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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Movie &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 2005


 


고전 <스타워즈>시리즈(에피소드4, 5, 6)의 인기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1999년부터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로 만들어진 에피소드1, 2, 3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는 듯하다. 과거의 향수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캐릭터들과 새로운 설정과 새로운 특수효과는 아무래도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을 것이다.
아무튼 <스타워즈>는 굉장히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라 다룰 얘깃거리가 많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에 나왔던 장면 중 하나만 복기해보자. 시스 로드인 팰퍼틴 경이 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황제가 되는 장면. 이를 기점으로 공화국은 제국이 되고, 제다이들은 반역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 묘사는 플라톤을 연상시킨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민주정이 참주정으로 변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차피 빈부의 격차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빈자들은 늘 부자들에게 불만이 있다. 이때 대중선동가가 평등을 외치며 나타나 지지를 얻는다. 대중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대표자가 바로 그 대중선동가인 줄 착각하고 그를 지지해 권력을 준다. 그러나 대중선동가는 이기적 존재일 뿐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동원해 숙청과 탄압의 과정을 거쳐 권력을 독점한다. 그렇게 민주정은 몰락하고 참주정이 찾아온다.”
세세한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위 묘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그것과 쏙 빼닮았다. 그래서 고민해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인데, 언젠가 플라톤의 말처럼 참주 정치가 부활할 날이 올까?”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주장한 바에 따르면, 위 질문은 틀렸다. 자유민주주의는 인류 정치체제의 종착점이라는 것이다. 다른 모든 체제와의 대결에 승리해서 더 이상 비교할 대상이 없다. 전쟁은 평화보다 손해가 많고, 제국은 공화국보다 유지비용이 많다.
하지만 전제가 필요하다. 인류는 역사를 소중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인류는 깨우친 바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역사와 어떤 깨우침일까?
하나, 봉건주의-전체주의-공산주의가 모두 몰락했거나 몰락해 가고 있다는 역사다. 위 세 가지 정치체제들은 개개인의 자유를 지켜주지 못했고, 그렇다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전쟁과 폭력에 가까운 정치체제들이었다. 후쿠 야마의 주장 중 인상적인 것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에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역사는 그랬다.
둘, 타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 자유민주주의가 도래한 국가에선 모두가 평등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자칫 사람들은 남보다 뛰어나 보이기 위해 타인을 억누를 우려가 있다. 그 욕망을 다른 곳으로 배출할 줄 알아야 한다. 김연아나 류현진, 싸이나 반기문처럼 말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시민의 자격이다. 이런 성숙된 시민의식이 너무 어려운 게 아니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고 사회체제가 중요하다. 풍성한 국제교류와 네트워크 환경은 이런 체제의 기반이 된다. 역사가 철저히 기록되고, 서로가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선동에 휩쓸리지 말고, 지킬 가치를 지켜가야 한다.


자유기고가 홍훈표 l exomu@naver.com




 

홍훈표 작가는 단막뮤지컬 ‘버무려라 라디오’ 극본을 집필하는 등 문화예술 평론의 신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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