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通

홍차 문화의 꽃 '애프터눈 티'에 사르르~~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홍차 문화의 꽃 애프터눈 티에 사르르~~

영국 홍차

 

홍차하면 떠오르는 나라 영국. 홍차 속에는 영국인의 삶과 문화, 그리고 역사가 담겨 있다. 영국에서 홍차가 커피를 이길 수 있었던 데는 1662년 찰스 2세에게 시집 온 포르투갈 왕의 딸 캐서린의 역할이 컸다. 그녀가 결혼하면서 차와 설탕을 가져온 것이 영국 홍차 역사의 시작이다. 차 애호가 캐서린 여왕의 등장으로 왕실에서 시작된 차 문화는 귀족층으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여왕의 취향을 상류층 여성들은 너도나도 닮길 원했고, 홍차는 곧 상류문화의 상징이 됐다.

그러는 사이 일반 국민들도 점차 홍차에 입맛을 뺏겼다. 당시 영국인들은 도수가 8~9도에 이르는 상면 발효 맥주(발효 과정이 위에서 일어나는 맥주)인 영국의 전통술 애일(ale)에 빠져 있었다. 술에 절어 지내던 이들은 귀족음료로 소문 난 비알콜 음료 홍차를 접하게 되면서 술을 멀리 하기 시작했다. 귀족음료인 홍차가 국민음료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데는 산업혁명과 영국의 차 무역정책이 자리한다. 대중들은 산업혁명에 따라 소득이 증대됐고, 영국 정부는 중국차의 국내 관세를 낮춰 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줬다. 노동자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티브레이크(Tea break)를 시행할 정도로 홍차는 전 계층의 음료로 확산됐다.



영국 홍차 문화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영국 홍차의 시작을 캐서린 여왕이 했다면 확산은 1841년 베드포드 가문 7대손의 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가 주역이었다. 그녀가 살던 18세기에는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게 유행이었다. 늦은 오후에 공복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마리아는 점심과 저녁 사이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귀부인들과 오후 티타임을 가지면서 스콘과 샌드위치, 마카롱, 비스킷 등의 간식거리를 함께 곁들여 홍차를 마셨다. 이것은 곧 당시의 라이프사이클과 맞아떨어져 오후의 홍차 문화로 발전했다. 빅토리아 여왕이 참석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던 귀부인들의 애프터눈 티 문화는 중산층이 모방하기 시작했고, 노동자에게까지 이내 번져나갔다.

영국에서 오후에 차 마시러 오세요하면 친구가 되자는 뜻이다. 사교를 목적으로 주로 휴일 오후 4시경에 애프터눈 티를 마신다. 샌드위치, 각종 케이크와 과자로 구성된 세 개의 접시가 층층이 쌓인 3단 트레이는 애프터눈 티의 상징이다. 샌드위치는 버터를 얇게 바른 빵 사이에 살짝 소금간을 한 얇게 저민 오이를 넣어 만든다. 과일 타르트와 스콘은 애프터눈 티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정통 영국식 애프터눈 티는 샴페인으로 입 안을 상쾌하게 씻어준 후 뜨거운 홍차와 달콤한 디저트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 영국 상류층은 사교의 장으로서 애프터눈 티를 활용했기 때문에 홍차를 마시는 공간은 다양한 주제로 담소를 나누는 교류의 현장이자 차를 통해 세련된 매너를 발휘하고 배우는 장소가 됐다. 격식 있게 모든 것을 갖추고 정성껏 준비하는 티타임인 애프터눈 티를 통해 안주인은 섬세한 감각과 취향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홍차를 위한 화려한 테이블세팅과 도자기류가 함께 발전했다.

애프터눈 티는 나른한 오후에 처진 기분을 환기시켜줄 수 있도록 부드러운 홍차가 좋다. 풍부한 감칠맛을 가진 다즐링이나 은은한 과일향이 가미된 홍차가 어울린다. 아마드(Ahmad)나 위타드(Whittard)의 애프터눈 티는 라임의 일종인 베르가모트가 가볍게 가미돼 있어 상쾌하다. 국내 홍차 브랜드인 다질리언의 애프터눈 티는 꽃과 과일의 향이 풍성해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가끔 우아한 귀부인이 되고 싶을 때나 색다른 문화를 즐겨 보고 싶을 때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케이크와 쿠키, 그리고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의자를 준비해 놓고 코드가 잘 맞는 친구를 초대해보자.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다.