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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화제의 경기인 | 38선 80회 횡단한 유대지 씨

평화 염원하는 유복자의 사부곡
38선 80회 횡단한 유대지 씨




유대지(64) 씨는 좀 특별한 기록의 소유자다. 그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19년 동안 38선을 80회나 횡단한 기록 때문이다. 지난 4월 경기도는 ‘경기도 최고도민 11인’을 발표하면서 유대지 씨에게 ‘2013년 최고기록 경기도민’ 인증서를 수여했다.
‘휴전선도 아니고 왜 38선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성남 분당의 자택에서 만난 유대지 씨는 밝고 시원시원한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그는 부인 이필순(64) 여사와 함께 한 권의 책과 낡은 소형 태극기 그리고 UN기 등을 준비해 놓고 맞아주었다.
“건국 경찰이셨던 아버지께서 1949년 3월 경북 경주군 안강읍 두류리에서 빨치산과 전투 중 전사하셨습니다. 당시 유복자였던 저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태어났고, 세 살 무렵 어머니마저 돌아가셔서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자라면서 아버지의 일을 알게 됐고, 전쟁의 참화를 알리고 저 같은 사람들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유대지 씨는 1994년 휴전선을 횡단하는 것으로 38선 횡단여행을 시작했다. 강원도 고성에서 백령도까지 부인과 함께 도보로 20일을 걷는 대장정이었다. 당시 남북이 핵문제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는 다시 전쟁이 일어나 자신과 같은 유자녀가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휴전선 횡단을 기획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그의 도전을 크게 다뤘다.
반향이 크자 그는 한 번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본격적인 38선 횡단을 기획했다. 그가 처음 강원도 양양 하광정에서 한계령, 원통, 양구를 거쳐 북춘천에 이르는 38선 횡단에 나선 것은 1997년이었다. 특히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은 매달 한 번씩 횡단을 했다.
“부친의 제사일인 3월 23일과 휴전협정일인 7월 27일,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는 1월 1일과 6월 25일 등 일 년에 네 차례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는 북미대륙의 38선을 자동차로 횡단한 적도 있습니다. 거리만 4,000 ㎞에 미국 13개주를 10일간 횡단했습니다.” 그는 유복자이면서 3대 독자이기도 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오매불망하는 마음으로 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것이다.
지난해 그는 특별한 책 한 권을 냈다. 수필집이자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는 호로자식이 아니야>라는 책이다. 책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길러주신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유대지 씨는 “60여년전 보훈가족을 보는 사회의 시각이 그랬다”면서 “60년이 지나 나는 호국영령의 자식이라는 것을 항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판매한 수익금을 ‘전몰 군경유족회가 추진 중인 UN참전 16 개국 유족돕기’ 성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며 많은 성원을 부탁했다.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