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 누리길-자연과 사람 배려한 4개 테마길

<테마여행-길>

겨울녘 차갑게 얼어붙은 호수를 바라보며 흙길을 밟는 기분은 더운 날 청량한 산길을 걷는 것과 사뭇 다르다. 칼바람이 몸으로 스며드나 싶은 순간 어느덧 머리는 맑아지고 가슴은 따뜻해진다. 의왕 누리길은 그렇게 걷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녹인다.

 

의왕 누리길

자연과 사람 배려한 4개 테마길

왕송호수길 국토부 선정 친환경 탐방로

 

얼어붙은 호수 위에 하얀 눈과 철새 무리가 장관을 연출한다. 상념에 젖어 “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의왕 왕송호수길은 다소곳하다. 쓸쓸함 보다는 정갈한 맛이 있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마다 걷기 좋은 길 조성에 한창인 가운데 의왕시 역시 개발제한구역을 보존하고 도시민들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는 ‘누리길’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첫 선을 보인 누리길은 ‘자연과 사람을 배려한 다채로운 테마길’로 요약된다. 기존의 산책탐방로를 친환경적으로 활용·보완해 조성했다. 누리길의 구간은 왕송호수 여수토를 출발해 도룡 마을을 지나 덕성산과 괴말, 교동, 고고리, 아름채, 의왕시청으로 이어진다. 총거리는 약 15.9km.

의왕 누리길 주변에는 덕성산과 오봉산을 비롯 왕송호수 등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이 일품이다. 안자묘와 한익모선생묘, 보호수 등 문화재 및 역사유적도 볼거리다. 특히 왕송호수 산책로 주변에는 자연학습공원을 비롯 철도박물관, 조류생태과학관, 초평동 연꽃단지, 왕송맑은물처리장 등 다양한 체험관광 자원이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나들이에도 그만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살린 의왕 누리길은 4개의 테마길로 구성돼 있다. 왕송호수 주변의 산책로인 ‘생태탐방로’→부곡체육공원 일대의 ‘건강산책로’→고고리와 노인복지관 주변의 비교적 평탄한 지형의 ‘너른들판길’→덕성산 산책로인 ‘자연체험의 숲길’로 이어진다. 도보로 의왕 누리길을 모두 돌아보려면 5~6시간이 걸린다.

가장 인기 코스는 왕송호수 구간을 중심으로한 ‘왕송못길’이다. 호숫가를 따라 길이 시작되고 길이 평탄하다보니 산책하기에 좋다. 각종 식당이 즐비한 의왕의 백운호수와 달리 왕송호수는 덜 알려진 만큼 사람들의 손때가 덜 묻어 생태호수로 불린다. 왕송호수길은 6.4㎞로 2시간여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이 길은 국토해양부 선정 친환경 탐방로 중 하나다.

의왕시 월암동을 도는 ‘달바위길’은 덕성산 산책로와 마을을 도는 5.3㎞의 구간이다. 달바위길은 부곡체육공원을 경유하는 기존 등산로를 활용해 접근성이 양호하다. 평탄한 왕송못길과 달리 달바위길은 다소 오르내림이 있다.

왕송못길처럼 평탄하지만 호수 대신 숲속의 정갈함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코스는 ‘들고지길’이다. 연장거리 4.2㎞의 들고지길은 논밭과 산지를 교차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등산코스 이용도 가능하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

 

 

먹자골목인 백운호수와 달리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왕송호수는 운치를 자랑한다. 호숫가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고요한 호수의 정취를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사색에 잠긴다.

생태호수인 왕성호수에는 둥지를 튼 겨울 철새들이 볕 좋은 곳에서 낮잠을 즐기며 간간이 자맥질을 한다. 호수에서 관찰되는 새는 160종에 달하고 겨울 철새만 50여 종이 날아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송못길의 코스 중 초평동 경관지. 이곳은 연꽃이 단지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7~8월 꽃이 절정기에는 장관을 이룬다. 지금은 한겨울이라서 스산한 모습이다.

왕송호수 인근의 왕송썰매장에서는 아이들이 썰매 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썰매 대여비는 3,000원.

왕송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철도박물관에 다다른다. 1988년 문을 연 철도박물관은 철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실물차량 등 5,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의왕 누리길을 걷다보면 수원의 정취도 구경하게 된다. 왕송못길에서 출발해 의왕과 수원의 경계가 맞닿아 있는 곳까지 걸어가면 전나무가 우거진 멋진 광경이 나타난다. 이곳은 우즈랜드로 향하는 길목.

누리길을 따라 수원쪽으로 넘어오면 ‘우즈랜드 얼음&눈꽃축제’ 행사장이 나타난다. 수원 당수동에서 2월 중순까지 열린다. 빙어잡기, 얼음썰매타기, 전동ATV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엄마와 함께 튜브눈썰매타기에 한창인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