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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하울링> 괴물 영화가 아닌 이유

유하 감독의 신작 ‘하울링’이 2월 16일 개봉했다. ‘송강호와 이나영의 만남’, ‘2012년을 사로잡을 늑대개 연쇄살인 수사극’ 등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과 광고에서 보여줬던 이 영화의 첫 느낌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년 작)’ 혹은 식인 멧돼지가 나왔던 ‘차우(2009년 작)’ 그 중간쯤이었다.

한강에서 나타난 괴물과 싸우는 가족의 사투,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변종 식인 멧돼지와의 한 판 승부처럼 ‘하울링’도 늑대와 개의 혼혈인 늑대개의 연쇄살인사건을 막기 위한 형사들의 사투를 그린 괴수 어드벤처인 줄 알았다.

하지만 16일 뚜껑이 열린 ‘하울링’에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런 괴물은 없었다. 딱 까집어 얘기하면 이 영화, 절대 괴수 영화가 아니다.


우선 시놉시스는 이렇다.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은 순찰대 출신의 새파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을 파트너로 맞는다. 고과 점수도 낮은 분신자살 사건을 함께 수사하면서 상길은 내내 은영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그 사건이 계획된 살인임을 알아내면서 두 사람은 자체 수사에 나선다.

단순 분신자살인 줄 알았던 사건이 연쇄 살인으로 커지면서 은영은 지원요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가 점수가 급한 상길은 은영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수사를 벌인다. 한편, 짐승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은영은 사체에서 발견된 짐승의 이빨 자국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살인사건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직감한다. 마침내 두 사람은 피해자들의 몸에 있는 공통된 이빨 자국이 늑대개의 것임을 알아내고 그 피해자들이 과거 서로 알던 사이였음을 밝혀낸다.


이 영화 속 연쇄살인의 범인은 늑대개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영화는 늑대개의 연쇄살인보다 그 내막에 숨겨진 늑대개가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이유, 살인 동기에 더 집중한다. 그러다보니 늑대개의 잔인함이나 공포스러움, 사건을 풀어나가는 스릴러적인 요소는 약하다. 그 대신 영화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 ‘형사 강력계’라는 전형적인 남자들의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신참 여형사 은영의 사회생활 적응기를 담았다. 즉, 이 영화는 괴수 영화라기보다 사연 있는 가해자의 복수극이자 직장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직장 드라마에 더 가깝다.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이 송강호가 아닌 이나영인 이유다.

괴물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괴물이 아닌 사람들의 드라마, 사건의 뒷얘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적인 재미는 충분하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영화계 대표 연기파 배우인 송강호의 유머는 이 영화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지난해 ‘푸른 소금’의 흥행 참패로 체면을 구긴 그가 ‘하울링’으로 돌아온 이유는 분명히 있다. 아직 영화의 흥행을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송강호의 이번 선택이 전혀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말한다. ‘사람보다 개가 낫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