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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터키, 차세대 세계경제를 이끌 ‘TRICK’의 선두주자

이제는 브릭스(BRICs)가 아니라 트릭(TRICK)의 시대가 온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태풍처럼 흔들리면서 세계경제 판도가 재편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까지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브릭스 지역 대신 트릭이란 새로운 개념이 등장,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자본금 수천 조를 헤아리는 대형 글로벌IB들에 따르면, 다가오는 미래의 세계 신성장동력으로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터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IB들은 이들 국가를 ‘TRICK(Turkey·Russia·India·China·Korea)’이라 부르며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를 집중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차세대 세계경제를 이끌 트릭의 선두에 터키가 자리하고 있다.
터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으나 2010년엔 9.0%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엔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 유로 리스크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8.3%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10년 기준으로 터키 인구는 7,372만명.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춘 것도 매력이다. 유망 신흥국 중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고,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이하로 향후 구매력을 지닌 중산층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구매력을 지닌 EU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는데다 이슬람국가 중 유일하게 나토회원국인 터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언어·종교·문화적 유대가 긴밀하여 중동, 아프리카 및 중앙아시아 시장진출 거점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충분하다. 글로벌 시장의 눈이 터키에 쏠리는 요인들이다.

신흥 성장국 ‘TRICK’의 선두주자

터키의 정식 명칭은 터키공화국(Republic of Turkey)으로 우리에겐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와 3, 4위전을 치르며 갑작스레 관심이 부각됐다. 6.25전쟁 때 UN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한국과는 ‘형제의 나라’로 불리운다.

터키는 전체 국민의 99%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슬람국가이나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세속주의 원칙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를 1923년 터키공화국 출범 당시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정치체제는 비교적 안정되어 있으나, 많은 정당이 난립하고 정파간 갈등과 부패 및 방만한 경제운용 등으로 정치 상황이 경제에 많은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다.

터키의 경우 유럽과 아시아에 각각 한 발씩 걸쳤다는 점에서 이점이 많다. 양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은 물론 유럽을 거대한 무역 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산업은 전자와 자동차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한 관광업도 활황이다.

터키의 성장 잠재력을 감안해 글로벌 은행 HSBC는 올해 초 발표한 ‘세계 각국 경제의 부침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터키의 경제 규모가 세계 12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3위에 올려 놓은 한국보다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짐 오닐 회장은 올 초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터키·이집트 멕시코는 젊은 노동 인구가 풍부하다”며 “노령화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브릭스 국가와 달리 이들 국가들은 올 한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것이다”고 전망하면서 터키가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2월초 터키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터키 기업인들과 회의를 갖고 있다.>

“2050년 세계 12위 경제규모로 성장”

한편으로 터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전문가들은 터키에 대한 투자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터키 투자의 문제는 ‘신뢰도’와 보수적인 국민문화에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3%에 달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이러한 성장세가 꾸준히 이어질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터키 경제가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성장이 점차 둔해지면서 4분기에는 성장률이 0.2%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작년 경제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전망은 올해 터키 경제가 심한 경착륙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경제 환경이 아직은 건실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성장할지의 여부가 의문이라는 소리다. 실제 지난해 터키의 경상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로 커졌다. 이 같은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인플레이션율 또한 9.5%에 이른다.

사실 터키가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은행들이 기업과 가계에 제공한 여신 덕분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반면 터키 정부는 이 같은 전망을 일축하고 있다. 알리 바바잔 터키 부총리는 1월말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 IMF는 다른 기관들보다 유럽경제 성장 전망에 대해 “일반적으로 더 부정적”이라고 평가하고 터키 정부는 전망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고 있으며, 터키 중앙은행도 정부 전망치가 달성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최근 한국과 20억달러 火電사업 체결

지난 2월초 터키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오찬 및 면담을 갖고 경제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요 합의사항은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화력발전소 건설 협력, 원자력발전소 건설 협상 재개 등 세 가지다. 또 한·터키 FTA는 올 상반기 중 조기 체결하는 쪽으로 두 정상이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의 터키 방문을 계기로 국내 기업인 SK E&S·남동발전 컨소시엄은 터키 중부 앙카라 남동쪽 600㎞에 위치한 압신·엘비스탄 지역에 1단계로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수의계약을 맺었다. 1단계 사업 결과가 좋으면 2단계로 90억달러(약 10조여원) 규모의 광산 개발 및 발전소 건설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또한 한․터키는 양국의 관계를 기존 ‘선린우호 관계’에서 외교·안보,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이 가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를 계기로 우리 기업과의 제3국 공동 진출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실제 터키는 지역경제협력기구인 회교권 경제협력기구(ECO), 흑해경제협력기구(BSFC)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동시장, 중앙아시아, 북부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로서 역할이 크다.

한편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對)터키 수출은 50억8,000만달러(21위 수출 대상국)인 반면, 터키의 대한(對韓) 수출은 8억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합성수지, 선박, 철강 등이고, 수입 품목은 석유제품과 자동차 부품, 면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기업의 터키 투자는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45개 기업이 진출해, 총 89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오석원 기자 won@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