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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서울 삼청동 여행] 골목길에 부는 변화가 반갑지 않은 이유

나지막한 건물과 고즈넉한 한옥, 붉은 벽돌담 사이로 골목길이 이어진다. 골목 어귀마다 아기자기한 공방과 디자이너샵, 이색 갤러리들이 숨어 있다. 낮은 한옥의 처마 끝, 빈티지한 샵의 쇼윈도 등 삼청동 길 위로 현대인들에게 점점 잊혀가는 과거의 감성들이 흐른다. 변화와 개발로 인해 점점 사라져 가는 과거와 느림의 여유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바쁜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의 발길은 삼청동으로 향한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길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너무 좁아 차가 들어올 수 없는 골목길은 ‘차조심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세월이 흘러 동네 골목길 위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좁은 골목길은 그렇게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초고층 빌딩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 변화와 개발의 상징 서울의 한복판에서 어린 시절 추억의 골목길을 만났다. 고즈넉한 한옥과 때 묻은 담장, 낮은 주택가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바로 삼청동이다.

꽃샘추위가 누그러진 2월의 어느 날, 간만에 풀린 날씨도 즐길 겸 삼청동 길 탐험에 나섰다. 삼청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인사동을 관광한 뒤 운형궁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가는 코스도 있다. 좀 더 긴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경복궁에서 출발해 효자동, 청와대를 거쳐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길을 추천한다.


경복궁에서 출발해 광화문 광장을 벗어나면 길 양 쪽으로 갤러리들이 늘어서 있다. 갤러리를 지나면 양 갈래 길을 마주하는데 오른편의 좁은 왕복 2차로길이 삼청동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흔히 삼청동길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중학동 38-1번지(동십자각)에서 성북구 성북동 330번지(삼청터널)에 이르는 길이 2.9km, 너비 12~35m의 길을 말한다.

전통한옥의 푸른 기와색과 붉은 벽돌담, 이국적인 카페와 갤러리가 한데 모인 이 거리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특히 삼청동 길의 묘미는 골목에서 찾을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공방, 디자이너숍, 이색 박물관, 갤러리가 곳곳에 숨어 있어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처럼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의 가장 중심에 위치하면서 서울과 가장 동 떨어진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삼청동. 1970~80년대의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멋이 가득한 이 길은 옛 것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선사한다. 유독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이곳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삼청동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골목의 작은 카페, 갤러리들을 밀어내고 대형 프랜차이즈커피숍, 편의점, 브랜드숍이 속속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어린시절 골목길처럼 언젠가 이 길의 정취도 추억 속 한 장면으로 남는 것은 아닐런지. 삼청동 골목길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저녁이면 삼청동 길은 여기저기 팔짱을 끼고 데이트를 즐기기 위한 연인들로 북적인다.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갤러리 사이 사이 좁은 옛길을 함께 걸으며 연인들은 사랑을 쌓아간다.


삼청동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가게. 바로 카페다. 그러다보니 삼청동 골목에는 진한 커피향이 그윽하다. 전통한옥을 개조한 커피숍도 삼청동의 풍경 중 하나. 처마 밑에 영어로 쓰여진 간판이 이색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삼청동 카페는 2,3층 야외 테라스를 가진 곳이 많다. 여유롭게 야외 테라스에 앉아 지나가는 인파들을 구경하는 것도 삼청동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한 카페 직원이 야외테라스로 나와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삼청동 골목골목에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옥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오래되고 낮은 처마와 손 때 묻은 대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줄 것만 같다.

안국역에서 삼청동 방면으로 올라가다보면 이색 박물관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세계장신구 박물관, 부엉이 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 등 박물관과 갤러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삼청동 길에는 유난히 벽화가 많다. 예스러운 건물들과 어울려 묘한 매력을 자아내는 벽화는 그 자체만으로 볼거리이다.

삼청동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또한 쇼핑이다. 정독 도서관에서 박물관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장신구, 옷, 신발들을 전시한 예쁜 숍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일반 쇼핑센터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핸드메이드 제품들과 빈티지한 옷, 여러 나라의 옷들과 장신구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