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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협동조합을 찾아서 | 광명하늘어린이집

광명하늘어린이집
“우리 아이 부모들이 함께 키웁니다”
2004년 공동육아로 출발… 기본법 시행 후 정규 협동조합 전환 고민 중




▲광명하늘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따뜻한 시선을 가진 어른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공동체 문화를 실현하고자 설립됐다

아이를 가진 부모는 늘 마음이 편치 않다. 혹시 아이가 뛰어 놀다 다치지는 않을지, 행여 다른 아이와 싸우지는 않을지, 행여 밥을 굶지는 않을지,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을지…. 부부가 함께 직장을 다니는 맞벌이라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다른 부모보다 더 긴 시간,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내 아이를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내 아이를 나처럼 돌봐줄 수는 없을까? 아이를 가진 부모는 자연스럽게 이런 마음을 갖게 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돌봐주시면 좋으련만 그것도 예전 같지 않다. 베이비시터를 두자니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고…. 내 아이를 나처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돈은 더 들어도 만족”
이 같은 희망으로 만들어진 것이 공동육아협동조합이다. 다른 아이 부모가 내 아이를 자기 아이처럼 생각해 주고 나도 다른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봐주는 공동체. 아이가 있는 부모의 열망이 담긴 이 같은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80여 개에 이른다.
광명시 하안동에 위치한 공동육아협동조합 ‘하늘어린이집’ 정우진(42) 운영 담당이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4살 짜리 아이를 이곳 협동조합에 보낸다.
아이를 이곳에 보낸 지는 6개월 남짓. 이전까지는 민간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다. 돈은 지금이 조금 더 든다. 국가 보조비 외에 조합비조로 약간의 돈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먼저 어린이집은 그냥 아이를 맡기면 됐다. 그 이외의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월 2회 꼴로 저녁에 어린이집 청소를 해야 한다. 3개 월에 한 번씩은 대청소도 맡는다.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그는 행복하단다. “먼저 있던 어린이집은 벽이 있었습니 다. 일단 아이를 보내고 난 뒤에는 무슨 교육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가르치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또 오후가 되면 불안해졌습니다. 가끔씩 아이가 혼자 있다고 전화가 와요. 빨리 데리고 가면 좋겠다는 얘기지요. 게다가 학부모와의 연계가 전혀 없어 누가 누구 학부모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정 이사는 “이곳에 아이를 보낸 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때때로 급한 볼일이 생겨 어린이집이 끝나는 저녁 6시 반 까지 아이를 데려가지 못한다 해도 마음을 크게 졸일 필요가 없 다. 다른 아이 학부모가 아이를 대신 맡아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이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무슨 프로그램이 좋겠다는 의견을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
그가 흡족해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관문을 열면 널따란 마당이 있고 텃밭이 있다. 뒤에서는 나지막한 뒷동산이, 앞에서는 작은 생태공원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돌봐준다. 훗날 아이들의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기 충분한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정 이사는 “내가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보고 가끔 청소를 맡아야 하는 등 힘이 조금 더 들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협동조합 전환, 신중 검토해야
함께 대화를 나누던 허만(47) 이사장도 거든다. 허 이사장은 6살 짜리 아이를 이곳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이자 조합원이다.
“도시 아파트촌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손바닥만한 어린이 놀이터가 전부입니다. 이곳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산과 공원이 있지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면 사회성도 좋아지고 커서 세상의 온갖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선희 교육담당 이사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유 이사는 4살과 7살짜리 두 아이를 이곳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공립어린이집은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르지요. 민간어린이집도 좋다는 소문이 나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자연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또 아이들, 교사, 학부 모간 유대감도 떨어지지요. 여기처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만족하며 공동체를 운영하던 이들에게 최근 고민 아닌 고민이 하나 생겼다.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정식으로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적지 않은 육아협동조합이 협동조합으로 정식 신고해 법인격을 갖췄습니다. 우리도 필요한가를 신중하게 검토 중입니다.”
대부분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이 있고 출자금을 내며 총회나 이사회 등 조직도 갖추고 있다. 스스로 필요해 돈을 내고 스스로 조직을 끌고 가니 자율·자조·자립의 전형적인 협동조합인 것이다. 하지만 육아협동조합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나오기 전까지, 협동조합으로서의 법인격을 갖추지 못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한국의 협동조합은 8개의 개별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농업협동조합법, 중소기업협동조 합법, 신용협동조합법, 새마을금고법, 생협법 등이 그들이다. 누구라도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이 법에 기초해야 했고 그 법에 해당 되지 않는다면 아예 협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었다.
협동조합이 필요한 경우 결국 다른 법에 기초해야 했는데, 공동육아협동조합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은 영유아보육법에 의거해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정식으로 쓸 수 없었다. 국내 가장 대표적인 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법인격이 없을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시설계약 시점에서 발생합니다. ‘광명하늘어린이집’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무 것도 계약할 수가 없는 거예요. 어린이집 전세 계약도 결국 계약 당시 이 사장직을 맡았던 분 이름으로 했는데요, 매년 이사장은 바뀌지만 계약자를 매년 바꿀 수 없어 지금도 계약자 이름은 최초의 이사장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선뜻 법인격을 갖추겠다며 협동조합을 신고하는 것에도 걱정은 있다. 신고 서류 만들기가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의견이 분분하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운영된다면 ‘노동’과 ‘정신’의 교환으로 족하다. 하지만 정식으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질 경우 뭔가 수익을 위해 사업을 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 도 있다. 그럴 경우 ‘공동육아’의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그게 고민인 것이다.
허 이사장은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약간의 수익을 내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어린이집이 적자고 이 적자는 조합원이 메꿔야 하거든요.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만일 정식으로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경우 무슨 사업을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할 것인지, 또 실제로 그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토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공동육아의 목적에 전념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이라도 수익을 창출해 조합원의 부담을 줄일 것인가. 협동조합기본법의 여파가, 17명의 아이와, 3명의 교사, 13가구의 조합원이 운영하는 이 작은 어린이집에까지 닿고 있었다.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 jkrep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