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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경기도 역사기행 | 안성 미리내 성지

한국 천주교 역사 살아 숨 쉬는 땅




1800년대 조선은 새롭게 유입된 천주교로 인해 들썩였다. 1801년 신유박해, 1827년 정해박해를 거치면서 천주교는 순교의 역사를 이어갔고, 천주교를 통해 들어온 신문물, 신학문은 조선을 변화시켜갔다.
안성 미리내 성지는 그 당시 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인들이 신앙촌을 형성한 곳 중 하나다. 미리내 교우촌은 주로 충청도에서 피난해 온 신자들로 형성됐다. 훗날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옮겨온 이민식(1829~1921)의 집안도 조부때 이곳으로 이주해와 정착했다.

김대건 신부 등 순교자 묘역 안치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위치한 미리내 성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로 기억 되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묘소가 있다. 김대건 신부가 이곳에 묻힌 것은 1846년 10월 30일이었다.
25살의 나이로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한 김대건 신부는 순교 후 그 자리에 묻혔고, 정부에서는 경비를 두고 그곳을 지키도록 했다. 이는 당시 국사범 처리의 관례를 깬 것이었다. 당시 조선은 국사범으로 형을 받은 죄수는 사흘 뒤 연고자가 찾아가는 것이 관례였다.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이후 40일이 지나서 미리내 교우촌에 있던 17세의 이민식과 몇 명의 교우들은 경비의 눈을 피해 새남터 백사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수습해 150여리 길을 걸어 닷새만에 미리내에 도착, 안장할 수 있었다.
현재 미리내 성지에는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묘소와 이윤일 요한 성인의 묘소 유지, 16위 무명 순교자 묘역 등이 있다. 또 김대건 신부의 어머니와 김대건 신부를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소도 자리하고 있다.


▲경당. 김대건 신부의 유해친구와 시신이 담겨 있던 모관 일부분이 안치되어 있다.(좌) ▲김대건 신부 동상.(우)

박해 피한 천주교인 교우촌으로 시작
미리내 교우촌에 공소가 설립된 것은 1883년이었다. 당시 ‘순교자 79위 시복 조사’를 담당하고 있던 서울교구의 뮈텔 신부가 이곳을 방문해 미리내 공소를 설립했다. 1896년 강동영 신부가 이곳에 부임함으로써 미리내 공소는 본당으로 설정됐다. 1906년 미리내 요셉성당이 축성됐고, 요셉성당 제대에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 하악골이 안치되어 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1901년 용산 예수성심학교로 옮겨졌다. 현재는 가톨릭대학교 성당 안에 안치되어 있다.
미리내 성지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소개되는 ‘한국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은 1991년 봉헌됐고,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의 종아리뼈가 안치되어 있다.
1984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명의 순교자를 성인으로 시성했다.
미리내 성지가 위치한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는 호젓한 산골 마을이다. 미리내라는 이름은 당시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와 점점이 흩어져 살던 천주교인들의 집에서 흘러나온 호롱불빛과 밤하늘의 별빛이 어우러져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졌다.

지친 도시민들 휴식처 역할도
미리내 성지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주차장이 가장 먼저 들어온다. 주차장 앞으로 난 숲길을 따라 가면 주변으로 예수님과 관련한 다양한 조각상들이 숲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길을 걷다가 잠시 숨을 고를라 치면 넓은 잔디밭 너머로 ‘103위 시성 기념성당’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을 만난다. 시성기념성당 뒤로는 ‘십자가의 길’이 이어져 있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님이 로마총독 본디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는 모습부터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과정을 조각으로 보여준다.
시성기념성당 옆에는 성모당이 자리하고 있다. 성모당에서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경당’이 나온다. 이곳에는 김대건 신부의 유해친구와 시신이 담겨 있던 모관 일부분이 안치되어 있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오른쪽 위쪽으로 올라가면 성요셉성당을 만나게 된다.
미리내 성지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조선말 치열했던 신앙인들의 삶을 알지 못하더라도, 한번 쯤 방문해 지친 삶을 힐링하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그곳에는 성인들의 영혼이 안식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리내 성지 주변에는 용인시 원삼면의 고추골, 용바위, 모래실, 양지면의 은이, 골배마실 등 12개의 공소들이 있다. 이들 공소는 미리내와 함께 교우촌을 형성했던 곳이다.


▲성요셉성당.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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