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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Movie & | 도굴에도 정의가 있는가?

도굴에도 정의가 있는가?
<인디아나 존스 : 레이더스>, 1981

 

 



“이건 박물관에 있어야만 해.” 도굴꾼들이 유물을 훔쳐가려 할 때, 인디아나 존스 가 하는 말이다. 인디아나의 말은 옳다. 인디아나의 적들은 유 물의 역사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보편적 가치는 나 몰라라 한 다. 이들은 사익을 위해 고대 유물을 훔쳐갈 뿐이며, 역사는 오직 거래의 대상일 뿐이다. 그에 반해 인디아나는 유물을 박 물관에 전시해서, 많은 사람들이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학자 적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왜 꼭 당신들 나라 박물관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유물의 탈취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식민지 쟁탈전의 원인 은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하겠다는 욕심만이 아니다. 국가적 자존심이라는 문제도 한몫 했다. 이를테면 “우리가 너희 나라 보다 식민지가 더 많아”라는 식의 자존심이다. ‘해가 지지 않 는 나라’라는 표현에는 그런 우월감이 숨어있다. 타국의 유물 을 무차별 수집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월감은 맹목적 애국심, 전체주의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어 나는 것이 전쟁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이런 우월감이 충돌해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1, 2, 3편)의 시간적 배경이 2차 세계대전 직전인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두 차례의 전쟁은 심각한 인적, 물적 피해를 낳았고, 결국 제 국들은 깨닫게 되었다. 식민지를 관리하는 것보다는 이들 나 라와 자유롭게 교역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 자유 무역이 역사에 최초로 제대로 등장하는 순간이다. 이제 각 나라들은 (부족한 부분이 아직 많지만) 서로에게 당당한 경제주체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는 땅이 넓어”라는 허상보다는 실질적 으로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초, 영 국인 아담 스미스는 미국의 독립을 찬성했다. 미국을 관리하 는 비용이 미국을 지배하는 이익보다 더 크다는 것이 이유였 다. 역사는 이 탁월한 선견지명을 증명했다.
국가의 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원의 유무만이 아니다. 이는 대 한민국이 보여줬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기업인들의 열띤 도전이 대한민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그 속에 한 나라의 국격이 생기며, 문화와 경제가 힘찬 숨을 쉰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꼭 당신들 나라의 박물관에 있어야 한다는 거야?”
답은 나왔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 시대는 제국 주의가 아니다. 각 나라의 다원적 문화와 경제가 존중받는 시 대다. 그런 점에서 조선왕실의 궤를 우리나라에 반환한 2010년 일본의 결정은 칭찬받아 마땅한 선구적 행동이다.
하지만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인디아나 존스에게도 변명을 해 주자. 그가 캐낸 것들은 다른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못 찾을 유물들이었다. 인디아나의 활약이 있었기에, 그 유물들은 세상 에 빛을 본 것이다. 그 활약의 가치는 바로 그 자체다. 게다가 (스필버그도 이런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편이 거듭될수록 인디 아나의 활약은 ‘도굴’ 자체보다는 ‘보편적 인류애’로 수렴한다.
2편에선 도탄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고, 3편에선 세계를 정복 하려는 나치와 싸운다. 인디아나 존스, 멋지다!


자유기고가 홍훈표 l exomu@naver.com


대중영화를 통해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경제적 가치 들여다보기를 시작한다. 인기리에 상영됐던 영화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겨 있는 가치와 철학, 사상 등을 생각해 본 다. 홍훈표 작가는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을 집필하는 등 문화예술 평론의 신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