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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최우수연구원이 말하는 농업위기 "'소값 파동' 시작에 불과"


<사람과 사람들>

경기도농업기술연구원 이상우 박사

“FTA 농업 위기, 미생물로 넘는다”

15년 간 유용미생물 연구 개발해 상용화 성공···2011년 농진청 최우수연구원상 수상

“‘소값 파동’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한-중 FTA 등 자유무역협정이 확대되면 한우 농가 뿐 아니라 농산물 전 분야로 이 위기가 확대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최우수연구원에 뽑힌 경기도농업기술원 이상우(48) 박사는 한국 농업의 현실에 대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박사는 “쇠고기에 집중된 한-미FTA가 한우농가에 타격을 줬다면 앞으로 있을 한-중 FTA는 농산품 전반에 걸쳐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진 중국 농산품이 가까운 거리를 무기로 한국의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유무역협정(FTA), 농업의 위기

최근 국내 육우 산업은 소값 하락과 사료값 상승을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사료 공급을 끊어 굶어 죽는 소가 생기고 젖소 수송아지를 안락사 시키는 등 산업의 기반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쇠고기 수입 개방 및 한-미 FTA 영향으로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증가하면서 저가육 시장에서 한우의 설 자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값 싼 수입 쇠고기가 넘치는 시장 속에서 질이 아닌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은 한우는 더 이상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중 FTA 등 자유무역협정이 확대되면서 한우 농가의 위기가 농업 전반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실제 한-중 FTA로 인한 농업의 피해는 한-미 FTA 보다 많게는 3배 이상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중 FTA로 관세를 50% 낮출 경우 농업 부문에서 연간 2조7,722억원의 소득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미 FTA 피해 추정액의 약 3.4배에 이른다.

가격이 아닌 질로 승부해야

“더 이상 가격으로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서도 안 됩니다. 앞으로 밀려올 저렴한 중국 농산물과 경쟁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농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가격으로는 결코 중국 농산물을 이길 수 없다.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고품질, 고부가가치 농업을 키워야 한다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그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먹거리의 안전성 측면을 고려한다면 아직 우리 농산물에도 기회가 있다”며 “화학비료, 화학농약이 아닌 유용미생물을 활용한 고품질의 유기농 농산물 생산을 통해 저렴한 중국 농산물과 차별화 된 우리 농산물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용미생물이 해답이다’

지난해 12월 이 박사는 고품질 채소의 안전 생산을 위한 유용 미생물 이용과 에너지 절감형 식물공장 시스템 개발을 통해 농진청이 선정한 최우수 연구원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유용 미생물을 이용한 고품질 채소 안전생산 연구는 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상품화에 성공,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유용미생물 연구를 시작했어요. 토양전염성 식물병이라고 전염병이 있는데 이 병이 발생하면 고칠 수 있는 농약이 없어 농가의 피해가 컸었죠. 당시 여러 가지 방안을 찾다가 미생물로 생긴 병은 미생물로 치료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이열치열’의 발상이 이 연구의 시작이었어요.”

그 후로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식물병과 맞서서 겨룰 수 있고 뿌리정착력이 높은 유용 세균을 선발한 이 박사의 연구는 마침내 ‘지하부대KM'이라는 친환경 유기농자재로 상품화에 성공했다. 현재 이 제품은 딸기, 토마토, 가지, 감자, 인삼 등 다양한 작물의 역병, 시들음병에 효과가 있는 국내 최초의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유기농자재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FTA, 위기가 아닌 기회로

“농업은 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 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 차원에서라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꼭 지켜야 할 산업입니다. FTA라는 위기를 기회로 돌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보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죠.”

한국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신기술 개발로 농업 생산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미생물을 이용한 식물병방제와 성장촉진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최초로 개발된 기술인만큼 많은 농업인들이 이를 농업에 활용해 유기농업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한국 농업에 새로운 경쟁력을 가져다 줄 다양한 신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