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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화제의 경기인 | 최고령 미용사 서태석 할머니

일흔의 도전, 3전4기 신화를 일구다
최고령 미용사 서태석 할머니




엄격히 말해 서태석(71) 할머니는 최고령 미용기능사 자격시험 합격자라고 해야 옳다. 그가 미용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필기시험은 단번에 합격했지만, 실기시험은 말 그대로 3전4기였다. 이 일로 그는 적잖게 언론의 유명세를 탔다. 그리고 지난 4월 경기도는 그에게 ‘경기도 최고도민 11인’의 한 명으로 인증해줬다.
사실 시험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다못해 운전면허시험 조차도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정도다. 하지만 나이와 난이도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서태석 할머니가 증명해보였다.
“2011년 남편과 사별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딸이 취미생활을 하거나 무언가를 배워보라고 했습니다. 의논하다가 미용이 좋겠다고 권유해 무턱대고 학원을 찾았죠. 학원측에서 나이든 뭐든 다 괜찮다고 해 그 자리에서 등록을 했지요. 그때부터 열심히 배웠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그의 미용사 도전기는 3개월만에 필기시험 합격으로 순탄 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실기에서 내리 3번을 낙방했다. 그리고 마침내 4번 만에 합 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미용 기능사 합격 소식은 신문과 방송에서 앞 다퉈 뉴스로 다룰 만큼 유명한 사건이 됐다. 그만큼 일흔이 넘은 노인이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본다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일을 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고 말도 늘었어요. 노인들도 의기소침해 있지 말고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하면 지나고 후회를 하게 돼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도전을 해야 해요.”
서 할머니에게는 노인이라는 선입견이 무색해진다.
아침 9시반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그는 하루의 거의 전부를 서서 보낸다. 지금은 연구반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초급면허 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처음에는 자격증 따고 작은 미용실이라도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기술이 완벽하지 못하면 어렵겠다고 판단해 기술을 더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 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서 할머니는 실력에 자신이 붙고 경기가 회복되면 소박한 미용실을 열어 노인들이 놀다가고, 없는 노인들에게 봉사도 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를 찾는 노인 단골들이 미용실에 많이 온다고 한다. 그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아름다운 미용학원 내 미용실이다.
어려운 이론과 실기시험에 척척 붙은 서 할머니라 젊어서 사회활동을 계속한 분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는 지난 55년간 주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체신부 산하 중앙전화국에서 2년 정도 근무한 것이 사회생활의 전부다.
운전면허는 35년전에 취득해고, 20년전 딸이 있던 미국 시카고에 가 있는 동안 미국면허도 땄다. 대화 내내 스마트폰과 카톡, 그리고 블로그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서 할머니와 이야기하면서 늙는다는 것은 자연현상이 아닌 마음의 선택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서 할머니는 사회가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줬으면 한다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