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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힐링 에세이 | 아름다운 눈물

아름다운 눈물

 


 

피투성이가 된 청년이 신음하며 길가에 누워 있더란다. 장바구니를 든 부인이 머뭇머뭇 다가가 청년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물었다. 청년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대답을 한다. 취직 시험을 보러 상경한 지방 청년인데 뒷골목 까탈스러운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한 후 지갑까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부인은 그 청년을 필자의 병원까지 부축해 왔다. 그리고 치료비까지 내줬다. 갸륵한 부인의 자애로운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왔다.
부인은 퉁퉁 부어 있고 거즈를 댄 청년에게 시장바구니 속 손지갑에 있는 전액 5만원을 건냈다. 그리고 말없이 돌아서 간다.
부인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묻는 청년에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한사코 진료실을 나간다. 청년은 그 뒤에 대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하며 허리를 조아린다. “시험이 끝나고 내려가면 반드시 갚아 드리겠습니다”라는 그에게 필자는 부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메모해 건냈다.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장사꾼이 여리고로 가는 도상에서 강도를 만났다. 가진 것 다 빼앗기고 심한 상처를 입어 기진맥진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 제사장이 부정한 것을 보듯 외면한 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랍비도 안됐다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그 시대에 가장 천대받던 사마리아 사람이 이를 보고 상처를 포도주로 깨끗이 씻어 싸매준다. 그리고 자기 나귀에 태워 가까운 여인숙에 눕히고는 치료를 부탁하며 “돈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모두 갚아주겠다”고 했다. 강도를 만난 사람의 진정한 이웃은 누구일까. 바로 사마리아 사람이다.
한 2주일쯤 지난 어느 날 필자의 이웃에 살고 있는 그 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험을 치르고 내려간다는 전화는 받았는데 그 후 청년이 필자에게 무슨 연락을 했었느냐는 물음이었다. 소식을 기다리는 것이 꼭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청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해서 여쭙는 거란다. 이런 일이야 이미 수차례 경험한 일이다. 딱한 사정을 호소하면서 시골집에 갈 차비를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시골집에 도착하면 즉시 빌린 돈을 부쳐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양심을 사기 당한 것 같아서 서운했었다. 부인도 그런 심사이리라 좀 더 기다려 보자고 부인에게 전했다.
다음 날 필자는 부인에게 5만원을 송금했다. 그 후 부인이 다시 황급히 필자의 병원을 찾아와서는 청년이 돈을 붙어 왔다며 잠시나마 불신했던 것과 느긋하지 못한 자신이 죄스럽다 말했다. 생각보다 그 청년이 양심이 살아있어 감사하다며 착한 심성이 섞인 눈물을 훔친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을 잊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웃 부인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숨을 헐떡이며 진료실 문을 열었다. 시골에서 특산물인 마늘과 감사했다는 편지, 그리고 5만원이란 돈을 청년이 또 부쳐 왔다는 것이다. 나는 실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청년에 대한 선한 신뢰성에 혹 손상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래도 여전히 부인은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희한한 아름다운 일도 있느냐며 감격해서 우는 것이니 말리지 말란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말 속에 감동 어린 울음이 여전하다. 어느 새 필자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부인의 눈물 때문 만은 아니리라.


수필가 윤주홍 l inbo34@naver.com




필자는 국문학과 출신 의사로 ‘봉천동 슈바이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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