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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BVLGARI)-120여년 역사의 명품이 탄생하는 순간

불가리(BVLGARI)
이탈리아 예술혼 담은 자유로운 보석
120여년 역사, 보석에 뿌리 둔 시계와 향수 인기 여전


“로마를 방문할 때 나는 언제나 불가리(BVLGARI) 매장에 들른다. 그곳에는 주목할 만한 현대미술의 창조물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이 한 말이다.

티파니, 까르띠에와 함께 세계 3대 보석으로 불리는 불가리는 이탈리안 스타일의 보석이다. 진보적이고 창의적인 보석이라 평가받는 불가리는 그리스 로마 예술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독창적인 현대적 스타일로 재창조한다. 티파니가 미국적 실용성을, 카르티에가 프랑스의 여성스러운 섬세함을 지녔다면, 불가리는 1000년 이상 이어져 온 로마 특유의 검투사적 기질이 합쳐져 과감하고 자유로운 제품들이 많다.

그리스 은세공업자 불가리

불가리 가문의 선조는 고대 그리스의 작은 마을 에피루스에서 활동하던 은세공업자다. 이곳에서 소티리오 불가리는 은으로 귀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1879년 소리티오는 당대 문화의 중심지 이탈리아로 건너갔다. 5년간 노상 좌판과 남의 가게를 전전한 끝에 소티리오는 1884년 시스티나 로마에 생애 처음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된다.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불가리’가 탄생된 순간이다.

불가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소티리오의 아들 콘스탄티노와 죠르지오가 가게를 물려받으면서부터다. 두 형제는 1905년 콘도티 거리에 두 번째 상점을 열었다. 이 상점은 지금의 불가리 본점이 된다.

두 형제는 보석에 흥미를 보이면서 서서히 불가리를 명품 반열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당시 보석 세공은 프랑스식의 우아하고 현란한 세공법이 보석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보석들도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부쉐론 등 프랑스의 주얼리 브랜드가 최고의 상종가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콘스탄티노와 죠르지오는 프랑스식에서 벗어나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르네상스풍의 대담하고 독창적인 이탈리아의 예술가 정신을 제품에 담았다.

불가리 가문의 철자는 ‘BULGARI’인데도, 고대 로마식 표기법에 따라 1934년에 브랜드 이름을 ‘BVLGARI’라고 바꾼 이유도 혁신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되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에 바탕을 둔 클래식 이미지라는 점을 로고를 통해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최대 히트작 찬드라 라인

불가리는 대칭이나 기하학적 형태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유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플래티늄과 다이아몬드 대신 옐로우 골드와 다양한 보석을 사용해 불가리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었다. 특히 다양한 컬러 조합에 대한 특별한 관심, 볼륨감을 표현하는 대담한 해석, 직선과 대칭형 등 패턴의 자유로운 조합 그리고 예술품과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디테일이라는 특유의 스타일을 창조했다.

보석알을 ‘발’로 물리는 대신 금속의 테로 둘러싸는 새로운 기법도 선보였다. 이는 보석을 크게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불가리는 곧 선풍을 일으켰다.

120여년의 불가리 보석 역사 중 최대 히트작은 ‘찬드라 라인(Candra Line)’이다. 하얗고 매끄러운 자기로 만드는 찬드라 컬렉션은 불가리의 회장이자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파오르 불가리가 인도를 여행하는 도중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인도 고대신화에 나오는 달의 신의 이름을 딴 찬드라는 자기 특유의 질감이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에 옐로우 골드와 다양한 컬러의 유색보석이 어우러져 동양적이면서 신비롭기 그지없다는 보석 애호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소문난 불가리 애호가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오드리 헵번, 잉그리드 버그먼, 니콜 키드먼, 제니퍼 애니스턴, 키라 나이틀리까지 수많은 여배우가 가장 사랑한 불가리는 클래식 주얼리 라인 ‘파렌테시(Parentesi)’다.

1982년 선보인 파렌테시는 옛 로마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어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시리즈다. 골드 스프링이나 감춰진 고리를 사용해 보석의 이음새를 없앤 정밀 용해기술이 돋보인다. 편안한 착용감까지 갖춘 특급 라인이다.

불가리의 장인들 중에서도 2, 3명만 만들 수 있다는 ‘투보가스(Tubogas)’도 베스트셀러. 땜질을 하지 않고 옐로골드와 화이트골드 사이에 심을 끼운 뒤, 제품이 완성된 다음 심을 빼내는 독자적 수공기술로 만든다.

보석과 양대산맥 시계

불가리는 1970년대 시계 산업에 진출했다. 불가리 시계는 ‘팔에 차는 보석’임을 강조한다.
많은 시계 컬렉션 중에서도 오늘날 여전히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불가리-불가리 라인(BVLGARI-BVLGARI Line)’은 1977년 탄생됐다. 베젤(Bezel 원형의 가장자리 부분)위에 로고가 이중으로 새겨진 디자인으로 이름난 이 시계는 원래 1975년 한정판으로 나왔으나 뜻밖의 대성공에 힘입어 지금은 불가리의 주요한 사업 분야로 성장했다. 이후 골드뿐 아니라 스틸과 골드의 콤비를 이루는 디자인 등 좀 더 젊고 모던한 모델이 추가됐다. 이 시계 때문에 불가리는 보석에 관심 없는 남성들에게도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

불가리 시계의 가장 오래된 디자인은 스네이크 워치다. 금으로 된 뱀의 몸체가 손목부분을 유연하게 감싸고 있고 뱀의 머리 모양 안쪽에 시계판을 두고 바깥쪽을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으로 세공한 팔찌 모양의 이 시계는 불가리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이 고전적인 스네이크 워치의 전통을 현재까지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제품라인이 투보가스(Tubogas)다.

투보가스 기법은 불가리 내부에서도 최고로 숙련된 장인 3명 정도만이 할 수 있는 세공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금속을 스프링처럼 감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투보가스는 특유의 유연성과 부드러움을 가장 큰 매력으로 삼고 있다.

1990년대 향수 등 사업 다각화 모색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불가리는 보석과 시계 분야에서 쌓아온 창조성과 디자인의 노하우를 다른 패션 잡화의 영역으로 확대시켰다. 여느 명품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상표를 앞세워 토털 브랜드를 표방하며 여러 가지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데 반해, 불가리는 보석과 시계와 향수로 한정한다. 스위스에 불가리 향수를 건립해 고급 향수 시장에 뛰어 들었다. 향수 라인도 역시 ‘몸에 뿌리는 보석’을 불가리 향수의 콘셉트로 정했다.

불가리의 제1 원칙은 절대로 경쟁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 명품이 뭔가를 잘했다고 해서 따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불가리의 기본 정신이다.

불가리의 최고경영자(CEO)인 프란체스코 트라파니는 “최상의 품질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할 때 우리의 창조성이 드러나고 불가리란 브랜드가 더욱 강화된다”고 말했다.

102세까지 살았다는, 불가리 형제의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항상 겸손하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라. 그러려면 스스로에게 당당해야 하고, 어디 내놓아도 언제나 떳떳한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퀄리티를 만들어 가는 불가리는 명품을 넘어선 진정한 보석을 만드는 기반이다.

김수진 기자 ksj@gfeo.or.kr

<추억의 브랜드>
킨 사이다


1976년 출시된 킨사이다는 코카콜라에서 생산하고 있는 청량음료다. 코카콜라 글로벌제품이 아닌 대한민국전용 상품이다. 2004년 칠성사이다의 디자인과 비슷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07년 세계최초 사이다에서 제로 칼로리를 적용한 ‘킨사이다 제로’를 출시하였으며, 현재는 ‘DK’란 이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DK는 Dynamic Kin의 약자일 뿐, 제품명은 킨사이다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