri) 등은 홍차 이름이자 인도 지역 이름이기도 하다. 다질링 지역은 인도의 캘커타 북부 히말라야 산맥 남동쪽 고원지대에 위치한다. 평균 해발고도가 2,000m가 넘는 이 지역은 일년 내내 피어오르는 안개가 홍차의 품질을 좋게 만들어 준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1840년대부터 다질링 지역은 동인도회사가 점령하고 있었는데 의사로 체류하던 캠벨 박사가 중국에서 들여온 차나무 씨앗으로 다질링 홍차를 만들어내면서 1850년대 이후 다질링 지역은 유명한 차 재배지가 됐다.

 

 

 

소량 생산되는 다질링 홍차는 지역의 특성상 머스캣향을 지녔다고 해서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멋진 별명도 갖고 있다. 머스캣향이라 일컬어지는 특유의 포도 향은 다질링 홍차를 단박에 세계에서 가장 감미로운 향기를 가진 차라는 극찬을 받도록 만들었다.

다질링은 퍼스트 플러쉬, 세컨드 플러쉬, 오텀 플러쉬 등 3가지로 나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오면 새순과 어린 잎을 3월과 4월 사이에 수확해 4월말부터 홍차로 선인다. 이것은 매해 처음 생산되는 봄차로 퍼스트 플러쉬라 부른다. 첫물차인 퍼스트 플러쉬는 푸룻푸룻한 빛깔의 녹차에 가까운 색을 띠며 맛도 녹차와 홍차의 중간 맛이 난다. 봄처럼 순하고 향긋한 맛에 매료된 홍차 애호가들은 매년 4월을 애타게 기다린다.

뜨거운 햇살을 받아 좀 더 단단하게 자란 잎을 5월말에서 6월초에 거둬들여 7월부터 맛볼 수 있는 여름차를 세컨드 플러쉬라고 한다. 두물차라고도 부르는 세컨드 플러쉬는 향도 색도 맛도 퍼스트 플러쉬보다 진하다. 찻잎부터 갈색 빛을 띠는 세컨드 플러쉬는 숙성된 맛을 자랑해 가장 인기 있고 평이 좋다. 그리고 두 번째 시즌 이후 11월까지 수확하는 가을차를 오텀 플러쉬라 부른다. 오텀 플러쉬는 잎이나 수색이 확연히 진하고 묵직한 맛이 나지만 향은 덜한 편이다.

두물차 입하부터 5월 중순까지 딴 찻잎으로 만든 차인 세컨드 플러쉬는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고 가격도 가장 비싸다. 세컨드 플러쉬는 매우 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홍차 회사에서 다른 종류의 차와 섞는 블렌딩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다질링을 원한다면 공신력이 있는 브랜드나 싱글 다원의 다질링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다질링 다원 차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선더볼트티(www.thunderbolttea.com)는 시즌 차의 평점을 공개한다. 아리아, 마가릿 호프, 캐슬턴 등의 평점이 높은 편이다. 좋은 품질의 다질링은 다원 이름을 붙여서 생산된다. 우아한 향으로 유명한 정파나, 엘리자베스 여왕이 극찬했다고 하는 오카이티, 유기농 차 재배로 유명한 셀림봉과 마카이바리, 장미향이 으뜸인 고팔다라, 다즐링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캐슬턴 등 와인처럼 위시리스트에 담아야할 홍차도 다양하다.

따로 향을 더하지 않아도 다양하고 섬세한 맛과 향이 나는 다질링은 일년을 기다려도 시간이 아깝지 않고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런 차이다. 오묘하다. 하지만 어려운 맛은 아니다. 그래서 홍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 중 첫 홍차를 다질링으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홍차’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차등 다질링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와 찬사 덕분에 홍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질링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또 녹차에 익숙한 입맛도 녹차의 향을 담고 있는 다질링 홍차를 통해 좀 더 다양하고 근사한 맛의 세계로 초대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