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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Movie&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
<매트릭스>, 1999





<매트릭스>가 처음 개봉했을 당시, 대중들의 열광이 지금도 생생하다. 세계적 논쟁과 토론을 불러일으킨 영화, <매트릭스>는 그 자체로 담고 있는 메시지가 워낙 강해서 철학과 신학에까지도 연결되며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 그 붐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13층>이나 <다크시티> 등 영화들은 ‘매트릭스 류의 영화’라는 억울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사실 <매트릭스> 이 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말이다.
이런 열풍을 감독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을까? 후속작들은 1편의 강렬함을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졌다. 아무튼 당시 <매트릭스>와 관련한 주된 분석은 장자의 ‘호접몽’ 을 연결시키거나, 기독교의 메시아 신앙을 관련시킨 것이다. 이 얘기들을 재생할 필요는 없을 테니 여기서는 쉽게 놓치고 넘어 가는 중요한 설정 하나만 살펴보자.
인간들이 기계에 저항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한 먹구름이 태양을 가려버렸다. 이제 기계들의 에너지원은 떨어졌다.
절박해진 기계들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인간을 ‘사육’하기 시작한다. 이제 인간은 ‘매트릭스’라는 환상 속에 살아가면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배터리’가 되어버렸다. 기계들의 에너지원이 된 것이다. 다른 인간이 죽으면 그 시체를 살아있는 인간에게 먹이로 주는 끔찍한 장면도 있다.
사실 이런 설정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인간 역시 태양에너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에너지를 아껴 쓴다고 해도 ‘무한한 태양에너지의 축복’이 없으면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절멸할 뿐이다.
이런 무리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쇼스키 형제는 위 설정을 밀어붙였다. 여기엔 꽤나 심오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인간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꽤나 충격적인 선언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약간의 비약을 감수한다면, ‘인간은 신의 창조물’을 넘어 ‘신의 대리물’이기까지 하다는 뉴에이지 신앙이 엿보인다. 인간이 ‘신의 아들’이라면 ‘태양’ 따위에 목매어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겠나?
과학으로서의 진화론과 신학으로서의 인간존엄은 이렇게 서로 간극을 보이며 평행선을 이루지만, 지금 이를 진지하게 다루진 말자. 다만, 어차피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최소한 ‘스스로의 존엄성’에 대한 믿음을 갖는 정도가 좋아 보인다. 더욱이 인간은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정신’을 지닌 존재다. 인간이 인간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가 인간을 존중하 겠는가?
결국 초기 경제학자 리카르도의 ‘노동가치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노동이 모든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이론 말이다. 칼 마르크스는 이 이론을 교묘하게 변형해 150년 동안 세계의 반쪽을 몰락시킨 공산주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이론의 본디 용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과연 ‘교환 가치’가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따지는 가설이다. 그리고 그 배경으로는 ‘인간 노동의 숭고함’에 대한 믿음이 있다. 성실히 근로하는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치에 대한 믿음. 그것이 ‘노동가치론’의 진짜배기가 아닐까?


자유기고가 홍훈표 l exom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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