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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COVER STORY | 기업과 사회공헌 3,4

외국의 사회공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인식 널리 확산
유럽 정부, 담당장관 임명 등 사회공헌 의무화… 미국·일본 등은 정부가 측면 지원

 


 

▲외국에서도 사회적책임을 다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사진은 일본 통신사 KDDI가 SKT와 제공하는 모바일 커뮤 니티 서비스 ‘하늘친구’ 이용자의 모습.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의 99%를 사회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저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이 사회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살아왔습니다. …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사회 덕분이며, 그 속의 한 부분에 제가 잘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이룬 모든 것을 사회로 되돌리는 것은 마땅하며, 빌(게 이츠)의 생각 역시 저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투자의 귀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렌 버핏이 했던 명언이다.

사회적 책임 이행 국제표준 만들어져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것이다. 2010년 11월에는 ISO26000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국제표준이 제정·공포됐다. 국제표준화기구(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발표한 ISO26000은 비강제적 준수조항이지만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이슈가 되면 서 기업 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국제 입찰이나 글로벌 시장 진입 등 에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오스 트리아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 의무화 정책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유럽은 1993년 이후 심각한 실업 문제와 역내 국가 간 경제 격차 문제에 봉착하자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속가능경영 논의를 시작했다. EU집행기관인 EU위원회와 각국 정부의 주도로 CSR 활동이 추진되고 있고,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CSR 담당장관을 임명해 정부 주도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CSR에 대한 강제 규정은 없으나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의무로 인식하고 다양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정부가 측면 지원하고 있다.

美 GE, 세계 각국서 5만여 자원봉사자 활동
미국은 기업의 기부 및 자선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12개 연방정부에서 50개의 CSR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국 국무부는 연말이면 해외에서 우수 사회공헌 활동을 한 미국 기업을 중소기업과 다국적 기업으로 나눠 선정, 발표하는 ACE(Award for Corporate Excellence)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기업은 종합가전 기업인 GE다. GE는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2012년 발표한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 보고서’에서 436억8,200만 달러(약 43조 2,000억원)의 브랜드 가치로 100대 기업 중 6위를 차지했다.
‘날마다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는 One GE’라는 슬로건에서도 GE의 사회공헌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GE가 1928년 조직한 자원봉사조직 엘펀(Elfun, Electrical Fund)은 GE의 임직원 및 퇴직자로 구성돼 세계 46개국에 지부 146개를 두고 지역사회서비스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인과 고아들을 돕고 있다. GE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하려면 반드시 엘펀의 회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 조직은 세계 각국에 5만3,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GE는 2005년 ‘친환경적 상상력(Ecomagination)’ 캠페인을 발표하며 환경부문에서 상상력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미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매해 1억달러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지출하면서 과거 환경파괴기업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기업 이미지 획득에 성공했다.


① 독일기업 바이엘은 미래환경 리더인 ‘청소년 환경대사’를 선발, 교육한다. ② 미국기업 에스티로더는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인 핑크리본 캠페인을 21년째 진행하고 있다.

獨 바이엘, 친환경 경영에 사활
독일은 정부 차원의 CSR 전략을 법적 제도로 도입했다. 독일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를 위해 ‘CSR Action plan’을 도입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 풍토를 정착하고,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며, CSR 활동의 가시화 및 신뢰성을 고취한다는 세부 추진 목표를 발표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기업은 바이엘이다. 독일 레버쿠젠 지역은 바이엘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100년 이상 기업과 도시가 함께 성장한 좋은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바이엘의 사회공헌은 스포츠와 문화예술 후원으로 시작됐다. 독일의 가장 큰 스포츠 후원사중 하나인 바이엘은 현재 레버쿠젠시 중심부에는 축구전용구장(Bayarena)을 비롯 다양한 종류의 경기장을 설립, 지역민들의 직·간접적인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바이엘은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친환경 공정과 폐기물 감소 활동, CO₂방출 감축 프로그램 추진, 상업용 친환경 빌딩 구축, 국제연합 환경계획과의 협력을 통한 청소년 환경 프로젝트 추진, 세계 식수 보호를 위한 세계탐험기금 지원 등의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윤리경영 정책을 사회공헌 활동의 기본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日 KDDI, 개도국 지원에 역점
일본 정부는 유럽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법제화하거나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상당히 포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ISO 26000에 대해서도 일본 규격 협회 내 국내위원회를 두고 심의를 하고 있으나 활동 범위는 검토의견제출, 사례연구 등으로 제한적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착한기업은 일본의 종합통신서비스 회사인 KDDI다. KDDI의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 회장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다. 윤리경영의 선구자인데다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여온 인물로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전기그룹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자동차 창업자)와 함께 일본의 3대 기업가로 손꼽힌다.
KDDI의 기업 목적은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이같은 신념으로 전화 사업을 시작했고 성공했다. 주요 사업으로 이동통신서비스, 국제전화서비스, 인터넷 데이터센터, 인터넷 접속 서비스, 토탈네트윅 솔루션 서비스 등을 진행한다.
KDDI는 특히 개발도상국에 많은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농촌 생활의 질적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지 ISP(인터넷 접속 서비스) 사업자와 서비스를 전개하는 등 개발도상국 통신 환경 정비를 통해 현지 지자체와 함께 무선 광대역 통신 환경을 구축하고 기술을 이전했다. KDDI는 기업의 사업적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을 하기로 유명하다.


 





인터뷰 - 기업 사회공헌 전문가 곽대석 박사
“자발성·진정성·지속성 갖추는 게 중요”
정부의 지원, 기업의 기획력, 시민단체의 실천력 어우러져야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최근 연 7~8%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 민 주화가 화두가 되면서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사회 공헌 활동을 강 조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 사회공헌 1세대로서 10여년째 사회공헌 활동 을 펼쳐 온 CJ나눔재단 곽대석(58) 사무국장을 만나 국내 사 회공헌의 현황과 특성,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어떤 계기로 사회공헌 문제에 관심을 가 지게 되었나요.
A. 저는 전남 신안군의 비금도란 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섬 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었지만 직장 문제로 고향을 떠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던 마음이 ‘사회복지’ 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졌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당시 외 환위기로 실직자와 노숙자, 방임 아동 등이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했고, 가정해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공부하게 된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석사 논 문 제목이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복지재단의 사회공헌활동 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후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게 됐고요.

Q. CJ그룹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하다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설립한 사회공헌정보센터의 소장으로 2 년간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기업 부장 자리를 박차고 비영리기 관으로 자리를 옮겼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A. 2007년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다가 2009년 친 정인 CJ그룹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기업의 사회공헌 분야에서 전문인재로 평가받는 과분함을 누렸지요. 기업 범위 를 넘어선 사회공헌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 기관 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러 기업과 정부 정책이 연계된 사회 공헌 활동을 해보고 싶었고, 기부자나 봉사자에게 감사하는 사 회문화도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기업과 정부, 시민이 연계된 협 력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 어요. 사회공헌 정보를 소통하고, 실무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 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업무를 추진했습니다

Q. 2009년 CJ그룹으로 다시 돌아와 어떤 일을 했습니까.
A. 공공기관에서의 업무를 해보니 다시 민간분야에서의 사회공 헌 비전을 품게 됐습니다. 사회공헌정보센터로 자리를 옮기기 전 결식이웃을 돕는 ‘푸드뱅크’,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교육을 돕 는 ‘도너스캠프(Donors Camp)’ 등 사회공헌 사업의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수 개발했습니다. 진행 중이던 이 프로그램들의 성과를 내고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사람을 키우고 나라를 키운다’는 슬로건 아래 2005년 출범한 CJ도너스캠프는 단순한 기부나 일회성 봉사활동을 넘어서 전국 3,600개 공부방과 결연을 맺고 열악한 가정환경에 처한 아이들에게 문화활동 및 교육지원, 적성개발교육, 다문화교육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CJ도너스캠프는 기업의 사회공헌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인지요.
A. CJ도너스캠프는 교육 프로그램 지원이 필요한 공부방 어린이들과 기부를 원하는 기부자들이 만나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도록 설계된 기부 플랫폼입니다. 기부자가 1만원을 기탁하면 CJ나눔재단이 같은 액수를 더해 집행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운영되지요. 도너스캠프에 일반인들의 참여가 90%를 넘었습니다. 기부 회원이 지난 2005년 출범 당시 2,900명에서 2007년 5만6,204명, 2009년 15만3,763명, 2011년 20만5,923명, 지난해엔 26만4,171명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기부모금액(매칭펀드 불포함) 역시 2009년 8억5,000만원에서 2010년 12억5,000만원, 2011년 25억원, 2012년 34억6,000만원으로 늘어났지요. 도너스캠프는 평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교육 불평등이 결코 대물림돼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었습니다.

Q. 도너스캠프가 추구하는 ‘교육 평등’의 사회적 가치에 동참하는 분들이 참 많군요.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공헌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A. 기업의 사회공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기업이 사회문제에 참여하면 대중들은 대게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 이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내부 임직원들의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기업의 사회문제 참여로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이 100% 중 49%라면 내부 임직원들이 좋아지는 것은 51%로 볼 수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를 이해하게 되고, 사회문제에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의 자부심은 가족과 지역에 대한 프라이드가 되고, 곧 기업의 로열티로 이어져 기업은 사회공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Q. 현재 기업 사회공헌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입니까.
A. 기업 사회공헌이 마케팅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참여자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 참여자의 진정성과 봉사내용이 중요한 것이고, 기부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부금을 내는 마음과 기부금이 쓰이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지요.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하고, 해당 기업이 잘할 수 있는 것과 회사 경영이념에 맞는 분야를 선택해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합니다. 일회성,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여해 문제 개선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Q. 사회공헌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A. 기업의 사회공헌이 건전한 기업문화의 자원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원봉사도 중요합니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절대 공문을 통해서 하지 않고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게시해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는 CJ그룹의 원칙은 자원봉사의 순수성을훼손시키지 않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봉사활동의 원칙성을 지켜주는 것이 기업 사회공헌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눈치 보지 않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간 근무시간 중 1%를 유급으로 봉사활동에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A.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인적, 물적 자원으로 지역사회 문제의 개선이나 발전을 위한 제반 활동이라고 봅니다. 가장 훌륭한 소통의 수단이지요. 따라서 일방이 아니라 쌍방향적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집니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민사회, 기업 그리고 정부가 신뢰하는 환경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기업의 노력은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기업과 시민단체간의 전략적 제휴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저는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가 전략적 제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는 지원, 기업은 기획력, 실천력은 시민단체에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면 되고, 기업은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고, 시민사회단체는 스스로 투명해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