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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30년 광고인생, '어머니의 손맛'에 빠지다

아나덤㈜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전통을 잇는다

농촌여성장인제품공동브랜드 ‘약손맛’ 출시, 웰빙 먹거리 시장에 도전

“정말 국산일까?”,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쓰레기 만두, 멜라민 분유, 중국산 고추양념, 원산지 허위표시 등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각종 식품 안전사고에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법 먹을거리에 대항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신토불이 농산품들이 뭉쳤다. 전국 팔도 농촌 여성들이 그 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전통의 기술로 발효․옹기 숙성한 제품들이 그 주인공. 옛날 어머니의 손 맛 그대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통 먹을거리들이 ‘약손맛’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농촌여성장인제품공동브랜드 '약손맛'


신토불이, 전통 기술 그대로

‘약손맛’ 브랜드는 2009년 5월에 준비를 하여 9월에 본격적으로 출시됐다. 전국에서 선정된 전통가공식품 13개 업체가 모여 하나의 브랜드로 식품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

세계적으로 한국의 전통음식은 맛은 물론 기능적인 측면에서 그 건강함을 인정받았다. 전국 각 농촌에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옛 선조들의 전통 방식 그대로 우리의 전통식품을 가공,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가공식품들은 질적으로 우수한 먹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 농가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많다보니 홍보는 커녕 자체적인 유통망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대다수이기 때문.

아나덤㈜의 황선이 이사는 “전국 각 지역 농가에는 합성보존료나 인공감미료 등을 전혀 넣지 않고 전통 어머니의 손맛을 살린 우수한 전통가공식품업체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대로 시장에서 그 이름을 인정받고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업체들은 극히 소수에 불가하죠”라고 설명했다.

황 이사는 각 지역 농가에서 생산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전통가공식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데 주목했다. 믿을 수 있는 제품들만을 엄선해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다면 시장에서 분명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황 이사의 판단은 지난 2009년 농촌여성장인제품 브랜드화 시범사업 ‘약손맛’ 런칭으로 이어졌다.

전통가공식품, 뭉쳐야 산다

농업법인인 아나덤㈜을 설립하기 전 황 이사는 30년 동안을 광고판에서 살아 온 광고 디자이너였다.

“1984년에 광고회사 디자이너로 취업하면서 광고판에 뛰어들었어요. 1990년대 최초로 열린 <가공식품전시회>를 맡아서 진행했었고 이후 직접 광고회사를 운영하면서는 농촌진흥청과 관련된 행사 진행과 전시 홍보를 10년 넘게 담당했었죠.”

오랜 세월동안 농촌진흥청의 행사를 진행하면서 황 이사는 자연스럽게 농가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전통가공식품들을 접할 수 있었다고.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한 행사장에서 나온 고객의 불만을 듣고 전통가공식품 브랜드화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

“코엑스에서 전통가공식품들을 가지고 <설 명절 선물세트전>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전시와 함께 판매도 이뤄졌었는데 한 고객이 제품들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주문하고 싶은데 이게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죠. 아무래도 농가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이다보니 한 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불만인 것이었죠.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다양한 제품들을 하나의 통로로 판매, 유통하면 경쟁력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덤(주)의 황선이 이사.


“엄마 손이 약손이다”

황 이사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구체적인 사업의 방향도 정했다.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의 내림기술 전수와 농촌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전통식품을 유통해 건강한 먹을거리 확산 등 농촌을 살리는 동시에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체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가에서 인증한 전국 전통가공식품업체들을 직접 방문해 제품 생산 과정을 하나하나 체크했다. 그렇게 선정된 13개 업체가 ‘엄마손이 약손이다’라는 의미를 뜻하는 브랜드 ‘약손맛’ 아래 하나로 뭉쳤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아토피로 고생하거나 감기, 배탈에 쉽게 걸려요. 합성보존료나 인공감미료로 맛을 낸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에 아이들이 노출되면서 그만큼 면역력도 떨어졌기 때문이죠.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몸에 좋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건강한 방법으로 생산한 식품들이 시장에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예요.”

약손맛의 제품들은 그런 면에서 최적의 상품이라고 황 이사는 강조했다. 약손맛 조청은 직접 지은 쌀과 엿기름을 가마솥에서 장작불을 지펴 고아서 내리는, 옛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었다. 이외에도 매운맛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매실 엑기스와 사과즙, 엿기름으로 단맛을 낸 고추장, 발효해 옹기 숙성 시킨 감식초, 친환경 사과와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즙 100% 원액으로 만든 주스 등 몸에 좋은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통합 패키지·유통물류시스템화 절실

2012년, ‘약손맛’은 지난 2년 동안의 시범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다. 기존 13개 업체 외에 추가로 업체를 확대하고 제품들을 ‘약손맛’ 통합브랜드 패키지로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가들의 좀 더 적극적인 사업 참여와 투자를 이끌어내고 그렇게 얻은 수익이 다시 농가로 돌아가는 선순환 시스템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농가 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라든가 자본 투자 등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동안은 ‘약손맛’ 유통사업단이 주문을 받고 농가에 이를 알리면 따로 농가에서 직접 제품을 포장해 발송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러다보니 포장 부분에서의 실수가 ‘약손맛’ 제품 전체의 신뢰까지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속맛’ 통합브랜드 패키지를 개발, 포장 발송을 유통사업단에서 담당할 계획이에요.”

‘약손맛’ 브랜드를 보고 주문이 들어와도 농가에서 적은 인원으로 제품 생산과 포장, 발송까지 담당하다보니 그 단계에서 실수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황 이사는 ‘약손맛’ 포장 시스템을 통일하고 이 제품들을 하나로 모으는 집하장 건립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믿을 수 있는 업체를 확대하고 홍보, 유통망 확충에도 더욱 주력할 계획이다.

황 이사는 “결국 식품은 신뢰로 승부해야 해요. 생산부터 판매, 유통 등 제품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믿을 수 있게 관리돼야 하죠. 올해에는 더욱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시스템적인 측면의 재정비를 강화할 계획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현대사회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의 내림기술, 옛 어머니의 손맛을 잃어가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하는 황 이사. 최근 농업의 위기 속에서 농가가 잘돼야 결국 우리 전통의 내림기술은 물론 건강한 식문화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녀의 외침이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문의: 아나덤㈜ ☎031-243-0009,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sunny931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