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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a cup of tea-티(tea)는 홍차다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tea)는 홍차다

a cup of tea

 

10여년 전 국제선 비행기를 난생 처음 탔을 때다. 기내식이 나오고 나서 스튜어디스가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를 들고 커피 드시겠습니까? (tea) 드시겠습니까?”하며 음료를 서브하고 있었다. 당시 커피를 안마셨던 기자는 자연스럽게 티 주세요했다. 녹차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웬걸. 그린티(green tea)가 아니라 블랙티(black tea)였다. 찻잔에 담긴 차의 색깔은 녹색이 아닌 붉은()색이었고 맛도 녹차보다 더 떫었다. 세계인들에게 티는 녹차가 아니라 홍차로 통용되는 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tea)75%는 홍차, 나머지 25%를 녹차와 우롱차가 차지하고 있다. 차나무의 잎을 발효시키는 단계에 따라 홍차와 녹차, 우롱차로 나뉜다. 사진은 제주도의 차밭. >

 

티하면 녹차를 떠올리는 게 비단 기자만의 생각일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녹차. 그런데 녹차만 티가 아니다. 외국에서는 녹차보다 홍차가 대접받는다. 티를 주문하면 붉은 색 홍차를 가져다준다. 유럽의 고급 사교문화와 함께 발전해온 홍차는 비즈니스에 이용되는 와인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어주는 대인관계 매개체역할을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 커피? 코카콜라? ! 틀렸다. 바로 티(tea). 그 중에서도 홍차가 전 세계 차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녹차나 우롱차가 나머지 25%를 차지한다.

차는 제조과정에서의 발효 여부에 따라 녹차·홍차·우롱차로 나뉜다. 어떤 차를 제조하든 차나무의 잎을 원료로 사용한다. 녹차는 찻잎이 푸른빛이 그대로 나도록 산화발효단계를 전혀 거치지 않는 불()발효차이고,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적인 성질로 10~65%정도 발효한 반발효차로 분류된다. 홍차는 85~100% 산화발효과정을 거치는 발효차다.

홍차의 어원은 19세기 중엽부터 홍차를 수출하려 했던 일본인이 자국 내의 녹차를 일본차로 부르고, 유럽인이 마시는 차를 차의 빛깔이 붉다고 해 홍차라고 부른데서 생겨났다.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홍차의 기원은 16세기 중엽 중국에서 시작된다. 중국이 생산한 우롱차를 수입했던 유럽인들은 우롱차 중에서도 강하게 발효된 차를 좋아했다. 그래서 우롱차는 보다 강하게 발효되기 시작했다. 녹차와 우롱차의 차이를 설명하는 통역과정에서 영어 ‘Black Tea(홍차)’가 생겨났다는 것이 현재 가장 강력한 가설이 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세계 최대 차 소비국 순위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국제적인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국민 1인당 마시는 차의 양은 영국이 가장 많다. 영국인의 차 소비량은 1인당 연간 2.6, 영국인의 80%가 매일 5~6잔의 차를 마신다. 1인당 연간 2,000여잔을 마시는 셈. 영국 다음으로 차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아일랜드다. 국민 1인당 연간 1.5의 차를 마시고 있다. 3위는 국민 1인당 연간 1의 차를 마시고 있는 뉴질랜드.

차 생산국은 전 세계 36개국이다. 그 중 세계 최대 차 생산국은 한해 70t을 생산하는 인도다. 영국 식민지로 영국에 의해 차 재배가 시작돼 영국으로 대부분 수출됐지만 지금은 인도인들이 차를 많이 마시고 있다. 중국도 인도와 비슷한 70t에 가까운 차가 생산되고, 스리랑카가 30t을 생산한다. 특히 스리랑카는 차 생산량은 세계 3위지만 홍차 수출은 세계 1위다. 인도, 중국, 스리랑카, 케냐,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이 생산하는 차가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들에 다소 생소한 홍차는 이렇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홍차가 지닌 떫은 맛이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오감을 자극하는 홍차를 알아간다면 분명 당신도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