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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테드(TED)가 무엇이길래…

테드(TED)가 무엇이길래…

테드(TED)가 무엇이길래…
세상을 바꾸는 18분의 마법
매년 2월 미국에서 강연회 개최… 지식나눔쇼 온라인 통해 무료 시청 가능
 


 


▲2013 TED 강연회에서 삼성전자 이진하 선임연구원은 ‘스페이스톱’ 기술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사진 오른쪽은 TED 홈페이지 메인화면.

참가비는 7,500달러(약 824만원). 고가의 참가비만 낸다고 해서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가 이유 등을 적은 지원서를 제출해야 하고, 사무국의 엄정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참가가 가능하다. 도대체 이곳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전 세계 혁신 리더들이다. TED강연회가 궁금하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
TED(테드)는 ‘Technology(기술)’ ‘Entertainment(오락)’ ‘Design(디자인)’ 의 첫 자를 딴 약자다. TED는 미국의 비 영리 재단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매년 2월 미국에서 개최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곳곳에서 TEDx란 형식으로 독자적인 강연회가 열린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TED강연회 동영상이 개방되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TEDx’ 란 라이센스 제도가 마련됐다.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되면 각 나라나 커뮤니티, 대학, 기관 등이 자체적으로 강연회를 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와 카이스트 등 대학과 명동, 신촌 등 일부 지역이 라이센스를 받아 TEDx 컨퍼런스를 하고 있다(tdxtalks.ted.com/browse/
talks- by-country/korea).
TED는 1984년 건축가이자 정보설계 디자이너인 리처드 솔 워먼이 기술과 오락· 디자인의 융합을 꿈꾸며 만들었다. 이때 애플의 맥컴퓨터가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였고, 관람객 중엔 젊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 이 때만 해도 TED는 폐쇄적이었다.
그러나 2001년 IT 사업가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를 인수하면서 달라졌다. 앤더슨은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을 모토로 TED를 세상에 개방했다. 2006년부터 인터넷에 무료로 강연을 공개했다. TED에 직접 참가할 수 없는 사람들도 강연을 ‘공짜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 무료로 강연 공개
TED 홈페이지(www.ted.com)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 손쉽게 강연을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지난 2월부터 동영상 서비스인 ‘TV캐스트’에 TED 전용채널을 만들고 강연 동영상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TED는 영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강연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지식습득과 영어공부를 겸해 접속한다.
TED는 현재의 현상과 수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전문가 발표와 자유토론이 특징인 TED는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비롯되고, 이 호기심이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시킨다. TED는 끊임없이 실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인 셈이다.
TED강연회에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등 유명인들과 다수의 노벨수상자들이 포함돼 있다. 강연 내용은 인류의 존재론적 질문에서부터 재기발랄한 기타 연주까지 다채롭다.

지난해 동영상 10억뷰 기록
또한 길어야 18분인 TED 강연은 박진감과 아이디어가 넘친다. 청중들에게 효과적으로 강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세계의 연사들은 수많은 연습과 연구를 하고 있다. TED 큐레이더 크리스 앤더슨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지루해서는 안 된다”며 “20이나 15보다는 18이 특별해 보이지 않냐”며 ‘18분의 마법’이란 TED의 별칭이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청중들이 “아하!”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Aha! Moment)을 경험하려면 지루해선 안되며 18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TED는 지난해 가을 동영상이 10억뷰를 기록했고, 지난 1월 6,000번째 TEDx 행사가 열리는 등 상징적인 기록들을 세웠다. 이같은 인기의 비결로 우선 다양한 형태로 강연을 할 수 있도록 해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의 퍼포먼스도 가능하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강연을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식 접근의 평등성, 공유, 확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누구든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과 아이디어, 재능을 ‘기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TED는 전세계 90개 언어로 번역되는 ‘열린 번역’ 프로그램, 미래의 강연자를 지원, 육성하는 TED Fellow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TED강연회가 열렸다. 올해 주제는 ‘청년과 현인, 그리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The Young, The Wise, and The Undiscovered)’이다.

세계 최대 지식콘서트 매년 개최
특히 올해는 평범하지만 남다른 아이디어와 특별한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도 무대에 섰다. 강연자는 역대 최장 총 80명에 육박했다. 그래서 올해는 일인당 발표 시간을 특별히 18분에서 12분으로 줄였다.
이번 행사에는 미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 커런트TV 회장, 세계 최대 인터넷 소매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 1,3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회장 등 1979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나무를 깎아 활을 만든 고등학생 장동우(16) 군과 우울증을 음악으로 극복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28) 씨, 탈북자 출신의 사회운동가로 현재 한국외국어대 학생인 이현서(33) 씨, 디자이너 이진섭(35) 씨 등 4명이 강연자로 참가했다.
이번 행사중 특히 주목을 끈 한국인은 이진하(26)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이었다. 디지털정보를 실제 공간으로 꺼내와 실제 만질 수 있는 기술인 ‘스페이스톱(Space Top)’을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우리가 있는 이 세계와 컴퓨터 화면 속의 세계에 경계가 없다면 어떨지 상상을 해봤다”며 “남아 있는 장벽은 우리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식은 공유하고 융합, 통섭할 때 가치가 있다는 신(新) 지식기반 사회의 모토를 실행하고 있는 TED는 지식 공유 사회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