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담벽에 기대어 서있구나/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삶은 여위어 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저전거야… 자전거야…/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안도현-낡은 자전거>
왼쪽과 오른쪽의 균형을 잡고 여러 길을 바퀴에 감고 다니는 자전거족들은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한번쯤 안도현 시인의 '낡은 자전거'를 읊조리지 않을까.
남한강자전거길이 지난 10월 8일 개통됐다. 팔당대교에서 충주댐까지 128.8km의 거리 중 중앙선 폐철로 구간인 남양주 팔당역~양평 양근대교(27km) 구간은 풍광이 으뜸이다. 남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환상적인 자전거길을 달리다보면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철로 자리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덮어 폭 4.5m 자전거길은 전용로(3m)와 보행자로(1.5m)로 조성돼 있어 자전거 라이딩을 하기에 충분하다. 자전거길을 따라 도보로 산책을 하기에도 좋다. 평일에도 가족이나 연인, 동호회 회원 등 하루 수천 명이 이 길을 달린다.
팔당호와 두물머리의 빼어난 풍광에 터널과 쉼터로 제공되는 간이역을 만나는 운치도 제법이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휴게소 등에서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산유적지, 세미원, 들꽃수목원, 곤충박물관 등 남한강변 주변엔 들러볼 곳도 많다. 수려한 자연경관은 선물이고 그에 더해 폐철로, 간이역사, 북한강 철교 등 역사를 담고 있는 지점 지점의 추억과 낭만은 덤이다.
글|박현정 기자·사진|김영창 기자
<남한강자전거길은 옛 중앙선이 복선화되면서 방치된 철로와 철교를 활용해 조성돼 라이딩을 하는 동안 정겨운 철길을 만날 수 있다.>
<시골 간이역 풍취가 남아 있는 능내역. 이 곳에서는 사진을 감상할 수도 있고, 매점에서 먹거리를 구입해 철길 위에서 먹을 수도 있다. >
<북한강철교를 지나 양수역으로 가면 아련하게 두물머리 공원이 보인다. 두물머리는 남한강 자전거길 2경으로 꼽히는 명소다. >
<남한강을 끼고 마주 달리는 자동차와 자전거. 팔당대교에서부터 충주댐까지 128.8km의 거리.>
<남한강자전거길은 자전거 전용 2차로(폭 3m)에 보행자도로 1차로(폭 1.5m)로 이뤄졌다. 도보로 산책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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