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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35세 대표이사, 9년만에 업계 No 1 된 사연

한국중전기㈜

“튼튼한 기본과 내실 통해 守成 성공”

장정원 대표, 완벽한 차별화 바탕 업계 No.1으로 우뚝

“돌아가신 아버님 휴대폰을 어머님께서 쓰고 계신데, 제 휴대폰에는 아직도 ‘아버지’라고 등록돼 있어요.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시면 액정화면에 아버지라고 뜨지요. 돌아가신지 10년째인데도 아직도 그립습니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선친인 장태학 한국중전기㈜(www.koheco.com) 창업자는 지난 2002년 11월 전립선암이 재발하면서 뇌출혈로 별세했다. 향년 64세. 1995년 발병해 병원으로부터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지만 6년여를 더 사셨다. 선친의 1남 3녀 중 장남이었던 장정원(44) 씨가 대표이사 자리를 승계했다. 생전에 각별한 관계였던 장 대표의 선친에 대한 그리움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장 대표가 회사에 입사한 것은 선친의 발병소식을 들은 직후였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였던 95년 11월 1일이었다. 입사한지 꼭 7년 만인 2002년 11월 1일에 35세 나이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어느 듯 만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장정원 대표가 작업현장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부딪혀봐라”

한국중전기는 전동기와 발전기 등 중전기기 종합서비스 전문 기업이다. 40년 전인 1971년 10월 10일에 설립됐으며, 중전기기 사전 진단과 사후 수리 분야 대한민국 최고 기업으로 우뚝 서 있다. 국내에서 사전 진단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경영수업을 받은 7년간 생산팀에서 1년, 영업팀에서 4년(대리에서 이사까지 승진), 기획팀에서 이사로 1년을 각각 근무하다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선친이 작고하면서 대표이사가 됐다.

“부딪혀봐라.”

장 대표가 아버님 생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다.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체험하며 하나씩 배우는 것이 낫다’는 선친의 철학이 담긴 가르침이었다. 그렇게 장 대표는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며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갔다.

“영업할 때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도 영업하고 있지만요. 상황에 부딪히면서 직접 몸으로 배우고 깨우치고 극복하라고 하신 아버님의 큰 뜻이 오늘의 저를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고경영자의 자리는 외롭고 쓸쓸하며, 책임감이 막중한 자리다. 회사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때 그 ‘부딪힘의 경험’이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장 대표는 절실하게 느낀다.


국내 유일 사전진단 시스템 구축

장 대표 취임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사전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사전진단 시스템은 운영 중인 설비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설비에 이상 징후가 느껴질 때 예방차원에서 진동분석장비를 통해 미리 진단함으로써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사전진단시스템 구축은 한국중전기가 동종 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선친 시절에는 다른 후발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사후수리만을 하는 업체였다. 장 대표가 고객의 니즈를 분석한 후에 확실한 차별화의 발판을 만든 것이다.

한국중전기 직원들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설비를 제작한 업체보다 설비의 기능과 성능을 더 잘 알 정도다. 현재 사전진단과 사후수리의 비중은 2:8 정도. 장 대표의 2012년 목표는 사전진단 시스템의 활성화를 통한 확실한 차별화다.

“솔직히 처음에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는 회사를 일으키겠다는 생각보다는 잘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체제가 안정되고 난 이후에는 공격적 경영을 시도했습니다. 사전진단 시스템 구축도 그런 노력의 결실의 일부입니다.”

한국중전기의 명성은 해외에서도 설비의 진단을 의뢰해올 정도로 높다. 한국중전기는 지멘스와 발도르, ABB 등 해외 선진기업들의 AS(애프터서비스) 센터로 지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품질보증에 목숨을 걸다

‘품질보증은 회사 존립의 기반이다.’

회사의 벽에 크게 걸려있는 플래카드 문구다. 장 대표는 정비품질에 목숨을 건다. 최고의 정비품질로 고객만족을 실현하겠다는 것을 품질방침으로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중전기가 거래하는 업체의 분야는 다양하다. 시멘트분야, 제지분야, 철강분야, 석유화학분야, 발전소분야 등 각양각색이다. 중요한 것은 상당수 회사들이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들이라는 점이다.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한 노하우와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들이 한국중전기를 무한신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 대표의 경영스타일은 숙제를 내 주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실적으로 평가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CEO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로 영속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직원들에 대한 신뢰를 꼽는다. “우리 회사에는 다 내 마음 같은 사람들만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선친 때와 달라진 점 또 한 가지는 퇴근시간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주5일근무제가 국가정책으로 시행되기 전인 2006년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부득이한 잔업을 제외하고는 8시에 출근해서 5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충전시간을 가질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다.

날개 치며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같습니다. 그러나 선택과 땀은 자기 몫입니다.”

장 대표는 철저한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열하고 치밀한 성찰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장 대표의 머릿속에는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가득하다.

5년 후쯤에는 사전진단만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사전진단과 사후수리를 분리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내실을 기하기 위해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경영전략의 일환이다.

“돌이켜보면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특별히 안 된 것 없이 생각한데로 다 된 걸 보면 말입니다. 무리한 욕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기본을 튼튼히 하고, 내실을 기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하면 수성(守成)경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살자!’ 다른 사람들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장 대표의 좌우명이다. 자신의 이미지가 독수리와 닮았다는 장 대표. 그는 오늘도 한국중전기를 날개 치며 비상하는 독수리처럼 만들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김중근 기자 kjg21@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