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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설날의 와인-느끼한 음식엔 피노누아나 쉬라즈 어울려


<와인>

 

느끼한 음식엔 피노누아나 쉬라즈 어울려

설날의 와인

 

해마다 돌아오는 설이지만 올해도 역시 설레고 기다려진다. 필자가 시골출신인 이유도 있을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을 민족 최고의 명절로 여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 해를 시작하며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끼리 평온을 기원하며 즐기는 축제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나 싶다. 또 신라 때부터 내려오던 명절이라 하니 더욱 각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평소에 자주 가 보지 못하던 터라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 보면 어릴 적 추억의 장소 이곳 저곳을 돌아보는 편인데 요즘은 예전의 모습이 많이 변한지라 그 흔적 찾기가 어려워 그저 머릿속에서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 때를 떠올리려 애를 써본다

고향에 가서 필자가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어머니의 음식 맛보기다. 어릴 적부터 솜씨 좋은 어머니의 음식을 먹고 자란지라 다른 데서 먹는 음식들이 그리 탐탁치도 않고 무엇보다 인공 첨가물이나 조미료를 쓰지 않으시는 어머니의 음식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른 술은 잘 안드시지만 드라이한 와인도 곧잘 드시는 어머니와 마주 앉아 먹는 음식은 어릴 적부터 필자가 좋아하던 갈비찜과 수제 만두 정도다. 이러한 음식들은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피노누아(pinot noir)나 쉬라즈(shiraz) 품종의 와인과 잘 어울린다. 보통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달콤한 와인을 맛볼 때 맛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어머니는 이런 품종의 와인을 처음 접하면서도 그 맛을 음미하실 정도로 절대적 미각의 소유자이시다.



설날 음식에 많이 나오는 잡채와 전 등에는 리즐링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느끼한 음식 맛을 개운하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손님 모실 때 같이 내어 놓으면 훌륭한 접대가 될 수 있다. 설날 주변 어른들에게 인사드리러 갈 때는 요즘 나오는 유기농 와인이나 독일산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 와인을 가지고 가면 좋은데,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는 독일 트리텐하임 마을의 약방이라는 뜻이다. 와인 이름에 이렇게 약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던 어떤 사람이 이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을 장기간 복용한 후 그 병이 씻은 듯이 나았기 때문에 그 일에서 유래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이 와인을 마셔 보면 아주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와인을 평소 건강을 챙겨 드려야 하는 분께 선물을 드리고 와인에 담겨진 이야기를 같이 말씀드린다면 큰 감동을 받지 않으실까 싶다.

또 어떤 일로 크게 상심하거나 고통 받고 있는 분이 있다면 프랑스의 샤스 샤플린이라는 와인을 선물하면 좋을 듯하다. 이 샤스 샤플린이라는 와인명은 프랑스어로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니 그 의미와 함께 와인선물을 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 깊게 자리 잡을 마음의 선물이 될 것이다.

새해의 첫 시작을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으로 축하하는 것도 아주 좋다.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의 화려한 거품처럼 모든 일이 번창하고 기쁜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원해 보는 것도 아주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새해의 시작을 돔페리뇽 같은 샴페인으로 할 수 있다면 아주 큰 축복일 테다. 이태리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라고 하는데 몬테니샤 브뤼같은 스푸만테를 맛 보면 그 풍부하고 기품있는 과실향과 맛에 매료돼 버릴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해를 지혜롭게 사는 비결(?) 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귀 기울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와인에 숨겨진 철학이다. 와인을 혼자 먹으면 맛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세현 ()마스터쉬핑라인 대표이사 sewonlc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