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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부천 자유시장] 알뜰 주부 '왈순아지매'의 단골시장

시골에서 도시로 상경한 억척 주부 ‘왈순아지매’. 장을 보러 나선 아지매는 후덜덜한 도시의 물가에 놀라 빈 장바구니만 덜렁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으메~ 뭔 물가가 이렇게 비싸. 비싸서 장을 보(見)기만 했네...”

1955년 여성지 여원(女苑)을 시작으로 대한일보와 경향신문을 거쳐 2002년 중앙일보에서 연재가 중단되기까지, 정운경 화백의 시사만화 주인공 왈순아지매는 장바구니를 든 순박하지만 억척스러운 살림꾼의 모습으로 서민들의 시각을 대변했다. 1만5,000회 연재라는 시사만화 사상 초유의 캐릭터이자 억척 주부의 대명사인 왈순아지매가 부천 자유시장에 떴다.

 

 

부천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부천 자유시장의 하늘길 입구. 이곳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서 있는 ‘왈순아지매’를 만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부천 자유시장은 1973년 7월 부천이 시로 승격된 이후 1970년대 말까지 부천의 유일한 시장이었다. 이 오래된 시장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면서 부천의 만화 사업을 전통 시장의 캐릭터와 접목시켰다. 만화 도시 부천의 이미지를 살리는 동시에 재래시장도 활성화하기 위해 서민풍의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왈순아지매를 자유시장의 캐릭터로 도입한 것.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기는 왈순아지매. 자유시장의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가면 시장 내 점포 곳곳에서 더 많은 왈순아지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간판은 물론 바닥 등에 새겨진 왈순아지매 캐릭터는 장을 보고 물건을 사면서 손님들과 함께 장바구니를 채웠다.

“아잉~ 조금만 더 깎아줘~”

“아이고 이렇게 팔면 남는 것도 없어요.”

시장 내 야채가게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 손님과 주인의 작은 실랑이가 한창이다.

“내가 주인 아저씨 때문에 매일 장보러 여기만 오잖아. 다음에 또 올게 좀만 깎아줘~”

“아이참,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정말 아주머니한테는 못 당해~”

억척스럽지만 밉지 않은 아주머니의 애교에 결국 주인 아저씨가 두 손을 들었다. 물건을 담은 봉지를 건내며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신신 당부를 한다.

“내가 특별히 이 가격에 주는 거니깐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샀다고 소문내면 안돼요.”

“내가 이래서 아저씨를 좋아하잖아. 고마워~”

 

 

자유시장은 없는 거 빼고 다 있다고 할 정도로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한 게 특징이다. 청과류, 생선류, 식료품, 방앗간, 건어물, 정육점, 의류, 잡화류, 화장품, 생활용품, 음식점, 건강식품 등 일반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품목 외에도 다이소와 병원, 고기뷔페, 수족관, 금 거래소 등이 시장 안에 들어와 있다.

이와 함께 시장은 단순한 아케이드 설치와 바닥 정비 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캐릭터를 도입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시장과 차별화를 뒀다. 왈순아지매 캐릭터를 도입해 점포 내 간판을 통일시킨 자유시장은 시장 특유의 복잡함이 아닌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현재 자유시장의 현대화 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래서 시장은 중간지점에 돔형으로 구성된 광장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대의 모습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통일된 간판이 깔끔한 현대 시장의 모습과 천막과 만국기가 휘날리는 과거 시장의 풍경이 길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부천 최초의 시장인 자유시장은 골목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왈순아지매 거리로 명칭된 시장의 메인거리가 만화 캐릭터를 품었다면 시장 옆 작은 골목은 땡땡이 골목이라 불리며 과거 서민들의 삶을 담았다.

“여기에 기차 건널목이 있었거든. 기차가 지나기 전에 ‘땡땡땡’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 때문에 이 골목이 땡땡이 골목이 됐지 뭐야.”

노량진에서 출발해 제물포까지 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이 철길의 중간 지점이 바로 부천 땡땡이 골목이었다.

 

 

 

부천의 역사와 함께 흘러온, 그래서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자유시장.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대형할인마트의 거센 바람 앞에서 시장도 예전 같지만은 않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시장 바로 옆에 이마트가 있어요. 우리 시장이 아무리 깨끗하고 쇼핑하기 편하게 꾸며놔도 대형마트와 비교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죠. 이를 극복하는 게 시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예요.”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주요품목: 의류, 먹을거리, 잡화 등

인기품목: 생선, 잡화 등

시장음식: 국수, 족발, 만두 등

문의처:부천 자유시장 상인회 032-656-1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