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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양양5일장] 고소한 녹두빈대떡에 탁주 한 사발 "장터의 맛"


경기도 수원에서 출발해서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리면 강원도 양양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수백 년 전통의 양양5일장은 영북지방의 가장 큰 시골 전통장 중 하나이다.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 장이 서는 날이면 양양읍내는 수많은 인파들로 넘쳐난다.

남대천 둔치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맞은편 시장통으로 건너가니 전국을 떠도는 장돌뱅이들과 텃밭에서 키운 곡물과 채소류, 과일 등을 파는 아주머니, 할머니들로 골목이 벌써부터 소란스럽다.

“아주머니, 이것 좀 들여가. 오늘 정말 물이 좋아.”

“그거는 얼마래요? 에이 좀만 더 싸게 줘~”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디 있나, 가격 걱정일랑 하지 말고 물건이나 들여가.”

인심 좋은 할머니와 물건을 사러 나온 행인들의 떠들썩한 흥정 소리는 장날의 흥을 돋우는 추임새가 된다.


 

양양5일장은 설악권에서도 싱싱한 농산물이 가장 싸게 판매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장터 구석구석 양양의 시골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특산물과 동해의 바닷바람으로 꾸덕하게 말린 건어물, 금방이라도 살아서 펄떡일 거 같은 산지직송 수산물들이 한 데 어우러져 손님들을 맞이한다. 난전을 따라 걷다보면 줄을 맞춰 가지런히 놓인 노란 낙산배들을 볼 수 있다. 옛날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낙산배가 이곳에서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알록달록 추억의 알사탕부터 설탕가루 하얗게 뿌린 도너츠, 생선살을 듬뿍 넣어 튀겨낸 어묵꼬치, 달콤한 호떡 등 입맛 당기는 주전부리들이 장을 보러 온 행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하나씩 사먹다 보면 해가 지는 줄 모른다.

 


신선한 먹을거리와 함께 양양장터에서는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장터 내 대장간 앞에는 직접 쇠를 달구어 담금질해 만든 갖가지 농기구와 무쇠솥들이 말끔한 모습으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옆 노천 만물상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불상과 향로, 조선시대에나 씀직한 숯다리미, 놋그릇, 황금색 요강 등 골동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장터를 한 바퀴 돌고나니 어느새 장바구니에 찬거리들이 가득 찼다. 양양장터의 마지막 코스로 향할 시간이다.

“장을 보러 왔으면 이것은 꼭 먹고 가야제~”


그 자리에서 맷돌에 갈아 부친 고소한 녹두빈대떡과 시원한 탁주 한 사발. 양양시장의 사랑방인 노상 전집에는 윗동네 김 씨 아저씨부터 아랫동네 이 씨 아주머니까지 장을 다 본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연의 선물과 고향의 인심, 반가운 웃음, 시끌벅적한 흥정소리가 가득한 양양5일장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간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장터서는 날: 매월 4, 9, 14, 19, 24, 29일

주요품목: 각종채소, 해산물, 농산물, 버섯류, 농기구류 등

인기품목: 무공해채소류, 산나물, 더덕, 돌김, 미역, 농기구류(호미, 낫, 괭이) 등

장터토속음식: 가시리묵, 장칼국수, 뚜거리탕, 섭국, 송천떡, 감자옹심이, 족발 등

문의처:양양시장 번영회 033-671-2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