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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힐링에세이 | 양진의 사지와 과유불급

楊震의 四知와 過猶不及

 

 

홍천 친구한테 가다가 계절의 별미 찰옥수수를 만났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옥수수 하나를 선뜻 집어 들자 옛날 할머니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가 쩌 내온 옥수수를 동생을 울려가며 하나 더 욕심 낸 것이 배탈을 일으켜 밤새도록 할머니를 괴롭혔던 일이다.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불어 마당 오동나무를 후려치듯 흔드는 소리가 무서워 선뜻 나서지 못한 측간. 할머니께 동행을 호소했더니 여느 날과는 달리, “글쎄 부족한 것이 오히려 복이라 하지 않더냐!”라고 역정을 내시면서 모로 누신다. 요즘 온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사건들도 하나같이 지나친 욕심 때문에 저질러지고 있는 일들이다. 청문회를 보면 설마 저 사람이야 청렴하겠지 마음먹었던 기대가 무너져 실망을 하는 수가 많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인격과 명예와 품위마저 손상을 입어 실망스런 현상을 본다.
수년전 일이지만 어느 대학에서는 한 여성의 이력이 허위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큰 외력에 의해 교수로 임용했다. 그것도 부족해 바로 그 교수는 비엔날레예술대회 총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권력의 뒷배에 의존했었다. 이후 이런 사실이 들통 나서 세상에 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어떻게 그런 탐욕된 생각을 할 수 있나 싶다. 동료 교수들의 심경을 전혀 고려는 고사하고 아상(我想)에 사로잡혀 과욕에 과욕을 부리다가 저질러진 양심과 사회윤리질서의 붕괴를 보았다.
언뜻 중국 후한시대의 “楊震(양진)의 四知(사지)”라는 격언이 생각난다. 유학자며 관리인 양진이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가는 도중 어느 현령 객사에 머물게 되었다. 그곳 현령 왕밀이는 양진의 천거로 관직에 오른 사람이라 찾아가 금 천량을 내오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양진은 극구 사양하자 왕밀이 이방에는 아무도 보는 이가 없으니 받으라했다. 그러자 무슨 말인가 “天知 하늘이 알고 地知 땅이 알고 汝知 네가 알고 自知 내가 알지 않는가? 나에게 은혜 갚는 것은 나라 일에 더 열심하여 훌륭한 관리가 되는 것이네”라며 그를 돌려보냈 다 한다. 청문회장에서는 인물들은 이 양진의 사지 교훈을 미리 보지 못했는가 보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진 것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 때문에 망신과 영예를 놓치는 것을 본다.
세계에서 가장 청렴도가 높다는 싱가포르는 ‘부패방지법‘을 엄하게 적용하고 있다.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고 있어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얼마나 철저한지 설사 뇌물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의도를 드러내거나 이에 준하는 처신만 하여도 범죄가 성립된다는 규율이다.
이러한 사회정화 풍토는 비단 공무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각계 각층의 누구에도 평등하게 같은 법적용을 받게 되니 사회 구석구석에 범죄의 고리가 자리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듯이 이러한 ‘부패방지법’이 엄격해야 하나. 우리는 문명 사회인이다. 그릇된 가치의식부터 뿌리 뽑아 양심부터 바로 세워 가면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이 실천해 나가면 잘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일등 국민이요 이 나라가 우리 아들 손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상속물이니까. 우리부터 맑은 물이 되자.
“야 이놈아 그러게 부족한 것이 오히려 복이 된다 하지 않더냐!”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가슴을 크게 툭 친다.


수필가 윤주홍 l inbo34@naver.com


필자는 국문학과 출신 의사로 ‘봉천동 슈바이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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