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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Issue & Trend | 살아나는 일본 경제… 한국은?

살아나는 일본 경제… 한국은?
거품 붕괴됐던 부동산까지 들썩
엔저 밀어부친 ‘아베노믹스’ 주효… 유동성 함정, 환율전쟁 우려도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 들면서 소비가 늘고 있다.

20년간 장기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가 최근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신조 정권이 출범하면서 일본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금융 완화, 재정 지출에 이어 기업 법인세 감면까지 검토하는 등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는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증가하고 주가 상승은 소비 증가로 이어지면서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 회복세 뚜렷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16일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2013년 4월 세계경제전망(WEO,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IMF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 상향 조정해 1.6%로 올렸다.
IMF는 일본 정부의 무제한 양적완화에 힘입어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의원 (하원) 선거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 9,737.56이던 닛케이 지수가 4월 23일 1 만3,529.65로 마감하면서 30% 이상 상승 했다. 달러당 엔화도 총선 전 85.53엔에서 이날 오후 5시 98.60엔으로 100엔대 회복을 앞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월 11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도 일본의 경기선행지수(CLI)는 전월 100.4에서 100.6 으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대기업 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DI)도 지난해 12월보다 4p 상승한 마이너스 8을 기록, 3분기만에 개선됐다. 대기업 비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도 2p 오른 플러스 6으로 역시 3분기 만에 올랐다.
경제전문가 대다수는 일본의 경기침체(리세션)는 끝났고 경제는 회복세로 나아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JP모간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앞으로 점차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화점 매출 늘고 신차 판매 증가
일본은행(BOJ)이 4월 1일 발표한 3월 ‘생활의식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 년 후 물가가 오를 것이다”라는 응답자는 74.2%에 달했다. 이는 2009년 9월 이후 최고치로 지난해 12월 53%에서 무 려 21.2%p 상승한 것이다.
소비 심리도 호전되고 있다. 일본 대형 백화점 5개사가 4월 1일 발표한 3월 매출은 지난해 3월 실적을 일제히 웃돌았다. 미쓰코시이세탄(三越伊勢丹)홀딩스의 매출은 작년 3월 대비 9.4% 늘었고, 다이마루(大丸)와 마쓰자카야(松坂屋)의 매출은 6.6% 증가했다. 다이마루와 마쓰자카야는 부인복 판매가 11.0% 늘었고, 미술품· 기모노·액세서리 매출은 13.5% 증가했다.
일본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 ~2013년 3월) 신차 판매대수도 지난 200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500만대를 웃돌았다.
거품 붕괴로 장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부동산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주택 건설 공사가 지난해 12월 88만호에서 지난 2월 94만4,000호로 늘었고, 건설공사 수주도 지난해 12월 전년 대비 4.8% 증가에서 지난 2월 16.3% 증가로 급증했다. 내년 4월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가 현행 5%에서 8%로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것도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한몫했다. 일본 대형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현재 최저 변동형 0.8%, 10년 고정형 1.3%다.



인위적 경기부양 일회성 우려도
‘아베노믹스’로 대담하게 금융, 재정, 성장 등 3개의 화살을 쏘아올린 일본 경제는 성장 궤도 진입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집권하면 일본은행 윤전기를 팡팡 돌려서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며 “중앙은행이 반대하면 총재와 관련 일본은행법을 바꾸겠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일본은행과 함께 무제한 금융 완화를 실시하고, 재정 확대와 규제개혁 등 3대 전략을 추진해 일본경제를 디플레이션과 엔고에서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핵심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위적 경기부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엔저로 인한 수출효과에 따라 일본은 경기회복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통화정책의 한계, 재정파탄 가능성 등 장기적인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경기 부양책이 설비투자와 임금인상 등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혜림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는 내수 본래의 회복력이 약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소득개선이 되지 않는 한 소비 자극책은 일회성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며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엔저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까지 겹쳐 국민들의 물가부담을 가중시켜 소비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또 “근본적으로 GDP의 218%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끌어안고 있다”며 “일본이 과연 재정 파탄 없이 대규모 재정지출 확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재정지출 국가재정 압박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 말 732조엔으로 예상되는 국채 발행잔액이 2022년말에는 1,014조엔에 육박할 전망이다.
장기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국채 이자지급 부담이 재정을 압박하게 된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따른 경쟁국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엔저로 금융과 수출지형에 판도 변화가 일자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을 비롯 중국과 한국, 브라질 등은 환율전쟁을 경고하고 있다. 국가부채가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30%에 해당하는 983조2,950억엔인 일본은 환율전쟁이 촉발될 경우 엄청난 재정적자를 떠안고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급속한 인구 고령화, 부동산 버블 붕괴 조짐, 기업투자 및 생산성 부진 등 일본의 장기 불황과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의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한국경제의 실질성장률은 일본 경제성장률과 같은 2.0%를 기록했다.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은 각종 액션플랜으로 경제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지만 한국은 새정부 출범 이후 경제 회복과 경제 체질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불확실성이 짙다보니 기업들은 투자계획을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고, 개인 소비주체들도 주머니를 닫았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발표했던 3.2%에서 2.8%로 0.4%p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본은 0.4%p 상향 조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화합해 한국 경제의 봄날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박현정 기자 l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