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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잃어버린 10년 딛고 신흥강국 급부상, 멕시코의 힘

흔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 일본의 장기불황을 의미하는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의 원조(?)는 사실 멕시코다. 1973년의 유류 파동 뒤 미국은 멕시코로부터 석유를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멕시코 경제는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그런데 높았던 석유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다른 수출 품목을 찾아내는 데에 실패한 멕시코는 1987년까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를 멕시코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멕시코가 19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시장의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브릭스 이을 신흥성장국가로 주목

현재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는 브릭스(BRICs)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회장이 2010년 12월 투자보고서를 통해 2011년 경제 성장 가능성이 큰 성장 국가군(Growth Economies)으로 ‘MIKT’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믹트(MIKT)는 멕시코(Mexico), 인도네시아(Indonesia), 대한민국(Korea), 터키(Turkey) 4개국의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믹트 4개국을, 브릭스를 계승할 차세대 신흥국가로 분류한 것. 차세대 투자 키워드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멕시코가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투자유망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증이다.

짐 오닐 회장의 예측처럼 멕시코가 중남미 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는 실례로 최근 최전성기를 맞은 멕시코 자동차산업이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2011년 9월까지 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 대수는 190만5,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14.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자동차 수출은 158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14.8% 늘었으며, 내수도 11.6%나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멕시코 경제에서 가장 역동적인 분야가 됐다. 생산량과 수출량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에는 재정위기 확산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있는 가운데 이 같은 멕시코 자동차산업의 선전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중남미 경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멕시코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규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시스템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진출한 중남미 최대 규모 공조 전시회 ‘AHR Expo Mexico’의 삼성전자 부스.>


 

TTP참여할 경우 경제력 더 커질듯

2010년 멕시코는 10년 만의 최고 경제 성장률을 달성했다. 국내총생산(GDP)이 5.5% 증가해 2000년(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 GDP 1조5,670억달러를 달성, 세계 11위에 올라섰다.

2009년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와 신종플루 확산,마약과의 전쟁에 따른 치안불안 등으로 경제 성장률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6.5%를 기록한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1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수출의 8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 경제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멕시코 경제 전망과 관련, 정부와 대다수 민간경제연구소 등은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1년 경제성장률은 4.0~4.8%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2012년까지 역동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세에 힘입어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6월 6,000포인트를 기록한 멕시코 IPC지수는 2011년 11월 초 현재 36,000포인트를 넘어 6배 상승했다.

한편 멕시코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TPP에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페루 칠레 브루나이 등 총 9개 국가에 최근 캐나다와 멕시코가 참여할 예정이어서 초거대 경제협력체가 될 전망이다. 멕시코의 TTP참여는 잠재 성장력이 큰 멕시코 경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광활한 국토와 1억 넘은 인구도 강점

멕시코의 매력 포인트는 첫째, 넓은 국토면적(193만㎢)과 1억명이 넘는 인구 등 내수시장 확장 가능성이다. 둘째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 셋째는 안정적인 수출산업을 통한 경제성장 가능성. 그리고 넷째는 석유, 천연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멕시코는 한반도 면적의 9배, 1억1000만명의 인구, 세계 11위의 경제력, 석유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대국이며 중남미의 중심 국가다. 국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멕시코의 역량과 잠재력에 주목해 차세대 경제강국으로 자주 언급한다.

또 멕시코는 아즈텍과 마야로 대표되는 고대문명과 스페인 점령 이후 유입된 유럽문명,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의 현대문명이 공존하는 문화대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멕시코는 ‘마약과의 전쟁’이 수년째 계속될 만큼 치안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외국인투자 및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2006년 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 마약범죄 소탕작전으로 인해 5년간 마약범죄자 4만6,000명이 살해당하거나 처형당했다. 마약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소탕작전에 1년 예상 지출은 경제성장률의 약1%에 달할 정도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소문이 나면 혹시나 마약갱단 등 범죄조직들의 손이 미쳐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주변 지역에 쉬쉬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기업이 뛴다

멕시코는 1905년 1,033명의 조선 이민자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너 ‘유카탄반도’에 정착함으로써 한국과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비록 꿈과 현실이 너무나 달랐던 비운의 이민 세대이었으나 그 ‘에네깽’ 후손들이 현재 멕시코 전국에 걸쳐 약 3만명에 달한다.

교민 수가 증가하는 만큼 양국간 교역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고 있다.

“멕시코는 한국의 6번째 교역대상국으로서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이자 교두보이다. 2010년 양국의 교역액이 수교 이래 최대 규모인 14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가전, 철강, 통신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기업의 대멕시코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양국 간 교역이 더욱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한-멕시코 FTA(자유무역협정)협상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지난해 7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제22차 한-멕시코 경제협력위원회에서 김원 한-멕시코 경협위원장(삼양사 사장)이 한 말이다.

멕시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늘어 2010년 1월 기준으로 멕시코 경제부에 등록된 한국투자 기업은 1,368개였지만 같은해 말에는 61개가 증가한 1,429개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투자분야도 전자, 철강, 에너지, 섬유, 자동차 부품, 풍력 발전은 물론 농업분야에 이르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실질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은 국제무대에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과 같이 중요한 국제이슈에서 양국은 동일한 협상 그룹에 속해 있으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일원이기도 하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

 멕시코 개요

-면적: 196만4,375㎢(세계 15위)

-인구: 1억1,234만명

-수도: 멕시코시티

-국내총생산: 1조5,670억달러(2010년)

-1인당 GDP(명목): 9,242달러(2010년)

-화폐 단위: 페소(1달러=12.3489페소. 2011.9.1)

-대통령: 펠리페 칼데론(Felipe de Jesús Calderón Hinoj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