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컬렉션>
16년간 한국춘란만 400여종 수집
차종영 성은정공 대표
봄빛 찬란한 5월에 코끝으로 느껴지는 풍란의 향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선사했다. ‘아, 이것이 과연 난의 향기구나’하며 매료된 차종영(51) 성은정공 대표는 가끔 그 때 난을 선물해 준 지인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지난 16년 간 온전히 난에다 시간을 쏟으며 난에 빠져 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차 대표가 아파트 베란다에 난실을 만들어 놓고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화분만 400여분. 그 것도 모자라 인근에 난 키우는 난 하우스를 따로 두고 있다. 그는 자녀 대학문제로 지난해 안산시 성포동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자녀가 학업을 마치면 다시 난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갈 계획을 세워놨다. 애란인들이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점을 두고 살피는 것이 난 키우기 좋은 환경을 갖췄는 지의 여부다.
차 대표가 정성 들여 키우고 있는 난초 하나 하나에는 제 각기 깊은 사연이 담겨 있다. 안산난연합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일본난협회와 잦은 교류를 갖고 있다. 일본에서 보내온 복색화(꽃잎에 두 가지 이상의 색을 가진 꽃)의 사진을 보고 한걸음에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사람이 가져가 배양한 한국춘란을 손에 넣었다. 한국춘란을 일본사람 손에 번식시킨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곧바로 그 난을 집으로 가져와 정성들여 배양해냈다.
지방에서 좋은 난초가 있다고 연락이 오면 새벽 2시든 3시든 고속도로를 달려 꼭 그 난을 살펴보고 집으로 가져오곤 한다. 난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전환도 가능해 하는 일에 더 충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차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에서 난은 시화공단에서 정밀 프레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그가 기업을 잘 영위할 수 있는 하나의 재충전 수단이 되기도 한다. 명명품(命名品)만 110여종을 가지고 있는 차 대표는 앞으로 좋은 난 작품에 이름을 더 많이 붙여 그것이 영원토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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