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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TREND | 중국경제 다시보자!

중국경제 다시 보자!
하이테크도 한국 턱밑까지 추격
2011년 수출 1위서 밀려난 한국제품 26개 중 12개 중국 차지  


 

▲중국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연구개발(R&D) 기지의 하나인 칭화 과기원 건물. 베이징 칭화대 앞에 위치해 있으며 국내외 R&D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통신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올해 MWC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부스는 삼성전자도 애플도 아닌 중국 업체들이 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최근 스마트폰 점유율 세계 3위와 5위에 각각 오른 중국의 화웨이와 ZTE가 그 주인공. 특히 화웨이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전송 속도가 두 배 빠른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드(LTE-A) 기술을 지원하는 ‘어센드P2’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관계자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3년 만에 세계 모바일 기술 선도
이제 중국 스마트폰은 저가형 제품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무장, 삼성과 애플이 주도 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 2010 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은 아직 멀었다”고 밝혔지만 불과 3년 만에 세계 모바일 기술을 선도할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철강과 자동차 기술력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륙의 거점도시인 충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바오산강철과 포스코의 기술력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최근 중국에서 일부 한국제품은 바오산강철 제품보다 오히려 싸게 팔린다”고 말할 정도다. 저가 제품을 앞세워 추격해 오던 중국 철강업체와 한국기업의 기술력이 비슷해지면서 가격이 역전된 셈이다.
자동차 또한 글로벌 업체와 합작투자 등을 통해 선도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크게 줄인 중국은 지난해 100만대를 넘게 수출한 데 이어 올해는 130만대 이상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초 개최된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중국의 코로스(Qoros)가 준중형 세단,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등 3개 신형 모델을 공개했는데 업계에서는 대단한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스마트폰·철강·자동차 등 기술력 대단
세계 수출시장에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공세가 거세다. 그동안 값싼 노동력에 바탕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방위 물량 공세를 펼쳤다면 이제는 기술력으로 세계시장 제패를 노리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 선박, 자동차, 액정표시 장치(LCD), 반도체 등 그동안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중국기업의 부상은 한국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이 10년 만에 하이테크 부문에서 한국과의 동등하거나 턱밑까지 쫓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강력한 정부지원에 따른 기술경쟁력 향상에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6년 당시 160개였던 대형 국유기업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이 중 30∼40개만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또 중국정부는 올해 1월부터 오는 2015년까지 연간 매출 17조원 규모의 글로벌 전자기업을 5개 이상 육성하고 철강, 자동차, 시멘트, 조선 등 주력 기업을 구조조정해 상위기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중국정부의 예산은 실로 엄청나다. 2010년 중국의 R&D 투자금액은 1,043억달러로 한국(380억달러)의 약 3배에 달한다. 투자 효율도 좋다. 하이테크 기술 분야에서 R&D 투자액 대비 해당 제품 수출액 비중은 중국이 약 500%, 한국이 372%다. 특허 출원과 과학기술 분야 연구논문 수에서도 격차가 크다. 2010년 기준 중국의 연간 특허 출원수는 39만건으로 17만건인 한국의 2배가 넘는다.

R&D 투자액 한국의 3배
“중국과의 현재 기술격차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도 중국이 선점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의 차세대 중점 과학기술 분야는 ▲전자·정보·통신 ▲의료 ▲바이오 ▲기계·제조·공정 ▲에너지·자원▲ 우주·항공·해양 ▲ 나노·소재 등으로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또 “283개 세부 산업 분야 가운데 9%인 26개(가상 컴퓨팅, 암진단 표시 물질, 유전체 서열 해석, 정밀타격무기, 핵 융합로 재료, 위성항법시스템, 나노기술 등)는 이미 기술적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핵심 분야에서 우리가 중국 기세에 밀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1년 수출시장 점유율 기준 세계 1위에서 밀려난 한국 제품이 26개다.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2개가 중국에 넘어갔다. 한국이 최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액정 디바이스를 비롯해 산업 활용도가 높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등이 포함돼 있다. 그나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61개 품목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그 중 13개는 중국이 2위로 턱밑까지 쫓아와 있다. 중국기업의 부상에 따라 우리 기업인들의 위기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KOTRA가 올해 초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인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5%가 “3년 안에 한·중 기업 간 기술격차가 없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앞으로 5년 이내에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조선(41.1%)과 정보통신(38.1%), 섬유(31.1%), 철강(29.1%), 자동차(28.5%)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중국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갖췄으며 이런 가파른 기술 성장세는 현재 한국의 주력산업 뿐만 아니라 향후 미래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년내 한·중 기술격차 없어질 것” 45%
특히 하이테크 부문에서 중국 성장세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결국은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중국과 달리 우리는 자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기술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향후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 신성장 산업에 대해서는 한국도 중국처럼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신에너지 사업, 녹색산업, 차세대 자동차 산업 등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중국에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적인 노력도 더욱 요구된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는 특정 업종에서만 창출될 것이라는 편견을 기업들 스스로가 깨뜨리려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첨단기술이라고 하면 반도체,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정도만을 떠올리지만 볼펜 심을 만들더라도 0.3㎜의 얇은 심을 만드는 것, 단순 섬유가 아닌 고어텍스를 제조하는 것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다.
결국 턱밑까지 추격해오는 중국의 거센 공세를 타개하는 길은 두 가지다. 기술과 생산성의 혁신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삼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콘텐츠와 의료, 관광, 유통, 물류 등 서비스업의 육성도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석원 기자 l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