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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중국 내 애플 iPad 상표권 분쟁, 중국의 속내는?

중국에서 연초부터 유명 외국업체가 연관된 이슈가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바로 애플(Apple)과 중국의 한 IT업체가 서로 애플의 태블릿PC인 'iPad(아이패드)’ 상표의 중국내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천문학적 금액이 걸린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애플로서는 1월 중 중국대륙에서 스마트폰 ‘아이폰4S’를 첫 출시했다가 대규모 암거래상의 출현과 충돌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난데 이어, 2월 들어서는 또 다른 전 세계적인 히트작인 iPad의 상표권을 놓고 중국 업체와 맞붙었다.

중국에서 이번 상표권 분쟁은 세계적 화제작인 아이패드 자체의 영향력이 섞이면서 단순한 사건을 뛰어넘어 하나의 ‘산업 현상’으로 떠올랐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애플 직영점 '애플스토어'>

 글로벌 기업 애플과의 대항에 큰 주목

중국 광동성에 소재한 ‘선전 프로뷰 테크놀로지’(중국명 웨이관 커지·唯冠科技(深圳有限公司, 이하 선전 프로뷰)의 모회사인 대만 프로뷰 테크놀로지는 지난 2000년 세계 10개 나라에서 iPad 상표를 등록했다. 선전 프로뷰는 이듬해인 2001년 중국에서 iPad 상표를 등록했다.

애플은 2009년 말 대만 프로뷰 인터내셔널에 3.5만파운드를 주고 전 세계 iPad 상표권을 사들인 뒤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출시했다. 그러자 선전 프로뷰는 대만 모회사가 애플에 넘긴 iPad 상표권에는 중국내 상표권이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애플이 중국 내 자사 iPad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대만 프로뷰와 맺은 iPad 상표권 양도 계약에는 중국도 포함되며, 선전 프로뷰 측이 중국 관련부분의 협의 인정과 이행을 거절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애플은 2010년 4월 중국 광동성 선전시 법원에 ‘iPad’ 상표권 소유확인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선전시 중급법원은 지난해 12월 16일 1심 판결에서 애플의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이 아이패드 상표권 주인으로 선전 프로뷰의 손을 들어준 것. 애플은 1월 5일 광동성 고급 법원에 항소했다. 최종심인 2심 재판은 2월 29일 열린다.

중국업체 선전 프로뷰는 1심 판결 승소의 기세를 몰아 애플을 상대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전국 20여개 도시의 공상국에 아이패드 상표권 침해혐의에 대한 조사와 함께 아이패드 압수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이패드 판매․광고 점차 사라져

중국 지방 당국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개입했다. 2월 초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쉬저우 등 20여개 지역 공상국은 아이패드 상표권 침해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일부지방 당국은 상표권 침해 혐의를 이유로 아이패드 판매를 중단시켰다. 벌금도 물리겠다고 밝혔다. 허베이성 스쟈좡 신화구의 공상국은 2월 12일 전자제품 유통점에서 발견된 아이패드 45대를 압류하기도 했다.

그러자 애플 대리점과 전자제품 유통점들은 하나 둘씩 판매대에서 아이패드를 내렸다. 아마존 중국사이트, 징동상청, 궈메이 온라인스토어를 비롯한 유명온라인 쇼핑몰들도 ‘제품이 없다’며 사실상 아이패드 판매를 일시 중지하고 있다. 베이징 도심일부 버스정류장 등에 큼지막하게 내걸렸던 아이패드 광고조차 사라지고 있다.

선전 프로뷰는 또 2월 7일 상하이에서 ‘애플 상하이무역회사’의 ‘iPad’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판매점의 아이패드 관련 상표를 철거하고 홍보물을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선전 프로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월 14일 지방 세관에 아이패드 수출입 금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애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 높였다.

특히 선전 프로뷰는 애플에 20억달러에 달하는 보상금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 애플이 계약사기를 저질렀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 지하철 안에서 애플 아이패드를 즐기고 있는 중국인 모습.> 

 네티즌들 찬반 논쟁 뜨거워

선전 프로뷰가 애플에 대한 각종 압박에 이어 100억위안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자 마자 중국 사회는 열띤 논쟁으로 들끓었다.

중국내 유명 창업보유투자회사인 ‘창신공장(Innovation Works)의 법무 책임자인 치우보어슌은 웨이보어(중국판 트위터)에서 “선전 프로뷰는 은행에 수십 억위안을 빚지고 있으면서 애플에 100억위안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저런 생떼와 억지를 부릴 수 있냐”고 선전 프로뷰를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적지 않은 중국인들은 웨이보어와 인터넷 댓글에서 애플을 지지했다. 이들은 “상표배후의 산물이 더 중요하다”, “상표는 상품에 의지해야만 영혼을 가질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라는 상표가 아니어도 계속 잘 팔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선전 프로뷰 같은수준이 맞지 않은 업체는 상대할 의미가 없다”며 선전 프로뷰를 비난했다.

반면 선전 프로뷰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좀 더 크다. 이들은 “중국업체인 선전 프로뷰가 뭐가 지나치고 생떼를 부린다는 거냐”며 “먼저 상표를 등록하는 자가상표 소유권을 갖는 것이고,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행위는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중국 유명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네티즌을 상대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은 중국업체의 편을 들고 있다. 텅쉰(QQ)이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중국에서 ‘iPad’ 상표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2월 23일 현재 6만1,500여명의 응답자 중 63%는 ‘선전 프로뷰’라고 답했다.

“중국 업체, 천문학적 보상금이 목적”

이런 가운데 현재 파산한 상태나 마찬가지고 거액의 채무를 지고 있는 선전 프로뷰가 막대한 합의금을 챙기기 위해 애플과 iPad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선전 프로뷰는 한 때 세계 5위의 컴퓨터 모니터 생산 실적을 올리기도 했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은 끝에 사업이 멈췄다. 한때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북적였던 광동성 선전 소재 공장은 현재 텅텅 빈 채 흉가처럼 남아 있는 상태다. 설립자인 양롱산은 2010년 8월 법원에 의해 파산 명령을 받았다.

특히 8개 은행 채권단 측의 조사 결과, “선전 프로뷰는 값어치 있는 자산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단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은 이 회사가 주장하는 중국내 아이패드 상표권뿐이라는 것. 이런 상황에서 8개 채권 은행은 연합해 애플에 100억위안의 배상 요구를 추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당장 3월 중 아이패드3의 출시를 앞두고 iPad 중국내 상표권 분쟁은 애플에게 최대 난관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2일 상하이 푸동구 법원은 재판에서 선전 프로뷰가 제기한 iPad 판매금지 신청을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푸동 법원은 양사의 iPad 상표권 소유 분쟁이 현재 광동성 고급법원 2심에서 심리 중이라며 이 같이 판결했다. 이에따라 2월 29일 열릴 광동 고급법원 2심 재판의 최종 판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월말 광동 고급법원 판결에 이목

애플은 2심 재판에서도 패소하면 중국에서 iPad 상표권을 잃게 된다. 거액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특히 애플은 ‘iPad’ 이름을 바꾸든지 중국업체가 요구하는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iPad' 상표권을 사든 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처하게 된다.

벌금의 경우, 애플은 아이패드 이름을 바꾸더라도 벌금을 내야 하는 처지다. 아이패드가 ‘베스트셀러’가 된 원인은 아이패드 상표권 침해와 거의 관계가 없기 때문에 애플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또한 ‘아이패드 판매 중지와 이름 변경’과 관련해서는 애플 자체의 브랜드 효과에 힘입어 태블릿PC가 어떤 이름으로 출시되든지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애플이 최종적으로 패소하더라도 선전 프로뷰가 요구하는 만큼의 거액의 벌금과 상표권 침해 배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내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여우윈팅은 “애플이 대만본사와 iPad 상표 양도 계약을 체결한 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피지 못한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악의적으로 상표권을 침해한 행위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iPad의 중국내 높은 판매량은 무엇보다 상품 자체의 우수한 품질 덕분이지 상표자체와는 관계가 많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즉 애플이 iPad 중국내 상표권을 침해해서 얻은 이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베이징 지하철 환승역에 걸려 있는 아이패드 광고.>

 중국진출 외국기업에 많은 시사점

이번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은 외국업체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법률적 요소만이 아니라 도덕, 양심, 상식이라는 요소까지 섞여있다는 점이다. 이번 분쟁을 놓고 중국 매체에서도 적잖게 튀어나오는 단어들이다. 이런 면에서 비판의 화살은 선전 프로뷰를 좀 더 많이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중국 매체와 국민 여론은 자국업체 감싸기에 치우쳐 있다. 기업과 당국, 매체의 암묵적 협력 속에 ‘여론 몰이’가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에서도 많은 팬을 가진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고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미국 기업이어서 그나마 이 정도로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표권 분쟁들을 둘러싼 반응은 중국의 여러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기업들의 전략과 도덕성, 정부의 외국기업 정책, 외국기업에 대한 시각 등이 드러나고 있다.

그 동안 중국에서는 애플이 2010년 4월 첫 출시한 아이패드가 크게 히트를 치면서 이를 불법으로 복제하거나 위조한 제품이 중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물론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전 세계에 퍼진 아이패드 불법 모조품은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은중국 제조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애플 측은 자체 글로벌 보안팀을 투입해 중국에서 짝퉁 아이패드 확산을 막기위해 단속에 나섰지만, 중국 당국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만족할 만한 단속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가들은 “국제사회로부터 ‘해적판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오랫동안 들어온 중국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 준수’라는 점을 이번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는 소감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더더욱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격언을 곱씹고 있다.

<글∙사진 ㅣ 온기홍(중국통신원) onkihong@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