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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화제 l 경기도, 셉테드(CPTED) 도입

범죄, 환경 디자인으로 원천 봉쇄
 사각 지대 없애고 자연감시 효과 높여




길을 걷다보면 지나가기 싫은 골목이나 공터 등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인적이 드물고 어두컴컴한 이런 곳은 실제로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사람들 사이의 유대가 느슨한 현대 도시들은 범죄에 대한 감시나 견제 역할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면 범죄도 당 연히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경기도는 최근 범죄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셉테드(CPTED)’ 기법을 도시에 적용하기로 하고 가이드라인을 담은 매뉴얼을 개발했다 . 셉테드는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약자로 흔히 ‘범죄예방 환경 설계’로 풀이된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 칙칙한 담장 색깔, 관리되지 않은 공터 등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디자인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좁고 복잡하며 어두운 골목길에 조명을 설치하고 칙칙한 담벼락은 밝은 색으로 칠해 분위기를 바꾸며, 방치된 유휴공간은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 휴게공간을 마련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범죄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여기에 골목길 진입구에 내부 상황 정보를 제공해 안전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안전게이트, 항상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점멸식 CCTV, 휴대폰과 컴퓨터로 마을을 보고 지킬 수 있게 한 주민감시형 IP CCTV 등 범죄심리를 완전 차단할 수 있는 각종 기기들도 도입된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브리스톨은 장소에 대한 범죄와 공포감을 줄일 수 있는 설계 지침을 제시, 분명한 시야선을 확보하기 위해 조경과 조명의 설계 가이드라인과 주차장 범죄를 감소하기 위한 설계 가이 드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일본은 도로, 공원 주차장 및 공중화장실에 관한 방범 기준 및 안전한 마을 만들기 추진요강을 수립, 도시계획단계부터 셉테드 원리를 적용 중이다.
경기도가 셉테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본격적인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한 것은 올 2월. 6월에는 수원시 파장동에서 김문수 지사 주재로 찾아가는 실·국장 회의를 열고, 현지의 문제점 등을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7월 가이드라인 개발이 완료됐고, 10월 18일 도의회에서 전국 최초로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디자인 조례>가 제정됐다.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조례안은 12월 1일 공포·시행된다.
개발된 가이드라인은 주변에 상존하는 위협요소를 제거해 범죄심리를 차단할 수 있는 범죄예방 표준가이드라인, 공간별 디자인 매뉴얼, 범죄예방 체크리스트 활용방안 등을 담고 있다. 또 제정된 조례안에는 자연감시, 접근통제, 영역성 강화 등 범죄예방 환경 디자인 기본원칙과 범죄예방 환경 디자인 종합계획 및 기준 수립에 대한 책무 등이 담겨 있다.
경기도는 조례안 시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시행규칙을 마련, 2014년 시범마을 4개소를 선정해 우선 적용해볼 계획이다. 또 각 시군이 관련 조례 등을 마련해 셉테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셉테드 매뉴얼이 적용된 곳에는 ‘경기도지사 안전마을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범죄예방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까지 환하게 만들어주는, 경기도의 신개념 도시 환경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