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 초당 1억3천만원 광고에 목숨 건 이유

최근 전미 대륙을 들썩이게 한 2012 슈퍼볼 결승전의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2월 6일(한국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제46회 슈퍼볼 결승전에서 뉴욕 자이언츠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슈퍼볼 우승자 만큼이나 주목받은 또 다른 승자는 바로 결승전 TV중계에 등장한 광고회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치열한 광고경쟁의 주역은 자동차다.

미국 AOL AUTO에서 제공하는 오토블로그에 따르면 올 해 슈퍼볼에 등장한 자동차 관련 광고는 2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2010년부터 3년째 얼굴을 내밀었다.

현대차는 미 앨라배마 공장에서 현대차 전 임직원들이 함께 한 ‘All for one’ 광고를 선보였다. ‘모두가 하나를 위하여(All For One)’라는 주제의 이 광고는 사무실 구석에서 한숨을 쉬며 절망하는 한 남자 앞에 불현듯 나타난 상사가 단순한 멜로디를 부르며 시작 된다. 이어 등장하는 동료 직원들의 멜로디가 더 해져 영화 ‘록키’의 주제곡(Gonna Fly Now)이 울려 퍼지며 우리 모두가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내용.

지난 2008년부터 5년째 슈퍼볼 공식후원사로 참여 중인 현대차는 올해 경기 시작 전 2편, 프리킥 타임 중 1편, 경기진행 중 2편 등 총 5편의 광고영상을 통해 현대차 브랜드와 문화, 성공요인 등을 어필했다.

<최근 미 슈퍼볼 결승전 중계에 등장한 기아차 K5(현지명 옵티마)광고 ‘A Dream Car. For Real Life’의 한 장면>

 기아차 역시 지난해 60초짜리 ‘K5’ 슈퍼볼 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도 ‘꿈을 운전하라(Drive the Dream)’를 주제로 브라질 출신 모델 아드리아나리마가 등장하는 60초짜리 K5 광고를 제작해 4쿼터 중간에 내보냈다.

슈퍼볼 결승전 광고료는 지난해 평균 310만달러(30초 기준)였으나 올해는 350만달러(약 39억원)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초당 1억3,000여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에 따르면, 2007년 238만달러에 달하던 30초 기준 슈퍼볼 광고료는 2009년 300만달러 수준에서 2011년 310만달러까지 뛰었다.

이러다보니 광고에 쏟는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2010년 한 해 광고비 지출에 쏟은 돈은 무려 20억3,570만달러. 전 세계 자동차 업체중 5위를 기록했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자동차업계의 광고비 지출을 계산한 결과 1위에 오른 GM은 35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2009년보다 11.5% 늘어났으며, 토요타는 19.3% 오른 28억6,000만달러, 폭스바겐은 14% 더 많은 22억4,0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기아차의 경우 2010년 한 해 동안 전년보다 무려 48% 늘어난 7억7,570만달러를 지출했고, 현대차도 이와 비슷한 42% 늘어난 12억6,000만달러의 광고비를 쓴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광고는 특히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다. 전 세계에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며 제품당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소비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따져보는 제품이 자동차다. 따라서 광고도 보다 새롭고 경쟁력 있게 만들어지기 마련. 기발한 광고들은 차의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 눈길을 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그래픽으로 만든 것도 있고 시선이 고정되는 아이, 여성의 모습을 통 크게 배치하기도 한다. 경쟁사에게 조롱을 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모습을 내보내기도 한다.

최근에 나온 기발한 광고들은 차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 두 명을 클로즈업한 사진으로 아우디 광고를 하기도 하고 90부터 0까지 숫자판이 넘어지는 이미지로 브레이크를 강조하는 벤츠도 있다.

<영화배우 선우용녀가 모델로 등장한 1971년 뉴 코티나 신차 발표회의 광고 사진. '코티나'는 미국 포드사와 기술,조립, 판매 계약을 맺고 1968년 현대에서 첫 생산한 자동차로 74년 국산 자동차 첫 모델인 '포니'가 나오기 이전 차종이었다.>

반대로 옛날 광고를 보면 요즘과 다른 광고 카피에 기발함이 드러난다. 국내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현대자동차 포니의 광고에는 ‘내 분수에 꼭 맞는 차!’라는 문구가 메인을 차지했다. 1981년 기아산업의 1.4t 화물차는 ‘작은 고추의 진가’라고 쓰고 작은 고추 이미지를 넣기도 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성능에 대한 경쟁 못지않게 광고경쟁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각 메이커들간 기술과 디자인의 발전으로 자동차에 대한 성능의 간극이 점차 좁혀지면서 광고를 통한 소비자 선택에 경쟁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